[K-Trend] “돈 있어도 무기 못 사는 시대” 마침내 꽃 피운 K-방산 신화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막을 올린 ‘월드 디펜스 쇼(WDS) 2026’ 현장은 사막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수주 전쟁터로 변모했다.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이른바 K-방산 ‘빅4’가 나란히 전면에 나선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무기 홍보의 장을 넘어섰다.
가자 지구 전쟁 이후 유럽이 중동으로의 무기 공급을 주저하는 사이, 한국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간 국방비 지출액이 2430억 달러(약 356조 원)로 추산되는 중동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조 단위의 ‘잭팟’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사우디는 이제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다양한 맞춤형 카드를 꺼내 들며 중동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K-방산에 열광하는 비결은 ‘최고급 사양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High-End Specs at Mid-Range Prices)’할 수 있는 독보적인 구조에 있다. 이는 북한과 대치하며 70년간 쉼 없이 돌려온 뜨거운 내수 시장 덕분이다.
50만 명에 육박하는 상비군을 유지하며 전차와 자주포를 수백 대 단위로 찍어내는 한국의 ‘규모의 경제’는 냉전 이후 생산 시설을 감축한 유럽이나 미국 제조업체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단위 비용 절감을 가능케 했다.
독일 전차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도, “주문하면 수개월 내 납품한다”는 칼 같은 납기 능력은 무기 체계의 공백을 우려하는 국가들에 무엇보다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주문 즉시 공장을 돌려 수년이 아닌 수개월 안에 초도 물량을 인도하는 한국의 속도전은 이제 글로벌 무기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
이런 저력은 숫자로 고스란히 증명된다. 2022년 173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수출 행진은 2025년 152억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을 세계 5위권 방산 수출국 반열에 올렸다. 2026년 올해는 주요 4사의 합산 매출액이 약 47조 원에 달하고, 꿈의 숫자로 불리던 수주잔고 ‘1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명실상부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들의 자주국방 노력이 강조되면서 K-방산과 K-조선은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올해 미 해군 군함 5~6척의 MRO를 한국 조선업체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는 수조 원대 서비스 시장 선점의 신호탄이 됐다.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그리고 정비 서비스까지 결합한 ‘방산 플랫폼 모델’은 한국을 단순 판매자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있다.
투자 시장의 열기 또한 실적을 바탕으로 견고해지고 있다. K9 자주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2 전차의 현대로템, 유도무기 대장주인 LIG넥스원과 FA-50의 한국항공우주(KAI)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탄약 수출의 풍산이나 변속기의 SNT다이내믹스 같은 소부장 기업들까지 동반 성장하는 구조적 상승세가 뚜렷하다.
정부 역시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획득 체계 혁신과 국산화율 제고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제 K-방산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자 실용 외교의 핵심 병기로 자리 잡았다.
리야드의 사막 위에서 확인된 한국 무기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다시 쓰는 강력한 에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