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이사회 재편 시사… 태광그룹과 불편한 동거 ‘손절’ 전략?
롯데홈쇼핑 “회사에 손실끼쳐”… 태광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안돼!” 옥상옥 설전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롯데홈쇼핑과 태광그룹 간 지배구조 관련 불만이 극에 달한 분위기이다. 공정위 신고까지 불사한 상황에서 이들의 아찔하고 불편한 동거가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기류다.
태광그룹은 롯데홈쇼핑을 두고 “곳간의 곶감 빼먹 듯 롯데그룹 계열사 부당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롯데홈쇼핑은 “대주주 횡포를 견제한다는 태광그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태광그룹과 롯데그룹은 사돈지간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작고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 故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로, 롯데홈쇼핑이 우리홈쇼핑이었던 시절 당시 태광그룹이 2대 주주가 되면서 두 기업간 막대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예상되던 시절도 있었다.
지분율 롯데홈쇼핑 53%, 태광산업 45%… 롯데홈쇼핑 '계열사 부당지원' 19년째 유지
롯데홈쇼핑은 오는 13일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재편을 예고했다. 이에 태광그룹은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연말 이사회를 통해 부결된 내부거래 확대 안건을 롯데홈쇼핑이 재의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태광그룹은 롯데홈쇼핑이 협약위반을 하고 있다 주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태광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통행세 신고’ 조사를 제기하기까지 했다.
태광그룹이 주장하는 협약 위반은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확보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2001년 롯데쇼핑과 태광산업은 TV홈쇼핑 추가 채널 사업권 확보를 위해 ‘디지털홈쇼핑’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협력해왔지만, 경쟁자였던 우리홈쇼핑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갈등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우리홈쇼핑 컨소시엄은 경방, 아이즈비전, KCC정보통신, 대아건설, 행남자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태광산업은 2006년 우리홈쇼핑 지분 약 45%를 확보하며 당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런데 롯데쇼핑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을 태광산업은 전혀 예측하지 못 했다. 한 달 뒤 롯데쇼핑이 기존 최대주주였던 경방의 지분 53%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좋은 사업 파트너’에서 정면 충돌하는 불편한 관계로 변해버렸다.
롯데쇼핑은 롯데홈쇼핑의 최대주주격이다. 태광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 등에서 보유한 상품을 롯데홈쇼핑 온라인몰에서 판매할 경우 롯데홈쇼핑은 롯데쇼핑으로부터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 동시에 롯데쇼핑의 제휴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다. 동시에 롯데홈쇼핑은 롯데백화점 등 롯데쇼핑에 입점해 있는 매장 임차인들에게도 임차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 같은 거래 구조가 사실상 롯데홈쇼핑이 롯데쇼핑에 수수료 형태로 지원하는 ‘부당 지원’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2006년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이후부터 약 19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라 태광그룹은 이 자체가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롯데홈쇼핑은 지난 2022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지원하려다 태광그룹의 반대로 1000억원 축소된 금액을 지원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올해 내부거래한도를 670억원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태광그룹 이사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 했다. 따라서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29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롯데홈쇼핑이 갑자기 내부거래를 확대하고, 롯데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롯데그룹 계열사를 부당지원 움직임에 주주로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당시 롯데건설의 1000억원 지원의 경우 롯데홈쇼핑의 일방적 결의로 이뤄진 것이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롯데홈쇼핑 주주총회는 태광그룹을 배제시키는 것으로 회사 자금을 멋대로 융통하려는 계획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롯데 5명, 태광 4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홈쇼핑 지분율은 53.5%이고, 태광그룹의 지분율은 45% 수준이다.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주총에서 롯데 측 추천 이사 4명이 모두 선임되고, 태광 측 추천 후보 3명 중 2명이 부결될 경우 이사회는 6대 3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롯데 이사들만으로 특별결의가 가능한 구도로 재편되면, 계열사 간 거래 확대나 거래 조건 변경 등을 추진해도 태광 측의 견제가 불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롯데그룹에서 롯데홈쇼핑을 현금인출기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며 13일 열릴 주총은 주주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견제기능을 상실시키겠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동걸 수 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지난 9일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제기한 신고에 대해 ‘조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심사관 전결로 심사절차 종료로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신고한 내용에 대해 “내용만으로 조사를 착수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태광그룹이 고심 끝에 공정위에 롯데홈쇼핑 통행세 조사 신고를 한 이유는 롯데그룹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롯데홈쇼핑 자금을 주주의 의결 등을 거치지 않고 멋대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태광그룹은 롯데홈쇼핑과 납품업체 간 직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롯데쇼핑의 중간개입으로 유통 마진을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 불개시 결정과 관련해 태광그룹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정위에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태광그룹은 “공정위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으면 검토한 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롯데홈쇼핑과 태광그룹의 동거가 불편하다는 사실은 법인명이 정식으로 교체되지 못 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법인명은 우리홈쇼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 인수된지 십수년이 흘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이 역시도 롯데홈쇼핑은 태광그룹이 반대하기 때문임을 내세웠다.
법인명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주총 특별결의 사항을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만이 통과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매번 태광그룹이 법인명 변경을 무산시키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사명변경은 단순한 브랜드 변경이 아닌, 지배구조와 독립성에 관한 사안이다”며 “현재 롯데와 태광이 지분을 거의 양분하고 있는 구조에서 사명을 ‘롯데홈쇼핑’으로 변경할 경우 롯데그룹의 유통채널처럼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태광그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은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내용은 주총에서 결정될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태광 측에서 말하는 협약위반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위반인지 묻고싶다”고 주장했다.
롯데홈쇼핑은 대주주 횡포를 견제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 없음을 강조하며 “무분별한 반대와 빈번한 외부 고발 등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가 더 큰 상황이다”며 “지금이라도 태광은 2대 주주로 책임감을 갖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줄 것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