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_비행선 01호] ​​​벚꽃이 아쉬운 이들을 위한 봄 선물 2選 : 당신의 그리움이 사실 설레임이라면?

마음속 하늘을 유영하는 음악 비행선(飛行船)으로, 인생의 항로까지 수놓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더하기 ​선율의 정수를 엄'선(選)', 듣는 감각의 '선(線)'을 이은 소리 궤도 이탈 '비행(非行)선' 이제 아쉬움은 없다. 벚꽃잎 즈려밟으며 더 화사한 봄날을 기대케 해줄 추천 (앨범)음악 2선

2026-04-27     양태진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화려한 봄날의 시작을 알리던 벚꽃이 그 절정을 지나 햇살 위를 구르며 쓸려가고 있는 지금, 여전히 넘치는 봄날의 기운이라지만 그 곱디 곱던 이파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로 춤추던 분홍빛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평소 봄을 기다려왔기도 모자라 벚꽃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예찬해온 나름 벚꽃지기라면 오죽할까. 이번엔 그저 숨 가쁘게 달리느라 미처 눈에 담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더욱그 아쉬움은 언급 조차 할 필요가 없을 터,

 

이에 그 허한 마음 속 창공을 다시금 자유로이 노닐, 그런 명쾌한 방법 하나쯤은 추천해줘야 마땅한 바, 그 일환으로 마련한 음악 비행의 첫 시간! 찰나의 미련조차 허락치 않을 그 선명한 분홍빛을 통째로(?) 머금은 선율들을 소개할까 한다.

그럼 눈은 활짝 열고 귓가의 이어폰은 바짝 꼽은 채로, 나만의 이륙을 서서히 감행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분홍빛 가로수 터널을 지나 뺨을 스치는 꽃비의 질감이 다시금 느껴질 지 모를 터. ​이는 또 어쩌면 그리스 신화 속 뮤즈*가 인간 세상에 건넨 축복과도 맞닿아 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것이 뭐가됐든 아쉬움은 옆 집 강아지한테 던져주고, 무르익어가는 봄의 정수(精髓)를 들으며 분홍빛 향기에 취해 보자. 취향 차이도 가지가지라지만 적어도 비행은, 누구나 흠뻑 매료될 만한 것이니까.

 

1. 영화 <Cousins> O.S.T앨범

눈과 귀를 사로잡은 영화를 통해 우린, 단순히 그 영화음악의 선율 하나에도 아름다운 기억과 분위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에 벚꽃잎의 기운으로 코끝을 향긋하게 찌르는 첫번째 음악, 그것은 바로 영화 <커즌스(Cousins)>의 OST 앨범이다.

​우리나라에는 개봉 당시 <밀애>라는 제목으로도 소개된 바 있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1989년작 <커즌스(Cousins)>는 찰나의 선택이 빚어낸 일생 일대의 파격적(?)인 사랑얘기를 담고 있는데, 다시 말해,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이라는 설정을 아침 햇살처럼 눈부신 순애보로 치환해 낸 것. 그러면서도 다소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으로 흘러갈라치면 어느새, 마치 벚꽃잎 흩날리듯 향기로운 생동감을 구현해 냈다.

그 두 연인 역을 맡은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테드 댄슨'은 엇갈리는 상황과 방해꾼들 속에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양산하며 소중한 감정의 궤도를 그려나가는데, 마치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보여주었던 그 달콤쌉싸름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처럼, 봄기운 완연한 야외 파티장을 주 무대로, 설렘의 시작에서 가장 행복한 마침표(?)를 향해 나아간다. 비록 현실의 잣대 아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도 보이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용기와 단호함은 벚꽃 지는 아쉬움을 잊게 할 만큼이나 강렬한 분홍빛 기운을 뿜어내는데, 

 

영화의 제목 'Cousins'처럼, 극 중 주인공 '마리아'(이사벨라 로셀리니 분)와 '래리'(테드 댄슨 분)는 본래 생판 모르는 남남이었으나, 마리아의 어머니와 래리의 아버지가 결혼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사촌(인척)'이자 의붓남매의 인연으로 엮이게 된다.

헌데 여기서 기막힌 반전 하나. 정작 불륜을 저지르는 쪽은 마리아와 래리 각각의 배우자들이었건만, 이들의 배신에 상처받은 마리아와 래리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가까워지자, 오히려 그 배우자들이 나서서 두 사람의 관계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촌극' 속에 첫 만남부터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떤 결말로 귀결될지...

그 팽팽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와중에도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소란스럽고 뻔뻔한 난장판 소음 속에서도 '안젤로 바달라멘티'는, 그런 복잡한 감정의 '실용(實用)'을 그의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선율로서 한 올 한 올, 두 사람의 진실한 감정으로 아름답게 엮여 낸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바달라멘티'는 늘 데이빗 린치 감독의 파괴적인 영상 곁을 지키는 그림자였다. 속삭이듯 격정적으로 울리다가 침묵할 줄 아는 섬세함. 그러다 몽롱한 불빛으로 선뜻 목을 조여오는데, 그런 긴장감과 서정적인 톤을 오가는 그의 음악은 영화 <블루 벨벳>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프렌치 혼을 비롯한 피아노의 애달픈 선율로 영화 <광란의 사랑>, <트윈픽스>로 이어지는 그의 음악은 이 영화 <커즌스(Cousins)>에서 또 다른 느낌으로 빛을 발하는데, 감독 '​데이빗 린치'와의 완벽한 조화로 그의 스타일은 자칫, 그 안에서 매몰될 위기에도 처하건만, 이 봄꽃 만발한 사랑 이야기 속 사운드트랙에서 만큼은, '안젤로 바달라멘티'만의 밝은 에너지를 한층 더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의 환희를 속삭이는 러브테마, 주인공 마리아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그녀의 테마,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진한 여운의 블루스를 차례로 선보이는 이 앨범은 사랑을 전하는 봄꽃 이미지 그 자체로도 대변될 수 있음을 증명함도 모자라, 첫 곡 'Overture'에서부터 'Maria's Theme'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벚꽃이 만개한 숲속 정원의 분홍빛 기운을 머금고 있다. 화사한 햇살 아래 터져 나오는 왈츠 같은 선율은, 사랑이 열매 맺기까지 두 남녀가 겪는 음표같은 우여곡절을 벚꽃 흩날리는 오선지 위에 하나하나 새겨 놓는데, ​이같은 <커즌스>의 영화 음악을 통해, 한 거장의 얼굴 뒤에 숨은 가장 다정한 미소를 꼭 한 번 확인해 보시길.

((본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유튜브에서 다음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그 벚꽃 만발한 화려하고도 달달한 실체를 바로 마주할 수 있다. - ​Cousins 1989 Soundtrack Angelo Badalamenti))

 

 

2. 영화 <4월 이야기> O.S.T

​흩날리는 벚꽃잎 사이로 새겨진 음표를 또 따라가다 보면, 이내 도착한 궤도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 (2000)>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상경한 새내기 '우즈키'의 낯설고도 두근거리는 ‘시작’을 담고 있는데, 사실 그녀가 굳이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을 택한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가 숨어 있다. 짝사랑하던 선배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4월의 햇살 만큼이나 투명하고, 갑작스레 쏟아지는 봄비처럼 예고 없이 관객의 마음을 적시는데

​그 가운데서도 영화 속 흩날리는 벚꽃은 역시나, 감독 '이와이 슌지'만의 감성 미학을 대변해 주는 것.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은 곧바로 이 코너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CLASSIC'이란 이름의 유닛이 맡았다는 사실. 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 본인이 작곡가 '기시우치 모에' 등과 결성한 프로젝트 팀으로 감독이 직접 곡 작업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이로써 영상의 빛깔과 소리의 온도가 이 영화음악의 선율에 완벽히 스며들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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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더 놀라운 점은, 영화 전체에 흐르는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여주인공 역의 '마츠 타카코'가 직접 소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곡들은 그녀의 맑은 이미지와 닮아 있어,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도쿄 무사시노의 정취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이 영화의 '인생 곡'으로 꼽기도 하는 'April Front'는 자전거를 타고 교정을 누비는 우즈키의 설렘을 담은 곡으로,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시작하다가 점차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의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소녀의 숨가쁜 보폭처럼.

이밖에도 이 영화 음악은 소리로만 가득 채우기 보단 '여백'을 두는 지혜를 발휘한다. 벚꽃잎이 바닥에 닿는 소리나 낯선 도시의 소음, 그리고 그 사이를 조용히 파고드는 피아노 소리 등, 음표와 음표 사이의 짧은 휴지기마저도 주인공 우즈키의 망설임과 용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그 벚꽃 흩날리는 음표 위에 하나하나 새겨져가는 수줍은 진심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곁에 남은 봄날을 더욱 더 기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본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유튜브에서 다음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4월의 아름다운 벛꽃이 빚어낸 서정적 음표들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 ​4월 이야기 OST. 또는 April Story OST April Front))

 

사실 우린, 꽤 오래 전부터 '빠른 출발'을 재촉하던 예전과 달리,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속도를 찾는 '느린 시작'의 가치에 주목해 오긴 했다. 하지만 학생이라면 새 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 여. 남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아 초조해지는 4월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져버린 벚꽃을 보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상실감을 느끼곤 하는데,

​부디, 이번 '음악 비행선'이 전하는 앨범 곡들로, 벌써부터 세상의 속도계에 지친 마음이라면 새해 처음 가졌던 열의 만큼은 다시금 불어 넣을 수 있길 바란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이륙이면 어떠한가. 벚꽃이 진 자리에 돋아나는 푸른 잎들처럼 우리의 인생도, 서로 다른 찬란한 2막이 미련없이 꽃피울 것을. 그럼 이제 그 아쉬움을 동력 삼아 오직 자신만을 위한 설렘으로 재이륙해 보자. 기억 속에 지지 않는, 그 향긋해 마지 않던 벚꽃의 향연처럼. [시사캐스트]

 

지는 벚꽃이 아쉬워 마음이 시리다면, 그건 당신 안에 아직 못다 핀 설렘이 남아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뮤즈(Muse): 그리스 신화에서 학예(學藝)와 시, 음악 등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여신.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오늘날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존재나 그 근원을 상징한다. 영어 단어 'Music(음악)'과 'Museum(박물관)'의 어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