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골방(?) 마다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①
귓속 하늘을 유영하다 인생의 항로까지 수놓는 나만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더하기 선율의 정수를 엄'선(選), 듣는 감각의 '선(線)'을 잇는 소리 궤도 이탈 '비행(非行)선' 로버트 팔머의 ‘Addictions’와 코어즈의 ‘Talk on Corners’로 고독의 주파수를 맞추다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1인' 섬들이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군도(群島)*다. 통계청의 메마른 숫자들을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늦은 저녁의 퇴근길, 집집마다 불꺼진 원룸의 도어락이 열리고 그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고독함의 공기는 사방을 채우고도 남는 현실.
바야흐로 '1인 가구 천만의 시대'.(사실상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상 1인 세대가 1,000만 세대를 넘어섰건만, 통계청이 집계한 실제 1인 가구는 약 800만 가구 수준이다.)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누구와도 단 1초 만에 닿을 수 있는 초연결의 시대에 살건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지독한 '소통 불능'과 '자발적 고립'의 늪에 빠져 있다.
*군도(群島): 바다 위에 무리 지어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집합.
이들의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은 사실, 단순한 심심함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정서적 결핍이자,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깊고도 기묘한 갈증에 가까운 것.
이에 이번 음악 비행선의 두 번째 항행(航行)*에서는 이 지독한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 불능 사이의 서사를 관통하는 두 장의 위대한 음반을 매칭해 보려 한다. 1970년대 말의 뜨겁고도 날것 가득한 아날로그적 도파민 중독(?), 그리고 1990년대 말의 서정적이면서도 시리고 달큰한 아일랜드식 고립. 이 두 시대의 음악이 품은 주파수는 정확히 2026년의 현재, 대한민국의 외로운 골방들을 정조준할만 할 것이다.
*항행(航行): 배나 비행기로 바다 혹은 하늘의 길을 나아가거나 건너감.
Part 1. "의사 선생님, 나한테 맞는 처방전을 줘요!" - '로버트 팔머'의 뜨거운 도파민 중독
첫 번째로 비행선이 날아갈 좌표는 1989년에 발매된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의 기념비적인 베스트 앨범 <Addictions: Volume 1>이다.
팝 역사상 가장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능청스럽게 넘나들던 '블루아이드 소울'의 거장, '로버트 팔머'.
그는 포마드로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에 칼 같은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록, 블루스, 레게, 신스팝, 그리고 재스 스탠다드까지 기묘하게 융합하던 와중,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또 한 번의 앨범 타이틀 'Addictions(중독)'라는 한 단어로 요약해버리는데,
그 앨범 커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묘한 탐닉(?)의 미소는, 곧장 앨범 내 곡들과 하나 둘 맞물리면서 문명 속 인간들이 필연적으로 앓게 되는 '중독'의 단면들을 조금씩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트랙이자 그의 황금기를 견인했던 메가 히트곡, <Bad Case of Loving You (Doctor, Doctor)>의 독보적인 후크는, 당시 전 세대를 관통하는 것도 모자라, 한 영리한 리듬의 변주가 어떻게 시대를 초월해 그 생명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는지 그 위대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마는데,
직관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조 속에서 귀에 단숨에 들어와 박히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역시나 '로버트 팔머' 특유의 거칠고 시원시원한 창법과 도킹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청각적 쾌감에 더해 가사의 행간까지 음미하다 보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에 또 다른 차원의 묵직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감출 수 없건만
"Doctor, doctor, give me the news
I've got a bad case of loving you!"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절 진단해 주세요.
난 당신을 사랑하는 아주 몹쓸 병에 걸렸단 말이에요.'
- <Bad Case of Loving You>의 후렴구 도입부
그 파문이란, '로버트 팔머'가 마이크 스탠드를 부서져라 붙잡고 터트렸던 '사랑'이라는 날것의 절규가, 2026년 현재 스마트폰이라는 작고 얇은 사각형 감옥(?) 안에 갇힌 현대인들의 지독한 '도파민 중독'과도 소름 돋을 정도로 절묘하게 치환 가능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는 홀로 남겨진 방 안의 지독한 적막을 견디다 못해 끊임없이 디지털 피드라는 '의사(Doctor)'에게 나를 달래줄 자극적인 영상과 텍스트라는 '뉴스(News)'를 갈구하고 있진 않느냐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현상들을 더 뛰어넘어, 내 외로움을 아주 철저하고도 완전히 마취시켜 줄, 달콤한 '확증 편향'*과 '숏폼의 자극'만을 처방해 달라 애걸복걸하는, 그런 쓸쓸한 초상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
* 확증 편향 :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적 오류.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말한다.
어찌됐든 이외에도, 이 앨범 속을 더 깊이 유영하다 보면, 6집 'Clues'의 대표작 <Johnny & Mary>가 '로버트 팔머'만의 선구적 심미안을 증명하듯 차갑고도 미니멀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의 반복 비트 미학으로 대도시 속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서늘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반면,
1980년 가을에 발매된 6집 기반의 <Looking for Clues>는 불안과 변덕 속에서도 상대방에게 닿을 수 있을 만한 해답(단서)을 필사적으로 찾아내려는 심정을 훵키하고 위트 있게 수놓고 있다. 이는 소통의 부재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현대인의 심리 또한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이처럼 고독의 단면을 포착해낸 명곡들이 앨범 전반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오늘날 외로움과 결핍에 물든 우리의 어깨를 가장 리드미컬한 방식으로 다독여주는 이 '로버트 팔머'만의 음악적 위로를 통해, 잠시나마 깊은 고독의 무게를 덜어내고 메마른 내면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인간이란 시대를 불문하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의존하고 처방받지 않으면, 한 순간도 스스로의 고독을 지탱하지 못하는, 그런 아주 취약한 존재니까 말이다. [시사캐스트]
(Part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