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큐브(?) 안으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② (上)
귓속 하늘을 유영하다 인생의 항로까지 수놓는 나만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더하기 선율의 정수를 엄'선(選), 청각의 '선(線)'을 잇는 소리 궤도 이탈 '비행(非行)선' 로버트 팔머의 ‘Addictions’와 코어즈의 ‘Talk on Corners’로 고독의 주파수를 맞추다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로버트 팔머'가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온 몸으로 울부짖으며 극적인 처방을 갈구했다면, 두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그런 고독함을 다소 차갑고도 서정적인 선율로 받아치고 있다.
홀로 방치된 큐브(Cube) 속에서 터져 나올 만한 외로움과 소통이 단절된 내면을 고쳐야 할 것으로 규정했던 그 거칠고도 신명나는 리듬 대신, 이들이 택한 방식은 그리 요란(?)한 구석이 많진 않은 것.
핏줄이라는, 가장 단단(?)하고도 친밀한 세계로 묶인 이들 그룹은 1인 가구의 큐브 문을 억지로 개방하려기보다, 닫힌 문틈 사이로 그들 만의 주파수를 잔잔하고도 산뜻한 방식으로 슬그머니 밀어 넣는데
친남매이자 친자매 관계인 이들의 선율은 타인과의 완전한 결속을 꿈꾸다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선사한다. 닿지 못할 말을 허공에 흩뿌리듯, 그 연주와 가사의 몸짓엔 천만 큐브마다 가득 차 있을 '소통에의 미련'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 그럼 이제 다소 뜨거웠던 열기를 식히고, 이들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서글픈 어긋남의 미학을 들여다보자.
Part 2. "우리는 왜 같은 공간에서 엇갈린 말들만 내뱉고 있는가?" — '코어즈'의 서글픈 모퉁이 끝 대화
전 세계를 아일랜드의 서정성으로 물들였던 가족 밴드, '더 코어즈(The Corrs)'. 맏오빠 '짐 코어'(기타 · 피아노 · 보컬)와 그의 여동생들인 '샤론 코어'(바이올린 · 보컬), '캐롤라인 코어'(드럼 · 보란 · 보컬), 그리고 막내 '앤드리아 코어'(보컬 · 틴 휘슬)로 구성된 이들 4남매는 데뷔 앨범 <Forgiven, Not Forgotten>을 발매하며 1996년 화려하게 등장했다.
'보란', '틴 휘슬'과도 같은 신비로운 전통 켈트 악기로 세련된 팝 록 감성을 더한 이들의 매혹적인 음악은, 전 세계 4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지난 30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는데
이 중 특히나, 맑고 신선한 바람이 정체된 도시 속의 찬 공기에 스며들듯, 아름답고 산뜻한 선율을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한계'라는 쓸쓸한 현대인의 정서에 녹여낸 창작의 흔적들이 눈에 띈다. 어느 한 음도 가볍게 겉돌지 않는 가운데 멜로디의 결마다 인간 관계의 깊은 질감이 충만하단 얘기.
이러한 소통과 고독의 서사는 마침내 정점에 달하면서, 영국과 호주, 아일랜드 차트를 대대적으로 강타했고 그 명반이 바로, 이들의 2집 앨범 <Talk on Corners>다.
여기서 'Talk on Corners'를 직역하면 '모퉁이에서의 대화'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서로를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한 채 길모퉁이에 비껴 서서 온전히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소통 불능을 상당 부분 은유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같은 공간 안에 머물면서도 끝내 등 돌릴 수밖에 없는 고독의 정서가, 이 앨범을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적 줄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이 명반의 정점이자 '코어즈'를 세계 정상의 팝 밴드로 끌어올린 메가 히트곡, <What Can I Do>가 있다. 청량하면서도 달콤한 웰메이드 팝 사운드로 기억되는 이 곡은, 한 꺼풀 더 벗겨내어 가사를 들여다보면, 아주 큰(?) 위로가 필요한 고립의 순간들을 목도하고 있는데,
"I haven't slept at all in days
(난 요 며칠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어요.)
It's been so long since we have talked
(우리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눈 지도 정말 오래되었네요.)
And I have been here many times
(난 언제나처럼 매번 이 자리에 머물러 서 있는데,)
I just don't know what I'm doing wrong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What can I do to make you love me?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까요?)
What can I do to make you care?"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내게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줄까요?)
이 애절한 고백은 단순한 연인 사이의 권태기를 넘어, 수천 명의 랜선 관계와 '좋아요'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정작 밤이 오면 진정한 내 편 하나 없어 끝내 불면과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일부 1인 가구들의 처절한 독백과도 나름 일치하는 듯 보인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나직이 자책하는 '안드레아 코어'의 투명하고도 슬픈 음색은, 가상의 연결망 속에서 끝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지만, 결국 온전한 유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현대인의 무력감 또한 대변하고 있는 것.
같은 앨범 내 또 다른 서정적 명곡 <Only When I Sleep> 역시 '큐브'마다에 가득 들어차 있는 외로움을 꿈이라는 가상 세계로 아름답게 포착, 눈을 뜨고 있는 현실 세계에선 결코 타인에게 닿지 못하고 오직 잠든 꿈속에서만 완벽한 소통과 유대의 온기가 가능하다는 비극적 서사를 공유하며 고독의 깊이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