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독해?” 당신의 지갑 얇게 하는 AI 서비스의 명암

2026-07-11     이아름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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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4월 챗GPT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34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제미나이는 845만명, 클로드는 241만명으로 나란히 최대치를 새로 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는 국민의 44.5%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경험했고, 유료 구독률은 7.9%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물가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오는 12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를 2025년 기준으로 개편하며 AI 구독료를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저장 공간 이용료, 소프트웨어 구독료와 함께 챗GPT·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구독료가 새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소비자물가 반영 품목은 올해 기준 약 460개다.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만큼, 앞으로는 해외 빅테크의 요금 정책이 한국 물가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에는 밀키트, 샐러드 등 1인 가구 관련 외식 품목도 새로 포함됐고, 고사리·도라지 등 전통 식자재는 빠졌다.

구독 시장 안에서도 지형 변화가 뚜렷하다.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구독 경제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생성형 AI 구독률은 전년 대비 8.4%포인트 올라 9개 카테고리 중 상승폭 1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도서·웹툰 등 콘텐츠 멤버십은 같은 기간 5.7%포인트 빠지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AI 구독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속도만큼, 기존 미디어 성격 멤버십이 밀려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부담이다.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AI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며 월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챗GPT 플러스, 클로드 프로,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퍼플렉시티 프로 등 주요 서비스는 대부분 월 20달러(약 2만7000원) 안팎이다. 

두세 개만 함께 구독해도 월 6만원, 연간으로는 70만원을 훌쩍 넘긴다. 여기에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아이클라우드 같은 기존 구독료까지 더해지면 가계 고정비 부담은 한층 커진다.

이런 부담은 미국에서 먼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생성형 AI에 비용을 지불하는 미국 가구 비율은 한 해 만에 약 155% 늘었다. 다만 전체 가구 중 비중은 아직 약 2%에 그치고, 대부분 고소득 가구에 몰려 있다. 한번 가입하면 오래 유지하는 경향도 있어 평균 구독 기간은 약 7개월에 달한다. 

요금 구조를 보면 표준 요금제는 월 20달러 안팎, 저가형은 월 5~8달러, 헤비 유저를 겨냥한 상위 요금제는 월 100~300달러 수준으로 나뉜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 한 명의 연산 비용은 월 5~10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하루 종일 AI를 돌리는 일부 헤비 유저는 월 200달러를 내면서 3만5000달러어치를 쓰기도 한다. '무제한'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무제한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격차 때문에 업체들은 요금 체계를 바꾸고 있다. 무제한 정액제 대신 사용량만큼 값을 매기는 계량제(metered) 방식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구글은 하루 사용 상한을 없애는 대신 사용량에 따라 크레딧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요금제를 바꿨다. 가정도 이제 자신이 AI를 얼마나 쓰는지 직접 살펴야 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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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독 확산이 개별 가계의 지갑 문제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5일 생성형 AI와 OTT 등 해외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급증으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서비스수지는 102억5000만달러(약 15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과 개인이 해외 사업자에 지급하는 구독료, 소프트웨어 사용료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관련 적자 규모는 2023년 55억9000만달러(약 8조6000억원)에서 내년 206억3000만달러(약 3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4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소는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원화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개별 이용자의 자동결제가 매달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누적되면, 국가 단위의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결론이라기보다 구조적 가능성에 대한 분석에 가깝다. 

국산 AI 서비스가 국내 이용자에게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소버린 AI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연구소 측 시각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