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필로폰에 이어 ‘좀비담배’까지...에토미데이트 확산에 마약 대응 비상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로 유입되려다 적발된 마약류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의료용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까지 불법 유통망에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가 신종 마약 범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총 767건으로, 무려 1007kg에 달한다. 이는 3358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규모로 추산된다. 단순 경유하지 않은 국내 유입목적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적발 규모다.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중량은 대형 밀수 사건 감소 영향으로 62%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필로폰과 대마 등 전통적인 마약뿐 아니라 의료용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까지 불법 유통망에 등장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유통 경로로는 항공여행자를 통한 마약 밀반입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자 경로를 이용한 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가 79%, 중량은 23% 증가했다. 세관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에 대해 100% X-ray 검사를 실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단속을 피하기 쉬운 여행자 경로로 밀수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밀수 수법도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기존 수법인 신체 은닉과 휴대품 위장, 기탁 수하물 이용은 물론 인천공항 단속 강화에 따라 대구·청주 등 지방공항을 경유하는 우회 밀반입 시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입 국가별로는 태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태국은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대 적발 국가로 기록되고 있으며, 영국은 항공여행자를 통한 케타민 42kg 적발 사건 영향으로 두 번째로 많은 적발량을 기록했다. 베트남 역시 야바(Yaba) 대량 밀수 사건 등의 영향으로 상위권에 포함됐다.
품목별로는 필로폰과 대마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최근 들어 케타민과 에토미데이트 등 신종 합성마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태국·캄보디아·인도발 국제우편 등에서 에토미데이트 7건, 총 4.3kg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에토미데이트, 반복 사용 시 인체에 치명적으로 작용
정맥 주사용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는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관리가 강화된 물질이다.
이 약물은 원래 전신마취 유도에 사용되는 의료용 의약품이지만, 최근 프로포폴 대체 목적으로 불법 투약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오남용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 2023년 발생한 이른바 '람보르기니 흉기 난동 사건' 운전자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혼합해 흡입하는 이른바 '좀비담배' 형태까지 등장하면서 오남용 우려가 커졌다.
전문가들 역시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이 심각한 건강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반드시 의료진의 엄격한 관리 아래 사용돼야 한다고 경고한다.
에토미데이트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강한 진정 효과가 있지만,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의존성이 생길 위험이 크다. 또한, 과다 투약 시 의식 저하, 호흡곤란, 저혈압, 경련, 기억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다른 약물이나 알코올과 함께 사용할 경우 호흡 정지나 심정지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마약 범죄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며 청소년 마약사범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발된 마약밀수 사범 가운데 30대 이하가 전체의 59.3%를 차지했으며, 10대 비중도 2%까지 증가했다.
최근 SNS와 텔래그램, 다크웹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청소년들의 마약 접근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던지기 수법’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거래가 늘면서 단속 사각지대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 마약예방교육 강화에 총력
정부와 지자체는 마약 범죄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일상 속으로 파고든 사회적 문제로 판단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마약예방교육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학교뿐 아니라 학교밖청소년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하고 외국인의 사용 언어로 예방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청소년과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효율적 마약예방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기관 간 교육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필요사항과 향후 중점 추진 방향 등을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올 하반기부터 이온스캐너, 라만분광기,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등 첨단 장비를 확대 도입해 여행자 신변과 휴대품, 기탁 수하물에 대한 다중 검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올해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마약 대응팀'을 중심으로 의료용 마약류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자치구와 함께 에토미데이트 취급 의료기관 77곳을 점검한 결과, 15개 기관에서 총 18건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위반 유형은 재고량 불일치, 저장시설 점검부 미작성, 마약류 취급 보고 누락 등이었으며, 시는 경고와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및 고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집중도가 높은 교육극 또는 게임 기반 학습교구를 활용해 학교와 학교 밖 청소년의 참여형 교육 등을 지원 중이다.
교육부도 올해 하반기에 학교 수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마약류 OX 퀴즈, 퍼즐 등 참여형 교구를 개발해 각 기관에 제공한다.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료용 마약류 4종에 대한 교육 영상 등을 제작해 마약 청정 대한민국 누리집을 통해 제공한다.
성평등가족부는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등록한 청소년 대상 기초소양 교육으로 마약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 마약류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에서 2회 이상 필수교육으로 강화했다.
법무부는 조기적응프로그램을 통해 입국 초기 외국인에게 해당 외국인의 사용언어(중국어·베트남어 등 18개 언어)로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에게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시민교육 등을 지속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는 외국인과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증가함에 따라 전국 교정시설 내 다국어로 제작된 교육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식약처와 함께 소년교도소에서 교정기관 최초로 예방교육 뮤지컬을 상연하는 등 수용자에 대한 예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기관 간 긴밀히 협력하여 국민이 마약류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스스로 거절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