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중처법 4년, 사업장은 얼마나 안전해졌나

2026-09-10     이아름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한 법이다. 과도한 처벌이라는 재계의 반발과 실효성이 없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통과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국회입법조사처가 법 시행 목적이 달성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4년 10월 1일부터 2025년 8월 20일까지 10개월간 대상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조사 대상에 오른 사건은 총 1252건이다. 이 중 73%인 917건이 여전히 수사 단계에 묶여 있었다.

기소까지 걸리는 시간도 아득했다. 검찰 기소 건의 74%(90건)가 1년 이상 걸렸고, 평균 소요 기간은 655일이다. 고용노동부 송치에만 418일, 이후 검찰 기소까지 200일이 추가된다. 사고 발생 후 책임자가 법정에 서는 데만 2년 가까이 소요되는 구조였다.

처벌도 무뎠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 사건(3.1%)의 3배를 웃돈다. 집행유예 비율은 85.7%로 일반 형사 사건(36.5%)의 2.3배다. 유죄 판결을 받아도 십중팔구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뜻이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47건 중 42건이 집행유예였으며, 실형 평균 형량은 1년 1개월에 그쳤다. 법인에 부과된 벌금 평균은 7280만 원으로, 영국 기업살인법 평균 벌금액(약 7억 6816만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현장의 체질 개선도 미미했다. 안전보건 조직, 작업 방식, 위험 노출도 등 물리적 환경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경영진의 인식 개선이나 전담 부서 신설 등 일부 변화는 포착됐지만, 안전 체계 구축보다 법적 방어막을 치는 데 공을 들이는 기형적 현상이 심화됐다. 대형 로펌 선임 건수는 2023년 1건에서 2024년 7건, 2025년 7월 기준 9건으로 급증했다.

법 집행이 느리고 처벌마저 미온적이다 보니 일터의 비극도 꺾이지 않았다. 법이 시행된 2022년 483건(사망자 510명)이던 사망사고는 2023년 449건(459명), 2024년 411건(443명)으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2025년 들어 440건, 사망자 457명으로 다시 반등했다. 처벌의 칼날을 세웠다지만 사망 사고 감소세는 지속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한 셈이다.

이처럼 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팽배해지자 사법부도 칼을 빼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6월 발생한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이다. 리튬 1차전지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서는 사고 이틀 전에도 전해액 주입 후 발열 폭발이 일어났고, 2021년과 2022년에도 유사 사고가 반복됐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단순 불량으로 치부했다. 결국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배터리 연쇄 폭발이 터지면서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직접적인 발화 원인이 아닌, 경영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위험의 징후들이었다. 비상구 문에 보안 장치를 걸어두거나 가벽을 설치해 대피를 막은 점, 피해자 대다수인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전무했다는 점을 치명적 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대표이사는 바지사장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법원은 주간 업무보고 수령 및 자금·인사 결정 정황을 근거로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봤다. 2025년 9월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징역 15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최고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처럼 징역 15년이라는 벼락같은 엄벌을 내렸음에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참사의 비극이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로 몰리는 ‘구조적 외주화’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피의자의 42.9%가 원청 사업주지만, 정작 목숨을 잃는 쪽은 늘 하청과 파견 인력이다. 아리셀 참사 역시 피해자 대부분이 파견 노동자였으며, 법원도 교육 부재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원청이 위험을 하청에 넘기고, 하청이 이를 다시 파견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법 시행 4년 동안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징역 15년이라는 벼락같은 판결도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위험을 외주화하는 기업들의 셈법을 바꾸지 못했다. 법 시행 4년, 처벌의 칼날은 날카로워졌을지 몰라도 일터의 위험은 여전히 가장 약한 곳으로 유예되고 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