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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미생 시즌2, 제 2의 돌풍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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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미생 시즌2, 제 2의 돌풍 일으킬까?
  • 권지나 기자
  • 승인 2015.10.15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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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보증수표 미생 윤태호 작가 인터뷰

(시사캐스트, SISACAST= 권지나 기자) 직장만화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배경으로 지난해 10월 제작돼 수많은 명대사를 낳으며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 작가의 웹툰 ‘미생 시즌2’이 시즌1가 마무리된 지 약 2년4개월 만인 오는 11월 중순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생은 “말단 직원부터 고위직까지 생존을 위한 분투는 모두가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 미생이며, 모두가 완생을 꿈꾸며 자신 만의 바둑을 두고 있다”는 위안을 안겨줬다.

2013년 기준 누적 조회수 10억 건을 넘긴 이 원작 웹툰은 지난해 10월 20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임시완을 비롯, 변요한 강하늘 강소라 김동식 등 라이징 스타들을 배출했다.

드라마는 2014년 가장 성공한 원소스멀티유스(OSMU) 사례로 콘텐츠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을뿐 아니라 주인공 ‘장그래’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이름을 빌려주며 사회적 파장을 입증하기도 했다. 만화가 윤태호(46)가 이 작품으로 국민작가로 부상한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런 가운데 윤 작가는 “드라마와 상관없이 시즌1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윤태호 작가와의 일문일답.

Q. ‘미생’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작가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콘텐츠 산업 내부에서도 많은 성취를 이뤘다. 책임감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시즌2를 연재하게 됐다.

“책임감도 책임감인데,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만화를 그려야 할 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애초 웹툰 독자뿐만 아니라 원작과 드라마를 모두 본 사람, 드라마만 본 사람까지 다양하다. 실제 배우들의 외모나 행동, 발성과 톤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고 그것이 만화에서도 유지되길 바라며, 나아가 팬덤이 생긴 배우 때문에 시즌2를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상황이 내겐 지옥 같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드라마와 무관하게 시즌1을 이어갈 것이라고.”

Q. (장그래의 정규직 남녀동료) 장백기와 안영이의 ‘썸’을 기대해도 되나.

“내 만화에는 기본적으로 ‘썸’이 없다. 내 만화에서 일은 제3의 캐릭터다. 일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것은 그리고 싶지 않다. 장그래가 사장이 될 일은 없다라든지, 장백기와 안영이의 관계를 약속할 일도 없다? 그렇게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게 내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달달한 연애묘사는 없다는 것이다. 그걸 묘사할 필요성을 못느끼니까. 기본적으로 드라마와 만화는 애초 닿고자하는 지점이 다르다. 만화가 개인사에 집중돼 있다면 드라마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캐릭터도 원작보다 살이 덧붙여졌다. 드라마에서 어떤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그려졌다고 그 캐릭터를 일부러 갖다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이야기가 요구하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Q. ‘미생’이후 작가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고, 강연부터 여기저기서 부름도 늘었다. 하지만 창작 자체는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소박하다. 달라진 현실과 소박한 작업 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있나?

“사실 시즌2 연재를 앞둔 지금 시즌1을 연재할 때처럼 불안하다. 결코 자신만만해 하지 않는다. 새 작품을 연재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시쳇말로 등 떠밀려서 연재를 시작하게 됐는데, 자신만만하지 않은 상태인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본다.”

Q.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주제나 질문을 품고 시작하는 것으로 아는데, 시즌2의 질문은 무엇인가.

“시즌1에서는 직장생활에 대한 추상적이고 사색적인 고민을 했다면 시즌2에서는 좀 더 디테일로 들어간다. 각론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총3부로 구성된다. 1부는 회사의 경영 문제를 다룰 것이다. 중소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어 어떻게 쓰는지를 재무제표로 볼 것이다. 2부는 그 돈을 벌게 해주는 일에 관한 것이다. 일이 어떻게 기획돼 어떤 과정을 통해 성사되는지 그 과정이 해외출장을 통해 다뤄진다. 3부는 연애가 아닌 결혼에 관한 고민을 다룰 계획이다. 결혼에 대한 직장인들의 태도나 빚을 지는 문제 등 결혼 풍속도가 담겨질 것이다.”

Q. 2부에서는 요르단 중고차 수출사업이 다뤄지나.

“장그래가 맡게 되는 요르단 사업뿐만 아니라 신인 4인방이 해외 출장 가는 일들이 생기는데, 각자 어떻게 일하는가가 다뤄진다. 대기업의 출장 메커니즘이 있고, 중소기업의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 부분도 다루고 싶다. 또 해외출장이라는 게 낭만적으로 보이나 얼마나 낭만적이지 않은지, 또 회사를 대표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그런 얘기들이 다뤄진다. 요르단은 1부 끝난 뒤 다시 갔다 올 예정이다. 그때 장그래의 동선 그대로를 따라가 볼 것이다. 장그래가 묵을 법한 호텔에서 묵고 실제 그 나라에서 쓰는 무역관련 용지나 서류, 서식도 다 받아올 예정이다.”(요르단은 공교롭게도 윤 작가의 아버지가 1980년대에 돈을 벌러 갔던 나라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2년 주한요르단대사관의 초청으로 요르단을 방문했는데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 속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Q. 연애가 아닌 결혼이야기라고 못 박는 이유는.

“연애라고 하면 ‘썸’ 타는 이야기로 오해하니까. 다들 결혼적령기니까 결혼이슈가 있을 것이다. 전부 다 결혼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도 장그래를 비롯해 한석률, 장백기, 안영이 등 신입 4인방과 (장그래의 직속선배) 김대리까지 다섯 명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다.”

Q. 새로운 인물도 등장하나?

“물론이다. 오차장과 김대리, 장그래가 함께 일하게 된 회사에서도 새로운 팀을 세팅해야 하니까. 또 신입4인방이 3년차가 되니까 그들에게도 후임이 생긴다. 각자 스타일대로 후임을 다루게 되는데 그 방식을 통해 자신들이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가 드러날 것이다.”

Q. 시즌1에서는 한국의 조훈현과 중국의 녜웨이핑의 대국이 다뤄졌다. 시즌2의 매화 에피소드를 여는 대국은 확정됐나.

“아직. 이창호 9단이 스승 조훈현의 타이틀 중 처음으로 가져온 최고위전 결승 최종국을 할까 생각했는데 262수가 돼서 그럼 연재가 3년을 훌쩍 넘겨 다른 대국으로 고려하고 있다.”

Q. ‘미생’ 등 자신의 작품과 캐릭터를 어떻게 보길 바라나?

“각각의 캐릭터들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발견하길 바란다. 타인의 평가에 주눅 들지 말고 힘내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린다.”

미생 윤태호 작가 그는 누구인가…장그래의 '성실함', 오차장의 '책임감' 두루 감지

만화가 윤태호(46)는 자신의 히트작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보다는 연배가 비슷한 ‘오 차장’에게 더 많이 자신을 투사했다. 윤 작가에게서는 장그래의 성실함과 내향적 성향, 오 차장의 책임감이 두루 감지된다.

기본적으로 장그래처럼 내성적인 그는 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결핍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만화계 일에 앞장서는 외향적 인물이기도 하다. 누룩미디어 대표로 소속작가 강풀의 악플 소송 건을 챙기면서 허핑턴포스트에 한국 웹툰 연재 상황을 점검하고, 틈틈이 만화계가 돌아가는 사정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서는 오 차장처럼 책임감이 큰 ‘만화인’ 윤태호가 보인다.

또 ‘창작인’ 윤태호 특유의 집요함과 성실함도 여전하다. 최근 에버노트 애용자로서 초청강연을 한 윤씨에게 기록은 일상이다. 데뷔 초 스토리 창작실력을 키우려고 드라마 ‘모래시계’ 극본을 필사하고 소설가 이문열과 조정래의 작품을 연대 순으로 읽기도 했다.

이후 사회 비리와 부패의 근원, 작동 메커니즘을 파헤친 ‘내부자들’을 할 때는 엑셀에 캐릭터 연표를 만들었다. 1976년 신안 앞바다 보물을 차지하려 모인 악당들의 분투기를 담은 ‘파인’을 준비하면서는 에버노트에 당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과 사고 기사를 모조리 스크립해 놓고 봤다.

‘미생’의 디테일은 이미 알려진대로 종합상사에 다니는 취재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질문하고 추려낸 결과다. 그 덕에 직장생활 무경험자가 어떻게 그렇게 직장인의 생리나 속내를 속속들이 아는 지 감탄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인’ 연재를 마치고 ‘미생 시즌2’ 연재를 앞둔 요즘, 그는 영화 ‘내부자들’ 개봉에 맞춰 프리퀄 웹툰을 가볍게(?) 작업 중이다. 4권의 국내외 소설·비소설을 돌려 읽고 있는 이유다.

다들 완독을 못한다고 해서 왠지 꼭 끝을 보고 싶은 ‘총, 균, 쇠’와 은희경의 소설 ‘마이너 리그’, 소리 내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던 김훈의 ‘칼의 노래’ 그리고 등장인물 관계도를 꼭 정리해야 읽을 수 있는 외국소설 한 권까지, 마치 무림의 고수처럼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물론 겸손(?)이 몸에 배인 그는 이 모든 것을 어떤 ‘강박’에 입각한 행위로 규정하지만 말이다.

일중독자라는 지적에는 “양보할 일정이 없다”며 “모든 게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Q. 작가의 권익을 위해 누룩미디어를 만들었고 만화평론의 필요성에 공감해 에이코믹스를 공동 론칭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현재 기존 출판만화작가와 웹툰작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데 통합 과정에 윤 작가의 공이 컸다고 한다.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아이디어는 많이 가지치기했다. 낭만적인 상상을 하는데, 내 일이 잘 돼서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건강한 사이클이 형성된다면. 누룩미디어나 에이코믹스도 그런 관계인데, 힘닿는 데까지 해서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욕망이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고 뛰어다닌다. 양보할 일정이 없다.”

Q. 오 차장이 장그래를 챙기듯, 만화계 중진 작가로 후배들을 챙기려 하나.

“내가 뭔가 해서 잘 됐을 때 그 열매가 다 내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만화계 선배들이 갈고닦아 유지했기 때문에 내가 받는 인센티브가 있다. 당연히 후배들도 그런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웹툰의 경우 나는 후배들이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 무혈입성했다고 본다. 때문에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다. 예전에 청소년보호법 시위할 때 김수정 선생이 매일 나와서 둘리 캐릭터 사인회를 해줬다. 그렇게 후배들에게 당장 직접적인 무엇을 해주기보다 무형의 무엇이 좋아지게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

Q. 장그래는 참 성실하다. 요즘 성실의 미덕이 많이 바랬는데, 이 친구의 성실이 일꾼의 기본을 상기시켜준 면이 있다.

“나는 제일 싫은 게 업무스킬을 성실하게 닦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기 일을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 차장이 장그래를 챙긴 것도 단지 불쌍해서가 아니다. 스킬은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노력하니까 챙겨준 것이다. 장그래처럼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다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분류해도 되지 않느냐는 거지. 게으른데, 단지 젊다는 이유로 다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일 잘하는 사람과 성실한 사람 중 택하라면.

“성실해야 일 잘한다고 본다. 한 조직이 꾸준히 가려면 성실이 재능보다 우선이라고 본다. 물론 그 일을 왜 못하는지 알아볼 수는 있다. 그 사람에게 안 맞는 일이라면,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

Q. 명대사를 대량 방출했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명대사가 있나.

“간지러운 질문이다. 답할 수 없다.”

Q. ‘미생 시즌2’를 앞두고 문득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궁금해졌다. 미생이 직장인들의 어떤 점을 건드렸다고 보나.

“그것도 답하기 어렵다. 과거 비슷한 질문을 받고 이런저런 답을 했는데, 지나고 나면 그게 답이 아닌것 같아서다.”

Q. 미생은 시즌2로 끝나나.

“현재로선 아무 생각 없다. 시즌2도 시즌1 연재하면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해봐야 알 것 같다. 애 아버지가 된 장그래까지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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