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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비극… 어느 잠수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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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비극… 어느 잠수사의 죽음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6.06.2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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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세월호 의인 故김관홍 잠수사 발인 애도 물결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정인 기자) 기상 악화로 세월호 인양 시기가 8월 이후로 늦춰진 가운데 끝나지 않은 또 다른 비극이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가했던 김관홍(43)씨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비닐하우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5분께 김씨가 거주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닥에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2시15분께 대리운전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이후 혼자 1시간여 동안 혼자 술을 마셨고 3시50분께 갑자기 옆으로 쓰러졌다. 김씨는 귀가해서 쓰러지기 전 지인에게 “다음 생에서 보자” 등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술을 마시는 도중 뭔가를 입 안에 털어 넣는 것을 확인, 지병 여부 등도 조사 중이다. 외부침입 흔적이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월호 수색작업에 민간잠수사로 투입돼 활약을 벌인 고 김관홍씨는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해경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진술을 하는 등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다. 올해 4·13총선에서는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 캠프에서 수행비서 역할을 맡아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잠수병이 생겨 잠수부를 은퇴한 고인은 대리운전과 화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발인은 1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서울시립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해 고인이 수행비서를 맡았던 ‘세월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운구행렬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인의 자택을 들른 뒤 서울시립벽제승화원으로 향했다.

정치권의 애도도 이어졌다. 많은 정치인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하거나, 조화를 보냈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일제히 애도 논평을 발표했다.

17일부터 빈소에서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은 박 의원은 지난 18일 저녁 장례식장에서 열린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에서 “소식을 듣고 어제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지금 우리 가슴에는 그 어떤 물로도 끌 수 없는 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불을 지키고 들불로 만들어 김관홍 잠수사가 꿈꿨던 사회를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석태 세월호특별조사위윈회 위원장은 “그의 아픔과 고통은 사회 모두가 짊어져야 했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강선아 더민주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015년 국정감사와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고, 올해 4·13 총선에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 당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자원봉사를 한 김관홍 잠수사가 바란 것은 오로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강 부대변인은 “참사 이후 새털 같이 많은 날이 지났지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진실을 위해 외롭게 싸운 김 잠수사의 죽음만 더해진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산을 핑계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종료 시한만 강조하면서 진실규명에는 관심도 없고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특조위를 사퇴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던 인물(황전원)을 다시 상임위원에 앉히는 기막힌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시 참여한 민간 잠수사 절반 이상이 트라우마와 골괴사 등으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고 현업복귀한 분들도 부상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기피인력으로 낙인찍히고 현업에 복귀해도 일이 없어 가정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며 실종자 수습에 헌신했던 민간잠수사들이 처한 현실을 거론했다.

이어 “김 잠수사의 외로운 죽음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국가적 재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의 잠수병과 트라우마 또한 함께 돌보고 대처해야 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19일, 송옥주 더민주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고인이 된 김 잠수사의 바람은 진실규명이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것이다.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한 맺힌 요구와 다르지 않다”며 세월호 특조위 활동 유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잠수사 사망을 계기로 세월호 사건 당시 인명구조와 봉사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와 자원봉사자 등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보호와 치료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김 잠수사의 외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는 길이며, 우리가 그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정부의 무책임이 부른 세월호 참사 2차 피해”라면서 “김관홍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정부는 잠수사들에게 보상은 물론, 신체적·정신적 치료조차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시신 수습 과정에서 얻게 된 부상과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받았으며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며 “정부가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김 잠수사가 숨진 17일 브리핑에서 “고인은 세월호 참사 당시뿐 아니라, 국정감사에도 출석하여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등 세월호 진실 규명에 온힘을 쏟았다.”면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인간의 양심을 놓지 않았던 그 헌신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고인의 뜻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매우 답답하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저 먼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고 진실의 앞을 가로막는 세력은 여전히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고 있다.”고 개탄하며 “정의당은 세월호의 진실규명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고인이 남긴 뜻에 응답하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한편 경찰은 고 김관홍 잠수사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고 가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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