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바쁜 일상을 지나 혼자만의 여유를 챙기기도 쉽지 않은 때, 자칫 손꼽아 기다려온 문화행사나 지나치게 중요한 볼거리를 놓치고 마는 경우엔 삶의 의욕 마저 상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간접적인 작은 기회로나마 마지막 남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지나친 것들'에 대한 특별 취재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지난 4월 부터 8월 1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총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 본다.
가히 천문학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역사적으로도 가장 많은 동심과 소통해 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 그 초기 개봉작과 더불어 TV로 유명세를 탄 디즈니 스튜디오의 모든 대표작들은 전문 아티스트들의 핸드 드로잉과 컨셉아트, 3D모형 등의 제작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고, 이 자료는 서울시 한복판의 거대한 공간 안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배움터의 디자인 전시관 안에 발을 들인 순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의 산뜻한 메인 입구가 미키마우스의 초기 캐릭터(증기선 윌리, 1928년 작)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기나긴 생명력까지 부여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제작자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헌신과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름 또한 월트 디즈니인 것처럼, 그의 동심과 꿈, 열정 등의 오랜 가치는 당시의 사회상을 넘어, 현재와 미래에 까지도 그 창조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 배턴을 이어 받은 디즈니 소속 애니메이터들은 '움직임과 음향을 일치시키는 기술'부터, '날아가기', 줄어들기', '굴러가기' 등과 같은 다양한 움직임에 활용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2차원의 삽화를 실감나게 표현하는데 또 다른 혁신을 일으켰다.
미키 마우스 (ΜICKEY MOUSE)
먼저 디즈니 스튜디오는 미키 마우스를 시작으로, 폭넓은 관객층을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는 감정 표현이 가능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은 이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게 된 데에는 근복적인 애니메이션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는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년에 공개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는 테크니컬러(Technicolor, 총천연색)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는 '실리 심포니(Silly Symphony)' 시리즈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개발된 실사 참고 자료(live-action reference) 및 멀티플레인(다중 평면) 카메라의 사용과 같은 다양한 혁신적인 기술이 사용되었다.
이 과정으로 총 제작 기간은 대략 4년이 걸렸으며, 막대한 재정적 투자까지 더해진 덕분에 이 작품은 널리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프랭크 처칠(Frank Churchill)'과 '래리 모리(Larry Morey)'가 만든 "헤이 호(Heigh Ho)"와 "언젠가는 내 왕자님이 올거야(Someday my prince will come)"와 같은 주옥같은 노래의 탄생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의 성공 이후, 디즈니 스튜디오의 제작자들은 <피노키오(Pinocchio, 1940)>, <환타지아(Fantasia, 1940)>, <덤보(Dumbo, 1941)>, 그리고 <밤비(Bambi, 1942)> 등 여러가지 뛰어난 작품들의 제작에 몰두했고, 이후 마법같은 애니메이션 기술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디즈니의 창작활동은 여러 요소들을 바탕에 두고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들과 동물들의 풍부한 표현', '자연의 아름다움과 혹독함에 대한 이해',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통한 사람이나 동물의 활력 넘치는 모습과 움직임' 등 여러 부분들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과 기술 개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팀원들의 조화로운 협력 등이 그 것이었다.
스튜디오 작품들이 현재 수준의 작품 완성도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부터였다고 한다.
피노키오 (Pinocchio)
<피노키오>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두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당시 대중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성공을 거둔 이후, 또 다른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월트 디즈니는 고전 문학을 바탕으로 한 꼭두각시의 모험 이야기를 착안, 그 기획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그는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접근 방식으로 신기술에도 망설이지 않는 도전정신과 결단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이러한 월트디즈니의 능력과 성향은 더 질 높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등장인물이 소개된 후, 멀티플레인(multiplane, 다중평면) 카메라로 만들어진 이스태블리시 샷(establish shot : 다음 사건이나 장면의 배경을 설명하는 장면)이 마을의 아침을 묘사한다.
약 50초 정도 등장하는 이 장면은 그 깊이감과 3D 연출로 영화 속 많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시에 오늘날의 기준에서도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환타지아(Fantasia)
<피노키오>와 마찬가지로 194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세계 최초의 스테레오 필름이었다.
이 영화는 당시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클래식 음악 여덟곡과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에는 '폴 뒤카스(Paul Dukas)'가 작곡한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r's Apprentice)'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가 작곡한 '봄의 제전(Rite of Spring)'이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월트 디즈니의 예술적 표현 의지가 드러난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이 시기 극장에서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녹음하고 재생하는 혁신적인 기술인 '판타사운드(Fantasound)'의 성공적인 도입 등 수많은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덤보(Dumbo)
<덤보>는 1941년에 개봉한 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차원에서 18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제작 기간을 감수했다고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 관계와 소속감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려줌으로서, 열차에 올라타는 생생한 장면이라든지, 덤보와 엄마의 감동적인 자장가 장면, 춤추는 분홍색 코끼리가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장면 등으로 역사적인 하이라이트들을 만들어 냈다.
제작자들은 이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스토리와 잊지 못할 음악,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결합하여 관객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냈으며, 이에 덤보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히트를 기록했었다.
밤비 (Bambi)
이전까지의 디즈니 영화는 보통 전설과 동화에 중점을 두어왔는데, 이러한 서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자연경관과 나무, 꽃, 그리고 동물에 대한 풍부한 묘사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밤비>에서는 자연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사실 표현을 넘어, 동물 뼈와 근육 구조 등의 철저한 분석 및 관찰을 통해 자연스러운 묘사와 움직임을 만들어낸 후, 추상미술처럼 몽환적인 배경과 결합시키는 신선한 시도를 감행했다.
철저한 연구를 통한 동물의 사실적인 움직임 묘사와 함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아름답게 묻어나는 배경으로,
이는 디즈니 대부분의 영화에도 공통적으로 쓰이는 또 하나의 테마가 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캐릭터에게도 폭넓은 표현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 '2/3'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시사캐스트, 지엔씨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