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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커피 300잔 버려도 남는 장사?…‘스타벅스 굿즈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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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커피 300잔 버려도 남는 장사?…‘스타벅스 굿즈가 뭐길래’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0.07.2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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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굿즈 디자인 제왕”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 여성이 300잔의 커피 음료를 대량 주문했다. 점원은 주문을 받은 후 단순히 단체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커피는 단 한 잔만 마시고 음료를 사면 주는 증정품인 서머 레디백 17개만 챙겨 떠났다. 웃어넘기기엔 씁쓸한 스타벅스 굿즈(기념품)의 인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하는 것일까.


두 배 이상 이익 창출 ‘스타벅스 굿즈테크’ 열풍 
스타벅스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미션 음료’ 3종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마시면 증정품을 주는 행사를 한다. 연말마다 매니아층의 애간장을 녹이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비롯해 여름에는 소풍용 돗자리, 비치타월 등을 선보였다. 올해는 ‘서머 레디 백’(다용도 가방) 2종과 ‘서머 체어’(접이식 캠핑의자) 3종을 선보였다.

이 중 서머 체어 1종만 3만3000원에 살 수 있고, 나머지 4종은 모두 비매품으로 음료 17잔을 사야만 얻을 수 있다. 서머 레디 백은 스타벅스가 5월21일부터 7월22일까지 진행하기로 한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다. 매장에서 일반 음료 14잔과 지정 음료 3잔을 마시고 17개의 스티커를 모으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기간 한정 행사다. 이 서머 이벤트는 2018년부터 매해 진행돼 왔는데 올해 유난히 그 열기가 뜨겁다.

서머 레디백의 경우 인기가 높아 비매품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10만원에 나왔고, 쿠팡에서는 16만 원 선에 판매되기도 했다. 핑크색의 경우 인기가 더 높아 오픈마켓 옥션 등에서는 19만9000원에 올라와 있다. 음료 한 잔을 4000원~5000원선으로 계산해 볼 때 이 제품을 얻기 위해 약 8만원 어치의 스타벅스 음료를 마셔야 한다. 8만원어치 음료를 마시고 제품을 얻어 중고시장에 팔면 적게는 2~3만원, 많게는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어 ‘스타벅스 굿즈테크’란 말도 나왔다. 

레디백에 이어 보냉백까지 전력 질주하는 이유
지난 22일 오후 6시 59분. 30대의 두 아이의 엄마 A씨는 스마트폰에 깔아둔 11번가 앱에 접속했다. 로그인을 빠르게 끝내고 7시 정각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시계가 7시를 가리키자 구매 버튼을 재빠르게 눌렀다. 빛처럼 빠른 속도로 클릭을 했지만 1분 만에 품절 표시가 떴다. 그녀가 사려는 것은 다름 아닌 스타벅스 보냉백이었다.

스타벅스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한 ‘오픈런’이 이젠 온라인으로 번지며 한정판 스타벅스 보냉백을 파는 11번가에 수천명이 몰린 것이다. 그녀는 “코로나19로 멀리 여행은 못가고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가려고 하는데 마침 스타벅스에서 여행용 가방과 캠핑용 의자가 이벤트 상품으로 나와서 새벽 5시30분부터 줄을 서서 받았다”며 “여름 한정판 서머 레디백, 캐핑체어에 이어 보냉백만 받으면 완벽했는데 득템하지 못해 서운하다”고 밝혔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세련미’ 더해져 인기
또 다른 여성 소비자 B씨는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로고 디자인 때문”이라면서 “우아한 사이렌 여신의 이미지는 ‘고급스러움’으로 인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로고가 새겨진 굿즈는 하이 퀄리티와 세련됨을 동시에 품고 있다”면서 “여행 욕구를 풀어 주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서머 레디 백과 서머 체어에 이어 2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타벅스 21주년 기념 MD 우산도 품절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스타벅스는 21주년 기념 장우산, 머그, 텀블러, 키 체인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 기념 우산은 1999년 개점 당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팔리는 제품과 다른 매력이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기념 우산 역시 정가 2만5000원에 웃돈이 붙어 4만∼5만원으로 중고거래에 올라왔다.

우산 리셀러가 얻을 수익률 역시 최대 100%로, 업계에선 “한국 커피 문화를 주도하는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정판’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충성고객을 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21주년 기념상품 중 우산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며 “계절별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에 맞춰 일정 수량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용사례 속출… 선물하기 가능해 중고거래 못 막아
이런 가운데 악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행사 첫 날인 지난 2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 지점에서 증정품을 여러 개 받기 위해 일시불로 130만원을 결제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영수증 추후 적립은 불가능하지만 스티커 선물하기는 가능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행사 첫 날부터 17잔에 해당하는 스티커를 통째고 팔겠다는 거래글이 1,0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감사의 뜻으로 전하려던 행사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면서 “개인당 수량 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고가에 재거래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는 증정품 수량을 넉넉하게 준비했다”며 “오는 7월까지 매달 꾸준히 주 2회가량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무료 증정품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스타벅스/11번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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