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관한 놀라운 시각적 해석은 물론, 환상적인 Jazz를 비롯한 걸출한 음악이 한 축을 이루며 본래 영혼 모습 그대로를 일깨워주는 그 시작과 끝 지점에 모두를 다시 한 번 초대합니다. 그 하(下) 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물론 제93회 아카데 시상식이 끝난 지금, 여러 부문에서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심히 일어나진 않았던 이상, - 영화 <미나리>의 '에밀 모세리 (Emile Mosseri)와 <News of the World>의 '제임스 뉴튼 하워드 (James Newton Howard)', 그리고 <Da 5 Bloods>의 '테런스 블랜차드 (Terence Blanchard)와 각축을 벌인 것도 사실이지만 - 음악상은 결국 애니메이션 <소울>에 돌아간다.
이에 이 영화로 2021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베스트 오리지널 스코어' 상을 수상한 영화음악계의 '사이먼&가펑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명콤비 '트렌트 레즈너 (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 (Atticus Ross)'는 재즈 피아니스트 '존 바티스트 (Jon Batiste)'와 함께 수상의 기쁨과 그 소감을 나누기에 이른다.
“… I’m just thankful to God for those 12 notes.
"... 12개의 음을 주신 신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존 바티스트
'재즈 피아니스트'인 주인공 '조'의 영혼이 머문 곳이란 마치, 천국 이전의 시점이라고 봐도 다소 무방할 분위기 속, 육신으로 태어나기 전의 어린 영혼들이 자신의 성격 형성은 물론, - 멘토의 도움으로 인한 - 삶의 목적 또는 관심사를 찾아가는 장소였던 것.
이에 소위 '불꽃(Spark)'을 찾은 영혼들은 배지를 얻게 됨과 동시에 지구로 뛰어들어 선택받은 육신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결국 '조' 또한 그곳의 관리자인 '제리'들과의 논의 끝(?)에 일명 22번이라는, 여지껏 불꽃을 발견하지 못한 어린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 삶에 대한 욕구가 아예(?) 없는 '22'는 그저 시니컬한 영혼일 뿐, 그 어떤 영혼의 멘토들(링컨이나 마더 테레사 등)도 그(또는 그녀)를 도울 수는 없었기에 그런 '22'를 통해 지구로 돌아가고픈 '조'의 영혼 입장에선, 그저 '22'만의 불꽃을 찾아 '모든 것들의 전당'을 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수많은 경험을 이어 해 보던 그들은 이내, 어둠의 구역이란 곳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 무언가에 몰두한 영혼들이 그저 목적 없이 떠돌기만 하는 그 사막과도 같은 그곳에서 둘은 극적으로, 길 잃은 영혼들을 지구로 구제해 주는 일명 '문윈드' 선장과 마주하게 된다.
이내, '문윈드' 선장을 통해 지구로 되돌려진 '조'와 '22'는 곧 어느 병원에 누워있는 '조' 자신과 그 옆에 어정쩡히 돌아다니고 있던 한 치료용 고양이의 눈만 껌뻑임으로 되살아 난다. 아니,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성급함이 자처한 일이었을까. '조'의 시선은 곧장 자신의 몸을 향해있었고 그런 '조'는.. 이에 '22'는 '조'의 몸으로 환생한 난생 처음의 경험으로 나름 신기한 것들에 대한 시련 아닌 시련을 작은 희망으로 조금씩 다져간다.
역시 여러 새로운 경험들에 기쁨을 만끽하는 '22'. 이 이런 숭고하고 값진 영혼은 음악을 그만두려는 '조'의 제자나, 그밖의 꿈 이야기를 전해주는 단골집 이발사, 그리고 '조'의 재봉사 어머니를 찾아가 뭔가 애틋하고도 값진 것들에 대한 작은 울림을 전하기 시작하는데,
한편, '머나먼 저 세상'의 관리자 '테리'가 사라진 영혼을 찾아 지구에 도달하고, 이 시기 '조'는 본인의 몸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하지만 이미 삶의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22'는 지구에서 불꽃을 찾아야겠다는 갑자스런 태도 변화로 이내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들은 그들을 쫓는 '테리'로부터 몸을 피할 수는 있을런지. 또 '조'가 추구하던 원래 목표대로,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떠돌기만 하던 '22'의 희망 또한 제 자리로 찾아 되돌려 놓을 수(?) 있을런지,
이런 궁금증을 뒤로하고라도, 이 영화를 꼭 봐야할 추가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건, 재즈에 관한 열정을 숨겨가며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분한 '조 가드너'의 목소리를 명배우 '제이미 폭스'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제이미 폭스'는 '소울'음악의 대가 '레이 찰스'의 전기 영화 <레이(Ray), 2004>에서 주인공 '레이 찰스' 역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은 물론, 당해년 '골든 글로브'의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 주연상 거머쥔 전적이 있는 명배우로,
그의 대표작과 역할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장고(DJANGO), 2012>에서의 '장고' 역과 '톰 크루즈'와의 공동 주연으로 눈부셨던 <콜래트럴(Collateral), 2004>, 그리고 '비욘세'와 함께 출연한 2006년도 작품 <드림걸즈(Dreamgirls)>, 같은 해에 찍었던 명감독 '마이클 만'의 작품 <마이애미 바이스> 등이 있다. (그는 배우 이전에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했던 바, 또 다른 뮤지션과 프로듀서, 작가의 역할을 오가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상당 부분 부각시키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공연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학교 정규직으로 채용된 상황이 겹치면서 고뇌하는 '조'였지만, 그 무엇이됐든 그토록 동경해마지 않던 색소포니스트 '도로시아(Dorothea)'와의 연주인 것이었기에 그는 신이 난 발걸음을 사정없이 뽐낼 수 밖에 없었다. 이 감정에 부흥했던 재즈 연주자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목소리는 배우 '안젤라 바셋 (Angela Bassett)이 분했던 바,
수많은 할리웃 영화에서 주요한 역할로 등장, 그녀만의 카리스마가 이 영화 속 명연주자의 손색없는 목소리 칼라로 유감없이 발휘되었음은 다소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는 '22'의 목소리엔 천성적인 코미디언 기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티나 페이'가 열연하고 있는데,
가장 문제 많은 영혼으로, 수천 년 동안 지구에 내려가길 거부해온 '22'의 역할 만큼이나, 그녀가 지닌 다소 까랑까랑하면서도, 코미디 작가로 선방하던 SNL 출연 당시에나, 그 밖의 영화 <브로큰 데이트 (2010)>나 주요 시상식에서 엉뚱하고도 심히 유쾌한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던 그녀의 진면목들은, 톡톡 튀는 재치로 감내해야 할 상황들에서 시니컬한 유머로 대처하는 '22'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해 냈음에 최적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참고로 번호로 불리는 영혼들 중 '22'이란 이름의 원천 속엔 여지껏 총 22편을 만들어온 픽사의 작품 갯수를 상징하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이번 애니메이션이 벌써(?) 23번째 작품이라는 것. 이를 포함해, '딜레마'나 '진퇴양난'의 뜻을 담고 있는 미국식 영어 표현 중 'Catch-22'*란 말에서 '22'를 가져온 것이란 얘기도 있다. 영화 상의 '22'의 처지 또한 그러한 부분에서 주목되고 있는 것이기에.
*Catch-22 : ‘catch-22 situation’으로도 쓰이는 이 표현은 1961년에 발표된 ‘Joseph Heller’의 소설 ‘Catch-22’에서 유래한 것으로, catch는 ‘함정’을 뜻하며, 2차 세계대전 말, 한 공군 기지의 사령관이 조종사들의 출격 횟수를 늘리자, 이에 부하들 사이에선 미친 척 하여 이를 피하는 방법이 제기, 하지만 ‘정신 이상의 경우 직접 요청을 해야 한다’는 복무조항 22조(clause of Catch-22)로 인해 직접 요청을 한다는 자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쓰이는 일상어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깨달음이 찾아와 영혼의 지평을 활짝 열어줄 때가 종종 있다. 현재 영화를 보고난 이후의 상황이랄까. 하지만 육체 속 사사로운(?) 욕망에 사로잡히고 날 때면 금세 달아나 버리고 말 상념이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본래의 시니컬한 '22' 입장도 아예 이해 안될 건 또 아니라는.
하지만 끝이 있는 만큼 시작도 있음엔 분명해 보인다. 영혼도 그러할 것이란 이 얘기가 영원과 맞닿은 현실을 보다 더 잘 반영해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 끝 너머의 저 세상도, 우리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기 위한 또 다른 준비의 과정은 아닐지.
하긴 그것이 뭐가 됐든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했던 저 둘의 영혼은 그래도 '행복'이란 것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 또한 그것이라면, 자유로운 생각과 그 여운을 벗삼아 상상 속 행복한 삶을 현실의 희열로 환원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 밤도 우주 어딘가를 떠돌다 잠깐 방문해 줄 그런 숱한 꿈들 말고 말이다. 다음 날에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 영혼의 '스타트업'이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