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였던 영화 '맹크'의 감독, '데이빗 핀처'. 그의 초기작 '에어리언 3 (1992)' 속 음산함에서 '더 게임(1998)' 속 희열과 '파이트 클럽 (1999)'에서의 재치 및 쾌락을 끄집어내다 보면, 그만의 고집스럽고도 정교한 연출력에 반해마지 않을 수 없다. 그 삶 삼분의 일 시간.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의 현실과 몽상의 교차점은 거대한 상상의 날개가 퍼덕이기 훨씬 이전 부터 구축되어 온 나름의 '이상'과 '신념'의 체계에 있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저항 정신 (Resistant Spirit)'. 영화란 장르도 현실의 카테고리 안에 조금이라도 끼고 싶지 않은 나름의 반발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바, 그 역사를 반추해내다보면 삶에 억눌린 욕망에 대한 태도 또한 남다른 경지에 올라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근데 이런 건, 우리의 평소 심리와도 심히 닮아 있는 부분이 아닌가?
어찌됐든 이런 평범한 듯 평범치 않은 출발 선상에서, 관객 심리의 핵심 좌표를 제대로 찍어 흥미 폭탄을 적시적기에 투하해 낼 줄 아는 감독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데이빗 핀처'.
그가 지닌 대부분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시선은 현실에 대한 직관(直觀)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줌은 물론, 어둔 세상은 더욱 어둡게, 비현실적인 것은 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확대 및 재생산하여 그런 은근한 분위기로, 우리의 깊은 본성을 자극, 압도하기에 이른다.
그만의 이러한 감정 표현이 극대화 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한사람이 지닌 우울한 색감이 얼마나 제 본연의 빛을 발하며 잘 유지해 갈 수 있는지, 그런 탁월한 능력이 발휘됨으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에 힘입어, 올해 또한 영화 <맹크(2020)>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오른 것이리라. 이에 그만의 영화 연출 인생의 전반을 들여다 본다.
예술이 철학 대신 영화를 선택한 이유. 단순한 감상을 넘어 철저한 실감으로, 복잡한 심리를 간파해 낼 줄 아는 연출 장인, '데이빗 핀처'
본명은 '데이비드 엔드류 리오 핀처 (David Andrew Leo Fincher)'. 1962년 8월 미국의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난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80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에 도취, 당시 나이 10살이 채 되기 전에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소위 '씨네 키드'로 성장한다.
이후 한 애니메이션사에 입사한 그는, 18살이 되던 해부터 약 3년 간,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 관련 'ILM'사에 입사,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의 미니어처와 시각효과팀의 작업을 돕는다. (한때 '볼프강 피터슨'의 <네버 엔딩 스토리>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 미궁의 사원> 등에서 촬영 스탭으로도 참여한적이 있다.)
하지만 판타지가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그가 더욱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던 곳은 80년대 후반의 광고업계. 여기서 '데이빗'은 광고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이르며, 동료들과 광고제작사 '프로파간다'를 설립, '나이키'와 '코카 콜라'를 필두로, '버드와이저', '리바이스', '샤넬' 등 여러 유명 광고는 물론, '마돈나'와 '롤링스톤즈', '마이클 잭슨', '에어로스미스', '조지 마이클' 등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 시작한다.(당시 1990년 MTV 뮤직 어워드에선 뮤직 비디오 작품상 후보 네 편 중 무려 세 편이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었음.)
그의 광고 연출 중 대표적으로 꼽는 것은 1985년 미국 암 협회의 공익 광고. 자신의 손가락을 빨던 태아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이 충격적인 장면 하나로 '데이빗'은 수많은 담배 애호가들의 입맛을 앗아갔으며, 이외에도 화이팅 넘치는 액션을 가미한 미래도시 배경의 '코카 콜라' 광고 뿐 아니라, 1990년 마돈나의 '보그(Vogue)' 뮤직비디오 또한 '데이빗'의 능력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 영화계에까지 발을 넓힐 수 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 <에이리언 3 (Alien 3), 1992>
그 여파가 결국 영화 산업계로 미친 바, '데이빗은 자신의 첫 장편 영화로 <에이리언 3 (1992)>를 선택, '리들리 스콧' 감독과 '제임스 카메론'에 이어 최고의 시리즈 <에이리언>에 신인감독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는다. 이제껏 광고와 뮤직비디오계를 넘나들던 그만의 영상감각이 숱한 기대감을 불러모으기 충분했던 것.하지만 너무도 우울해 보이는 영화 전반의 시퀀스는 주요 배급사였던 '폭스'의 관계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고,
당시 주연 배우 '시고니 위버'에 따르면 밤새도록 그의 전화기는 다시 찍어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가 거의 불타오르기 직전이었다는 것. 이에 사실상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서 참패하고 만다. (반면 한국에서의 성공은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더 높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 영화로운Point : 1,2편에 이어 '리플리'가 탄 우주선에 숨어든 에이리언을 감지한 컴퓨터가 승무원들의 동면유지 시스템을 차단, 어느 교도소 행성에 불시착 한 '리플리'는 전 편에서 구출한 소녀의 몸을 조사하던 와중에 결국,
자신의 몸속에 그 XX놈의 새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만다. 과연, '리플리'가 취해야 할 다음 행동은? 이 오도가도 못할 - 'Catch-22'와도 같은 - 우울함의 연속 선상에서 죄수들이 합심하여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나, '시고니 위버'만의 머리깎고 도원결의 후 벌이는 혈전들이 다소 눈물겨운 건 어찌할 수 없는 부분.
이같은 참패로 인해 그는 다시 CF와 뮤직비디오의 세계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그런 와중에,
2. <세븐 (Seven), 1995>
작가 '앤드류 케빈 워커'의 대본에 관심을 둔 '데이빗'은, 정서상 불편한 심기를 마구 건드려 대는 <세븐> 내용들로 인해 반신반의 하는 투자사들을 설득, 제작자 '아놀드 코펠슨 (Arnold Kopelson)'의 결정적 예지력을 근거로, 지금도 최고 인기 스타, '브래드 피트'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영화가 꼭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과자를 던져주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 '데이빗 핀처'
이에 대중을 심리적으로 괴롭히듯, 정서적으로 진흙 속을 뒹구는 듯한 세기말적 느와르로 완성된 이 작품은 당시 관중과 평단을 매료시키며, 전작 <에이리언3>를 만회하듯, 그 해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어들였다.
> 영화로운POINT : 은퇴를 7일 앞둔 형사 '윌리엄 소머셋'('모건 프리만' 분)과 신참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 분)는 한 팀이 되어 희한 형상으로 피해자들이 남겨진 살해 현장을 조사한다. 결국, ‘탐욕', ‘나태’, ‘분노’, ‘교만’ 등 성서의 7가지 죄악과 관련한 놀라운 단서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CF,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 다운 면모로 '데이빗' 만의 칙칙하면서도 느와르적인 감수성을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마주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보여준 '모건 프리만'과 실제로도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던 당시의 '브래드 피트'와 '귀네스 팰트로우'의 연기 또한 주목해 볼 만 하다.
3. <더 게임 (The Game), 1998>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낳기 마련인 것일까. 당시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배우로 통하던 '마이클 더글라스'를 영입한 '데이빗'은 곧바로 <더 게임>이란 영화의 촬영에 착수한다. 이 또한 여러모로 성공작의 요소가 다분했던지라 그 무엇보다 원시나리오(from '존 브란카토'와 '마이클 페리스')의 깊이 만큼은 잘 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한 음모에 말려든 백만장자가 눈 코 뜰새 없이 벌어지는 놀라운 상황들에 대처하는 과정이나, 주변 사람들과 벌여가는 극적인 반전 등은 가히 최고의 조화를 이루어냈다하겠다.
> 영화로운POINT : 성공한 사업가 '니콜라스 밴 오튼(Nicholas Van Orton: 마이클 더글라스 분)'은 이혼 후 그저 일에만 치우치며,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냉철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백만장자.
그러던 중 자신의 생일 날,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동생 '콘래드(Conrad: 숀 펜 분)'를 통해 'CRS'라는 요상한 안내장을 전달받는데, 그 업체를 통해 안내를 받은 이후부터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진행과 곳곳에 숨은 놀라운 반전들은 각각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명연기와 함께 꼭 감상할 필요가 다분하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네이버를 비롯한 각 종 영화 어플 또는 사이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다음, 2/3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