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트클럽'의 패기 넘치는 공상에서 숨막힐 듯 조여오는 '패닉룸'의 스릴감을 지나, '조디악'의 섬뜩한 면모(?)와 담판을 벌일 즈음,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식 '핀처'의 과거까지 되살아나는 그 3분 2시간.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급변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지푸라기 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던 '데이빗 핀처'식 소재 발굴 능력은 아니나 다를까,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가장 취약하기로 소문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선동(?)되어온 그 폭력적 본성을 건드리고 마는데,
변화와 불평등이 난무하는 거대한 세상에 맞서, 이를 원상태대로 되돌려 놓으려는 주인공의 내적 욕망은 곧, '핀처'의 실험적 영상미와 맞물린 채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말초신경을 한껏 자극하기에 이른다.
4. <파이트 클럽 (Fight Club)>, 1999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런 폭력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조심스레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폭력이라 인식되는 것들은 때론, 긍정의 산물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데이빗 핀처'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아주 간단한 대답을 내놓기에 이른다. 그것은 바로, 영화 속 적당한 폭력 또한 '그냥 다 때려 부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초토화된 문명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 것. 누구나 '폭력'의 폐해를 거론하기 쉽다지만, 이 영화는 폭력을 상상하는 불안심리만으로도 사회악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박한 논지를 전개한다. 게다가 컬트적 요소까지 가미된 채로 기묘한 남성집단에 대한 폭력성을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 영화로운POINT : 평범한 회사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에드워드 노튼' 분)은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의 모임에 나가던 와중, 출장시 비행기에서 만난 비누 판매상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분)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술집 앞에서 치고받는 느낌 속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이후, 이 목적 없는 폭력은 '파이트 클럽' 이라는 집단을 형성케되는데, 이는 곧 - 말도 안되는 - 물질 혐오주의로 거듭나며 기존 체제를 뒤엎으려는 대 테러단체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싸워봐야 (진정한) 네 자신을 알게 된다”라는 극 중 '테일러 더든'의 말 한 마디로 주인공의 성격은 얼마나 큰 변화를 맞이하는지, 여러 갈등 국면 속에 드러나는 진짜 주인공의 모습은 무엇일지 - 나름의 반전 요소를 중심으로 -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다분하다.
5. <패닉 룸 (Panic Room), 2002>
이후, 인간 내면에 똬리를 튼 불안과 공포 심리를 건드려대기 위한 '데이빗 핀처'만의 은밀한 관찰자 시점은 곧, 뉴욕의 한 저택으로 향하는데, 이곳에서 단 6명의 출연진들을 활용, 한정된 공간이 갖는 숨막히는 긴장감과 치밀한 촬영기법을 통해 심리적 롤러코스터의 세상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모든 부분을 합한 것 이상이 존재하지만, <패닉 룸>은 부분들의 합 그 자체다. ...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사람을 공포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스스로를 최악으로 끌어간다”
- 데이비드 핀처
관객 심리의 저변에 위치한 원초적 두려움이 그 해방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영화는 - 있는 그대로의 것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 내지는 - 문 속 열쇠 구멍 또는 기둥 사이를 넘나드는 카메라 웤 등으로,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 없는 긴장감을 형성하며, 극한의 상황으로 휘몰아쳐 가는 것이다.
> 영화로운POINT : 이혼한지 얼마 안된 시점, 딸 '사라'('크리스텐 스튜어트' 분)와 단둘이 새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뉴욕의 한 저택에 입주한 '메그'('조디 포스터' 분). 그곳에 마련된 밀실에 대해 이들의 호기심은 어느 외부 칩입자들에 의한 반강제적인 해소 과정을 거치는데 그것은 바로, 닫혀진 문 안에서 낯선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된 것. 절대 밖에서 열거나 부술 수 없는 이 은밀한 공간에 갇혀버린 주인공 '메그'와 '사라'는 과연, 밀실 안으로 들어오려는 강도들로부터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작은 공간이란 하나의 오브제로도 영화 속 이야기가 끝까지 흘러갈 수 있다는 데에 대한 감탄의 숨을 내뱉다 보면, 2시간이란 시간은 보기 좋게 증발해 버린다. '데이빗 핀처'만의 또 다른 스릴러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인 것.
6. <조디악(Jodiac)>, 2007
이후, 미국을 실제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디악' 킬러에 관한 실화에 몰입한 '데이빗 핀처'는 명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마블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또 한 명의 헐크로 그 바톤을 잇고 있는 '마크 러팔로'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당시 이만한 캐스팅도 보기 드문 것이었으나,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지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USA 투데이',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150개 매체가 선정한 그 해 최고의 10대 영화에 오르는 등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물론, '봉준호'감독의 영화 <살인자의 추억>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부분도 거론되며, 그 영화의 일부를 참고한 것 아니겠냐는 의문 아닌 질문이 잔존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관해 '핀처'의 의견은 밝혀지지 않던 와중에, 한 인터뷰에서 밝힌 '봉준호' 감독의 "내 영화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란 극찬은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영화로운POINT : 1969년 7월 4일 캘리포니아주 벌레이오에서 잔혹한 총기 난사의 살인 사건이 있고 난 약 4주 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사에 근무하던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범인으로부터 신문사 4곳에 전달된 메시지의 암호 해독은 물론, 사건 담당 기자인 ‘폴 에이버리’와 '벌레이오' 경찰서의 ‘잭 뮬라넥스’ 경사와 정보를 교환하며 미제의 살인 사건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 현장에서 또한 의문스러운 지점들로 범인의 행방은 더욱 묘연해지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을 비롯한 그밖의 단서들이 조금씩 고개를 쳐드는 가운데 여지없이 전해오는 살인마의 협박과 조롱은 이후의 사건들을 더욱 미스테리한 궁지로 몰아가기만 하고..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오랜 노력 끝에 과연 범인은 꼭 잡힐 수 있게 될지, 아니면 그 검거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살인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구일지, 그 궁금증에 온갖 귀추가 주목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라 할 수 있겠다.
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폭풍이 몰려오기 직전의 한 요양원에서 할머니가 딸에게 들려주는 놀라운 이야기를 시작으로, 노인의 몸에서 되려 젊어지는 운명을 타고난 어느 인물의 실체를 '데이빗 린치'는 자신만의 관점을 하나 둘, 양파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하는데,
이 로맨틱 판타지 영화의 스토리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1922년)을 중심으로 '에릭 로스'와 '로빈 스위코드'가 각본을 맡아 진행하였고, 영화 <세븐>과 <파이트 클럽>에 이어 '브래드 피트'와 재결합한 '데이빗 린치'는 더욱 더 적극적인 컴퓨터 그래픽의 활용으로 소설 속 환상적인 분위기를 제법 눈부신 장면들로 구현해 냈다.
이상, 총 네 편의 영화는 네이버를 비롯한 각 종 영화 어플 또는 사이트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다음, 3/3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