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19:44 (목)
[이현주의 룩 앳 피플] '천령사TV' 무령신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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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룩 앳 피플] '천령사TV' 무령신녀를 만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6.14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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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이에게 신이 찾아왔다... 그 후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인생사 새옹지마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때가 있고, 뭘 해도 안 되는 시기가 있다. 인생의 화와 복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특히 N포세대라 불리는 2030 청년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성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쁨도 잠시, 선택의 자유와 함께 책임이 부여된다. 

선택지를 받아든 우리의 머릿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나의 선택이 복을 부를지, 화를 부를지 알 수 없다.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의 늪에 빠져 앞으로 한 발짝 내딛는 일이 쉽지 않고, 해답을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존재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이들의 손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이가 있다. 세상사 온갖 고민의 무게에 짓눌릴 법도 하지만, 늘 당찬 에너지로 찾아오는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무령신녀. 그녀는 14년차 무속인이다.

낮 더위가 고개를 드는 6월의 어느날, 무령신녀를 만나 그녀의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타로, 사주, 점, 점성술 등 점과 관련해서는 해보지 않은 게 없다는 무령신녀. 5대째 고령 신씨 집안의 신령을 모시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7살 때 신이 왔어요." 

7살 어린아이가 육갑을 집어가면서 점을 보는데 세상사를 읽는 듯 아이의 말은 정확했다. 어느새 무령신녀는 어머니보다 더 유명해졌다.  

어린 나이에 신이 찾아왔지만, 당시 어머니의 희생으로 무령신녀는 평범한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신을 누를 수 있는 기간은 정확히 10년이었다. 

16살이 된 무령신녀에게 또 다시 신이 찾아왔다. 주변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이제 가업을 딸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딸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을 그 누가 가늠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저를 위해 다시 신을 눌러보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신의 힘을 당해낼 길은 없었다. 신을 누른 후 3년 만에 쓰러지신 어머니. 주어진 운명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무령신녀는 최선을 다해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갔다. 

결국 어머니와 딸은 운명에 순응하기로 했다.

-"무당이라는 말 한 마디에 색안경을 낀 사람들, 호의적인 태도는 순식간에 돌변하곤 했어요."

돌고 돌아 무속인의 삶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처음에는 '무당'이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 타로마스터, 파티플래너 등으로 정체성을 굳혀가기 시작했다.    

타로마스터, 파티플래너로서 그녀의 삶은 부족함이 없었다. 유명세를 떨치며 다양한 행사에 초대되어 고수익을 창출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20대 중후반 젊은 나이에 돈방석에 앉은 무령신녀는 누구보다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무속인의 삶이 싫다고, 왜 하필 나였냐고 원망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어요. 신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젊은 나이에 이렇게 성공하는 게 가능했을까요?"

무령신녀의 삶이 전환점을 맞은 건, 바쁜 삶 속에 여유를 잃어가면서부터다.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던 때 아이가 찾아왔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채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해야 했다.

-"어느 순간 천천히 멈추고 내려놓게 됐어요"

무령신녀가 무속인의 삶을 받아들이게 된 과정에는 숨겨진 스토리가 있다.

-"제가 무당으로 살게 된 이유는 아들 때문이에요."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 시기에, 무령신녀는 오방기를 갖고 놀며 점 보는 소리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제가 반쪽 무당으로 살겠다 하니 신은 나머지 반쪽이 필요했던 거에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모든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위해 온전한 무속인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무령신녀는 스스로 좋은 엄마가 아니라 했지만, 자신보다 소중한 아들을 위해 외면해오던 무속인의 삶을 어떤 고민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것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시작된 무속인으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신을 모시고 사는 무속인은 항상 정갈해야 하고 마음을 비워야 하고, 나한테 잘못한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야 해요. 하루 종일 신을 생각해야 하는, 어찌보면 극단적인 삶이에요."

무령신녀는 한때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기도보다 많이 했던 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어요. 어머니도 데려갔으면서 왜 나한테 이런 것까지 시키는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원망이 깊어졌죠."

하지만 신에 대한 원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어머니 탈상굿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아가야 미안해. 너희 엄마를 건져내주지 못해서'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모든 원망이 사그라들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 남았어요."

무령신녀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현재 모든 원망을 내려놓고, 진솔하게 무속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만 그녀는 누군가 무속인을 하겠다 하면 반대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라 했다. 

-"전 지금도 무속인을 만드는 일이 가장 싫어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삶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처참하기도 해요."

무령신녀의 소원은 더 이상 자손들이 무속인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다.

-"제가 무속인의 길을 걷는 마지막 사람이었으면 해요. 어르신들 덕분에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제일 부러운 건 그냥 일반인이에요, 평범한 일반인. 아이들은 그랬으면 좋겠어요." 

무령신녀는 한도 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로서, 진심을 다하는 따뜻한 무속인으로서 주어진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타고난 능력이 많아 과거 유명세가 따랐던 그녀지만, 삶을 짓누르는 부담감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길 바랐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보다 제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려 해요. 더 이상 숨기지도, 숨지도 않으면서."

무령신녀가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천령사TV'는 그녀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채널에는 타로, 점, 굿, 노래 등 다양한 콘텐츠의 영상이 올라간다.

과거 대형 기획사 연습생 오디션에 합격하기도 한 무령신녀는 무속인이기 전에, 다재다능한 재능꾼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령신녀는 과거에 못다 이룬 꿈을 새로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그려가고 있다.

동네언니같은 친근함, 진심을 담은 말, 그 말이 품은 온기는 신당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점을 보러 온 친구가 '이 곳은 정말 다르다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이 맛에 상담하고 삽니다~" 

유쾌한 무령신녀의 말은 그녀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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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21-06-14 18:01:28
역시는 역시 입니다 !!!!진솔한 천령사 쌤 인터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