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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 건축 디자이너 고주영 '로움' 대표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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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 건축 디자이너 고주영 '로움' 대표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만들죠"
  • 김은서 기자
  • 승인 2022.06.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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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은서 기자)

 

고주영 로움 대표.
고주영 로움 대표.

건축 디자인은 활동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단순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구조를 세우는 것 이상으로 보다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 깊게 공감하며 '무언가를 채워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규정짓지 않아서 가능성이 내재된 공간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창의성을 주는, 공간에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는 건축 디자인 회사가 있다. 바로 울산에 위치한 건축과디자인 '로움'이다. 

'로움'은 ‘그러함’ 또는 ‘그럴 만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롭다’를 명사화한 단어다. 로움의 고주영 대표는 "비워진 공간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색깔이 묻어나서 더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게 되죠.. 로움은 그렇게 사람들 저마다의 머릿속에 그리던 바람대로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울산의 로움 사무실에서 고주영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건축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로움의 건축과 디자인 가치가 인상적입니다.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마무리되는 건축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로움이 디자인한 성안동 아트홀마당.
로움이 디자인한 성안동 아트홀마당.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 쓰임새에 따라 태어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명’이라고도 하면 좀 거창하지만, 목적을 잊으면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 생명력이 빛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것의 존재 이유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위해서라는 거죠. 건축은 그 무엇보다 그러한 존재이유를 잊으면 안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2)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하셨고 다양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셨습니다. 처음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릴 적부터 미술을 전공했어요. 소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가족 중에 형제는 건축설계를 하고 있고, 어머니도 그림을 그리시죠. 대학시절 IMF로 인해 휴학을 거듭하다 중퇴하게 되었어요. 그 시절엔 아르바이트를 가도 열명이 넘는 저와 같은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했어요.

그때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결국 자신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이 곳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그때는 말이 디자이너이지 현장에서 철거까지도 해야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일을 배우다 보니 이 일이 지금까지도 가장 잘하는 일이 된 것 같아요.

2013년부터 지금의 회사가 시작됐지만 이전에 친구와 동업으로 시작한 게 로움의 전신입니다. 현재는 친구도 이 업계에서 일을 잘 하고 있어요. 지금도 교류하고 정보도 주고받으며 서로 힘이 되어주곤 합니다.

3) 2019년 달동 50년된 골목 안 주택을 새롭게 디자인하셨던 이력이 있으십니다. 이 때 일화가 궁금합니다.

로움을 통해 재탄생한 50년된 달동 주택.
로움을 통해 재탄생한 50년된 달동 주택.

공간에는 많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어떤 집의 외관만 봐도 그 집의 주인은 어떠한 사람이겠구나 이런 게 느껴지는 것처럼, 특히나 오래된 건물에는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역사가 보여요. 한번도 본적 없는 분들이지만 삶의 모습이 그려져서 종종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집들은 평수가 협소해도 보통 3가구씩이 들어가 살던 집이 많아요. 우리나라 현대사의 단면이죠. 삶의 방식, 생활의 형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집을 타임머신을 타듯 지금의 생활방식으로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는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부터가 다르니까요. 그렇게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야 하는 일에 엄두가 안 나니 방치된 집들이 많아요. 달동 주택도 그런 집 중에 하나였죠. 어렵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한겹씩 벗겨내고 새옷으로 갈아입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4) 상업, 사무, 공공기관에 이어 주거공간까지 디자인하고 계시는데, 각각 분야를 디자인하고 시공할 때 중점적으로 두는 가치관이 있다면?

각각의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이죠. 공자는 ‘君君臣臣 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업공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기위해서, 효율적인 자본을 들여서 효과적인 이익을 내야 합니다. 사무실은 업무특성상 업무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고, 공공기관은 다중인원의 보편성과 편의성인 경우가 많죠. 각각의 목적에 맞게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일을 시작하는 편이에요.

5) 남성 성비가 높은 직군에서 홀로 사업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간 사업을 전개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실제로 현장에 가면 여성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정작 어려운 건 현장에서 남성분들과 일을 하는 것보다 고객이신 건축주분들의 인식이에요. 예전엔 그런 경우가 좀더 많았는데 아직도 저를 만나면 대표가 여자분이냐고 물으시거나 혹은 의뢰내용을 저를 보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그게 누구든 옆에 있는 남성분을 보고 말씀을 하세요. 그런 소통의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오히려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요.

6) 그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지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말을 하든 소통이 원활한데, 예전에는 현장분들 하고 언성 높여 싸우기도 하고, 또 다음날 얼굴보고 웃고, 일하고, 그러면서 지금은 가족처럼 함께 연대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에게 한가지 철칙이 있다면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어떤 분이 그리하였든 금전적인 책임은 묻지 않아요. 아마도 그렇게 보낸 긴 세월이 신뢰로 쌓인것 같습니다.

7) 사업을 하시면서 여러 난관과 시행착오를 겪으셨을텐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필드형 오너였기 때문에 여전히 경영이나 회계에는 갈 길이 멀어요.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이 늘어나고, 직원분들 중에 저보다 연장자인 분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어려웠고요. 회사를 운영하는 건 이 업계의 생리를 아는 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일을 하면 할수록 많이 들어요. 선배들과 교류도 많이 했어야 하는데, 일만 하기 바빠서 정작 제가 대표로서 챙겨야할 부분은 많이 놓쳤어요. 그래서 수업료도 많이 냈습니다.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게 많습니다.

8)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주거 공간 디자인을 진행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직 개인의뢰를 받은 적은 없어요. 다만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여덟가지 유형으로 설계에 참여한 적은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구성원이 섞여 있어서 현실적으로 과거의 관념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우리 업계뿐만 아니라 아직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러 이해관계들 때문에 관념의 변화가 실제로 적용되기는 그만큼 더딘 것 같아요.

9) 현재 대표님처럼 건축가의 꿈을 꾸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비 건축가, 예비사업가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큰 꿈을 짧게 품는 것보다 작은 꿈을 오래 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뭔가를 이루겠다는 목표보다는 내 주변의 작은 것을 개선해보겠다는 지속적인 노력이 실제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러려면 평소에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또 주변 사람들에 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그 목표와 원동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 같아요.

10) 앞으로 로움과 고 대표님께서 나아가고 싶으신 방향성과 목표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그리고 무언가에 유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작은 즐거움이든 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든. 그리고 우리 회사 식구들, 함께 일하시는 분들, 일을 통해 만나는 분들, 모두 그 자리에서 그 역할에 보람과 즐거움을 같이 느끼면서 일하며 살고 싶어요.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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