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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맑음이 빚어낸 시(詩), 시인 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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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맑음이 빚어낸 시(詩), 시인 강준서
  • 이다혜 기자
  • 승인 2023.02.23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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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다혜 기자)

 

시인 강준서.
시집 [맑음에 대하여] 저자 강준서. [사진=강준서 제공]

햇살의 기운이 낭창한 2월의 어느 날,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주)아델앤코 콘텐츠랩에서 시집 [맑음에 대하여(About ‘Clear’)]의 저자 강준서와의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덧 석양의 그림자가 공간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밤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의 가슴속에는 함께 나눈 그녀의 맑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차 밝은 기운이 이내 에너지로 치환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은 다가오는데, 안팎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아직도 춥고 어둡다. 작금을 살아내는 20대의 마음은 어떠할까? 20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배우 강준서의 신간 [맑음에 대하여(About ‘Clear’)]을 읽으며 맑음이 빚어낸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찬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맑음’이라는 단어자체가 책 제목이 되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시집 [맑음에 대하여]. [사진=(주)아델앤코콘텐츠랩]
시집 [맑음에 대하여]. [사진=(주)아델앤코콘텐츠랩]

2018년 즈음에 맑음에 대한 갈구가 심했던 것 같다. 국문과 복수전공을 하고 현대시를 접하면서 인간 내면의 어둠이 드리운 광경들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어린 내가 소화하기에 굉장히 버거웠다. 왜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 죽었을까? 사실은 내게도 접혀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그 모습들에 맘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본능적으로 느꼈던 영혼의 풍요로움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면에 아주 광활하고 충만한 장소가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곤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결의 아픔들과 어떻게 관계맺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다 눈감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럴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아픔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둔다면? 어둡다는 판단 하에 숨기던 나의 면면들을 그대로 둔다면? 내면의 심판을 멈춘다면? 

이러한 생각의 흐름들이 결국 맑음에 관한 시로 표현된 것 같다. 개인의 그림자들이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고 가능성을 꽃피울 보물 창고라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다. 당시 융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Q. 작가에게 영향을 준 무언가를 꼽는다면?

[사진제공: (주)아델앤코콘텐츠랩]
[사진제공: (주)아델앤코콘텐츠랩]

김우창 선생님의 글을 좋아했다. 투명한 마음에 대해 쓰신 글이 있는데,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마음의 중개가 작용하고 있다. 좋은 사회에서는 그 투명한 마음이 그냥 거기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내면성을 되찾는 것은 원래 천진한 내면성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보다 높은 단계에서 거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도 전하고 있다. 결국 사람이 시간의 바퀴를 동그랗게 돌아서 자기 자신이 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슷한 사유들이 각자의 언어로 나와 있다는 게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나온 것이구나, 공유되는 의식이구나, 이런 느낌?

Q. 2018년 첫 출간 이후 5쇄를 찍었다. 재출간 하면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

졸업 이후 연기를 꾸준히 배우고 있는데, 삶에 대한 탐구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관점이 조금씩 변했다. 예전에는 책 마지막에 ’우리는 스스로를 가꾸어야 맑고 풍요로울 수 있는 존재다.‘라고 썼는데 이 부분을 고쳐 적었다. ‘이 풍요를 배우기 위해 우리는 그곳에 다녀와야만 했네.’ 라는 소리가더 좋았다. 사람의 원래 자리를 더 믿게 됐다.

서문도 다시 적었는데 제일 큰 변화는 비장함을 조금 덜어냈다는 점이다. 비장하다는 건 내가 익숙지 않아서 나도 버거운 상태라는 걸 처음 배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의 비장함은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관념의 이야기들은 내려놓으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다. 깊이를 만들어가되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싶다. 

Q. 작가가 느끼는 요즘의 생각들을 듣고 싶다.

[사진제공: (주)아델앤코콘텐츠랩]
[사진제공: (주)아델앤코콘텐츠랩]

사실 사람이 원초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친구가 되어 공존하는, 순수하고 재미있는 형태이지 않을까 상상한다. 우리가 풍요로운 본성에 가까운 삶을 살수록 우리 눈 앞에서 그러한 관계가 실현 가능하다고도 믿는다. 결국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태어난 조건에 갇히지 않고 그릇을 키워나가도록 돕는 방식으로만 만난다. 그 만남은 우리 에고가 싫어하는 고통이나 아픔의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참 애석하고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같이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MZ세대라고 칭해지는 우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게 된다. 한창 ‘자존감’이라는 화두가 떠올랐을 때, ‘자존감 높은 사람’이 인정 받는 또 하나의 인격시장이 형성된 것 같았다. [맑음에 대하여]에는 이 시장에 갇힌 우리를 풀어내고 싶다는 욕망도 깃들어있다. 대두되는 특질을 칭송하고 따라가려는 사회 흐름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진짜 자기 존재에 대한 분별없는 바라봄일 것이다. 뭔가 앞길이 막힐 때는 이걸 감당할 수 있는 힘도 같이 태어나 있다는 뜻일텐데, 우리는 이걸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작년 11월에 생일을 맞이하여 <Shall we celebrate today?> 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찬탄할 수 있는 힘이 내면 깊숙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힘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태어남을 축하하는 말을 남겨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SNS를 통해 공유된 구글폼을 통해 42명이 참여해줬다. 글을 모아서 편집하고 간단히 디자인해서 이메일로 모두발송해드렸다. 보내주신 문장들을 읽는데 두 세 번 정도 울었다. 현학적인 표현도 아니고 멋드러진 문장도 아닌 그냥 일상적인 말들이었는데 읽다보니 공통의 소리가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상한 연결감을 느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 혹 자신을 자책하는 순간이 오더라도나를 미워하는 마음까지도 봐주는 그 진득한 작업을 모두가 하고 있었다.  [시사캐스트]


* 시인 강준서 약력

(졸)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국어국문학(현) 출판사 스튜디오 구 (Studio Gu) 대표

<순간을 대하는 태도>, 독립출판물, 2016
<순간을 대하는 태도>, 디자인 이음, 2017
<맑음에 대하여>, 독립출판물, 2018
<파도 아래 선한 눈>, 독립출판물, 2019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공저, 디자인 이음, 2019
<맑음에 대하여>, 스튜디오 구, 2022

*팝업프로젝트

<Les Jardiniers in Paris>, skt 0순위 여행 후원, 2018

전시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강준서, 강윤민, 기영석, 장우재), 2018
<Text X Sound 파도 아래 선한 눈> (강준서, 원형우), 2019

“파도 속에서 평온을 믿자, 춤을 추자. 각자의 파도 결을 온전히 바라보다 나만의 수영법을 만들어내자. 글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에 여전히 씁니다. 나는 쓸 때 가장 몰입하고 가장 빛나요. 당신이 만난 총량 중에 아름다움의 지면을 넓히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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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2023-02-24 19: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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