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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우리가 알던 대본이 아냐…보이스피싱+테러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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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우리가 알던 대본이 아냐…보이스피싱+테러로 진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5.15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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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내고 나면 찾을 수 없어”…환급률 26.1%에 그쳐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보이스피싱이 점점 진화하면서 피해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어눌한 말씨로 전화해 계좌번호를 요구하던 보이스피싱은 가고 마약을 이용해 피해자를 범죄에 연루시켜 협박하기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1만2816명의 피해자, 145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지만 해결책은 딱히 없다. 얼마 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바로 ‘마약+보이스피싱 범죄’ 형태의 신종 범죄로, 2006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의 최신 버전이다. 그간 끊임없이 진화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수사기관과 국민들의 대응 수준이 높아지자 보이스피싱 조직 ‘업계’의 벌이가 1년 새 30% 줄면서,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타깃을 찾아 ‘신종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음료’를 무차별 배포한 뒤 부모에게 전화 걸어 금전 요구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착신을 전환해 물품 대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식품업체 B사는 대기업 식품회사인 삼양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알려준 계좌로 식용유 대금 3000만원을 선입금했다. 그러나 이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착신 전환을 통해 중간에서 물품 대금을 가로챈 것이었다. 최근에는 범죄 융합화를 이뤄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판매 일당은 학생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를 무차별 배포한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을 요구했다.

10년 가까이 보이스피싱을 수사해오며 관련 연구를 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관계자는 “마약 음료 사건은 2세대에서 수법이 진화한 변종(3세대)이라고 볼 수 있다.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거책과 중계기 등을 주로 이용했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지다 보니 마약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녀가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처럼 부모에게 문자를 보내 금전을 갈취하는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결혼식 또는 돌잔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빈발하고 있다.

신종 보이스피싱…3세대 버전으로 발전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계좌이체, 대면범죄를 거쳐 다른 범죄와 결합된 3세대까지 진화했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2006년 시작된 1세대(계좌이체)에서 2세대(대면범죄)를 거쳐 3세대(다른 범죄와 결합)까지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조직은 2010년부터 시작된 대포통장 규제 강화 대책 등으로 계좌이체를 이용한 범행(1세대)이 날로 어려워지자, 피해자들에게 대출이나 사기 등에 연루됐다고 속인 뒤 현금을 뽑아 수거책에게 전달하는 방식(2세대)으로 변경됐다. 이 경우 총책은 검거가 쉽지 않고, 아르바이트 형태로 구직된 수거책들은 미미한 처벌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다 검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범죄단체활동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금 수거책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이 강화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 고도화됐다. 최근엔 2~3세대가 섞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대부분이다. 3세대의 경우 몸캠 피싱(알몸 이미지를 촬영한 뒤 피해자 연락처 등을 빼어내 협박)이나 손실 만회해준다고 접근한 뒤 돈 빼돌리는 코인 사기등 다른 범죄 유형과 합쳐지는 식이다.

보이스피싱으로 갈취된 돈은 회수가 어려워…환급률은 26.1%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환급률은 26.1%에 불과하다.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의 몸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1만2816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450여억원으로 보이스피싱으로 갈취된 돈은 회수가 어렵다. 윗선이 해외 등에 퍼져 있어 용의자를 제때 찾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자료에서 지난해 보이스피싱 환급률은 26.1%에 그쳐 전체 피해액 중 379억원만 피해자에게 환급됐다. 이런 신종 수법이 나오게 된 데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 보이스피싱 통계를 보면, 발생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에서 지난해 2만1832건으로 29% 줄었고, 같은 기간 피해액 역시 7744억원에서 5438억원으로 30%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국민 홍보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 자체가 크게 줄고 위축되다 보니 조직 차원에서 다른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 유형 유심히 살피고 조심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해 정부도 잇달아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네이버·카카오 등과 협업해 예방수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고, 금융감독원 또한 금융회사와 소비자 등 금융현장에서 수집된 신종 사기 수법을 분석한 후 알리고 있다.

다만 사건이 터진 후에야 신종 수법을 공개해봤자 피해자의 구제가 요원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을 통한 거래 시 의무적으로 보이스피싱 보험 등에 가입시키는 방법 등이 제시된다. 그러나 결국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금감원 등에서 업데이트되는 신종 유형을 유심히 살피고 조심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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