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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영어 유치원’ 보내려면 월 121만원…대학등록금 2배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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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영어 유치원’ 보내려면 월 121만원…대학등록금 2배 뛰어넘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4.03.2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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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고 싶다”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지난해 ‘영어 유치원’ 비용이 월평균 12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 연령의 부모들은 일반 유치원을 보내기 전 한 번씩은 영어 유치원에 대해 깊게 고민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영유를 다니는데 우리 아이만 안 다녀서 영어를 못하면 어쩌나?’, ‘국제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5~6세에는 영어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러다 보니 유명한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영어로 인터뷰를 준비한다든지, 파닉스를 미리 떼고 가기 위해 과외를 받는 등 영어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영어 유치원’ 비용도 월평균 12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총 1452만 원으로 대학 등록금 비용의 2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교육 첫걸음부터 고가의 소수정예로 운영하며 특권의식 갖게 해

유치원은 어린이집 생활 이후 또래 집단의 아이들과 많이 웃고 대화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교육의 첫 시작이다. 유치원 입학 전 많은 유아가 새롭게 시작되는 유치원 생활에 설렘을 갖고,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유치원을 어렵게 고르고 골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 유치원이다. 엄밀히 따지면 영어 유치원은 사실 없고 영어학원이라는 말이 더 맞다. 유치원은 국립, 공립, 사립으로 나뉘며 모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에 허점이 있다. 학원법에 따르면 특별한 나이부터 지도하는 것에 관한 규정이 없고 또한 밤 10시 이후에만 학원 운영을 못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교육사업자들이 만든 것이 바로 영어학원으로 허가받은 영어 유치원이다.

강남의 유명 영어 유치원의 경우 입학하기 전 영어로 인터뷰를 본 후 합격 불합격을 결정한다. 영어 유치원의 한 달 원비는 상당한 고가이며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이 유치원에 다닌다’라는 자부심과 특권의식을 갖기도 한다.

영유, 월평균 교습비, 기타경비 2023년 12월 기준 121만 원

영어 유치원은 영유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습시설로 호칭은 유치원이지만 법적으로는 유치원이 아닌 학원에 해당한다. [사진=픽사베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전국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 및 기타경비는 2023년 12월 기준 121만 원으로 나타났다. 영어 유치원은 영유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습시설로 통상적인 호칭은 유치원이지만 법적으로는 유치원이 아닌 학원에 해당한다.

주 5회 하루 4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학원을 기준으로 월평균 교습비는 110만 9000원이었고, 이밖에 급식비·피복비·차량비·모의고사비 등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기타경비는 10만 1000원이었다. 어린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마음먹은 부모는 120만원 이상의 추가 지출을 마음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성인 교육비 이상으로 비싼 금액이다.

교육부가 조사한 작년 기준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연간 679만 5200원으로 영어 유치원 비용은 이보다 2.14배에 달한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주변에서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던 친구들 대부분이 영어 유치원에 가니 우리 아이만 안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영유 입학 설명회를 모조리 찾아다녔다”라며 “그중 아이 성향에 맞고 친환경 급식이 나오는 곳으로 택했다”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증가세…세종 지역 150만원 육박하며 비용 가장 비싸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에 아랑곳없이 영어학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615개에서 2020년 724개로 늘었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718개였지만 다시 2022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811개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842개까지 늘어났다. 지역별 영어 유치원 비용은 세종시가 148만 6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인천(142만 5000원), 서울(141만 7000원), 충남(137만 4000원), 제주(136만 2000원), 대전(123만 6000원), 경기(121만 2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100만원 미만의 금액인 곳은 전남(95만 8000원), 전북(93만 4000원), 경북(92만 6000원)까지 3곳에 그쳤다. 강득구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유명 영어학원의 예비 초1 레벨테스트가 ‘7세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유아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며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우리 사회의 사교육 의존이 심각한 원인부터 진단하고, 근본적으로 입시제도 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해”

유명 영어학원의 예비 초1 레벨테스트가 ‘7세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유아 사교육 시장은 점점 과열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아이를 유명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김모(40)씨는 “아이가 만 4세 됐을 때 보내고 싶은 영유를 골라 입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샅샅이 알아봤다”라며 “주변에 이 유치원을 보내고 있는 선배 엄마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로 입학 레벨 테스트를 받아야 해서 영유 입학 전 원어민 선생님께 일주일에 2시간씩 3번 수업을 받았다”라며 “실제로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유아이지만 영어 실력이 대단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 달에 200만원 정도의 원비를 내지만 아이가 그만큼 습득하는 것 같아 만족한다”라며 “영어는 이제 당연하게 해야 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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