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4 18:51 (수)
[이슈포커스] ‘결혼 페널티’ 높은 탓에 ‘위장 미혼’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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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결혼 페널티’ 높은 탓에 ‘위장 미혼’ 늘었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4.06.1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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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혼인신고가 이점이 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해 나갈 것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부부 5쌍 중 1쌍은 결혼을 하고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른바 ‘위장 미혼’ 비율이 늘고 있다. 부부 5쌍 중 1쌍은 결혼을 하고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등에서 ‘결혼 페널티’(Marriage penalty)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마음먹은 후 온전히 내 자산만으로 집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결혼하고 나면 대출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미혼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2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비율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 19만3657건 중에서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는 16만1171건(82.23%)이다. 결혼 전에 이뤄진 혼인신고와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가 각각 8708건(4.50%), 15만2463건(78.73%)이다.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2014년 89.11%였던 관련 비율은 2020년(87.18%)까지 완만하게 떨어졌다가 2021년(85.41%), 2022년(84.69%)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낮아졌다. 그만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상 ‘지연 혼인신고’라고 볼 수 있는 비율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율은 8.15%다. 이 비율 역시 2014년(5.21%)부터 2020년(5.74%)까지 5%대로 유지되다가 2021년(7.06%), 2022년(7.85%)을 지나며 7%대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 시점에서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3년 이상 4년 미만인 비율은 1.57%로 2014년(0.84%)과 비교해 거의 두 배 가량 늘었다. 5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비율도 같은 기간 2.08%에서 2.73%로 증가했다. 과거에도 지연 혼인신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소득에서 부부합산 적용하는 바람에 혼인신고 하는 게 오히려 불리

신생아 특례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요건은 신혼부부에게 대표적 결혼 패널티다.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김모(37)씨는 “3년 전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올해 초 아이가 태어나면서 혼인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한꺼번에 했다”라며 “결혼해서 살 전셋집을 구하는데 신혼부부 대상 대출 소득요건에서 불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도 직장이 있어 우리 부부의 소득이 적지는 않다”라며 “그러나 버는 것보다 집이나 차 등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이 더 많아 서류상 싱글을 유지해야만 했다”라고 밝혔다.

직장인 오모(33)씨 역시 “결혼한 지 2년 반이 됐는데 지금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라며 “신생아 특례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요건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대표적 결혼 페널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부부의 경우 연소득이 각각 4500만원 정도인데 혼인신고를 했을 경우 연소득이 9000만원이 돼 대출 소득요건(부부합산 7500만원)을 충족하지 못한다”라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서류상 미혼으로 연 2.1~2.9%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혼인신고를 하는 게 불리한 셈이다.

정부, 결혼 페널티가 ‘결혼 메리트’로 바뀌도록 제도 정비해 나갈 것

저소득 근로자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한 근로장려금에서도 결혼페널티는 존재한다. 신혼부부 등 맞벌이 가구의 근로장려금 소득요건은 연 3800만원이다. 반면 단독가구의 소득요건은 2200만원으로 소득요건의 경계에 있는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청약의 경우 부부가 중복 당첨되더라도 먼저 신청한 청약을 유효한 것으로 처리하고, 지금까지 부부합산 약 1억2000만원까지 가능했던 공공주택 특별공급 신청자격은 부부합산 약 1억6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결혼 페널티가 ‘결혼 메리트’로 바뀌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반응은 차갑다.

실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까지 떨어진 현실을 감안하면 현 제도가 결혼 메리트로 작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부부합산 소득요건 없애거나 혼자일 때보다 이득 줘야 해”

정부는 “기존 디딤돌 대출도 순차적으로 소득요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이번에 소득요건을 완화한 버팀목 전세자금과 신생아 특례대출 외 기존 디딤돌 대출도 순차적으로 소득요건을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디딤돌대출의 경우 지난해 소득요건이 부부합산 8500만원으로 완화됐다”라며 “단계적으로 소득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혼인신고가 이점이 될 수 있도록 부부합산 혹은 아이 출산시 소득요건 기준을 더 크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혼자라면 연소득 5000만원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정책대출 상품을 결혼 시에는 부부합산소득 1억5000만원까지 풀어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하는 게 이득이 되도록 만들려면 부부합산 소득요건이나 아이를 낳았을 때 소득요건을 개인 혼자일 때보다 더 높여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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