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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서 보여준 ‘환상 프리킥’에 한국팬들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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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서 보여준 ‘환상 프리킥’에 한국팬들 열광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8.03.0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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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LA갤럭시와 방한 ‘데이비드 베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프리킥 연습”
한국팬들 뜨거운 열정·환대에 감동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 욕심 여전해

99차례 A매치 소화 센추리클럽 눈앞
LA갤럭시 갈때 5년간 2,500억원 계약
팬서비스 정신도 최고 ‘역시 슈퍼스타’

한국을 처음 찾은 데이비드 베컴(33·LA갤럭시)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아니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쳐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로 잰 듯한 패스와 날카로운 킥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정도였다. ‘아무나 받아라’ 식의 크로스 및 패스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잘생긴 얼굴과 마법 같은 프리킥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이 초봄 상암벌을 뜨겁게 달궜다.

베컴은 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친선 경기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50분 정도 뛰리라는 예상과 달리 풀타임을 뛰며 그림 같은 킥을 여러차례 선보였다.

베컴의 마법은 전반 13분 처음 나왔다. 하프라인 뒤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길게 로빙 스루패스를 넣어 문전으로 달려들던 공격수 카를로스 루이즈에게 정확히 공을 배달했다.

1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다시 크로스를 올려 왼쪽 코너킥을 만들었고, 코너킥에서 직접 키커로 나서 ‘컴퓨터 크로스’로 문전에 있던 루이즈의 머리에 공을 올려놓았다.

명품 킥은 전반 21분 골을 만들었다. 베컴은 하프 서클 앞 미드필드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FC 서울 수비진이 대열을 정비하기 전 기습적인 감아차기 오른발 크로스를 날렸다. 공은 페널티킥 지점에 뚝 떨어졌고 이를 LA 갤럭시 공격형 미드필더 앨런 고든이 발만 갖다대 선제골을 넣었다.

‘베컴 쇼’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전반 35분 다시 오른쪽 중원에서 오른발 롱 크로스를 날려 루이즈의 머리로 공을 전달했다.

베컴은 체력이 떨어진 듯 후반에는 전반만큼 뛰지 못했다. 하지만 킥을 할 때만큼은 조기축구 경기에 나온 전직 축구선수 같은 위용을 뽐냈다.

베컴은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첫번째 키커로 나섰다. 본부석 왼쪽 골대에서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힘차게 달려들며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 넣어 골 그물을 갈랐다.

베컴은 서울의 승부차기 승리(2-1)로 경기가 끝난 뒤 “오늘 전반이 LA 갤럭시에서 경기한 이래 최고였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프리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베컴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토로라컵 LA갤럭시 코리아투어’ 첫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프리킥의 비결은 말해줄 수 없다”며 웃음지은 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프리킥을 연습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프리킥의 진화’를 위해 여전히 열심히 맹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루드 굴리트 감독, 아벨 사비에르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베컴은 “뜨거운 열정과 따스한 환대에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방문 소감을 밝힌 뒤 “미국축구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왔기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기량을 발휘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며 FC서울과의 친선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베컴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서 ‘한 수 가르침’을 부탁한다는 질문에 “무엇보다 경기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번 친선전은 많은 꿈나무들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팀플레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센추리클럽 가입을 위해 체력적인 준비가 가장 우선시 되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완전한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컴은 현재 A매치 99경기를 뛰어 잉글랜드축구 역사상 4번째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입국 소감과 자신의 매력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자 “체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며 좋은 경기를 보여 줄 것이다. LA 갤럭시의 일원으로 올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문을 연 뒤 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겼다.

상대팀인 FC서울에 어떤 것을 가르쳐주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베컴은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 1일 경기는 미래의 꿈나무 선수들도 볼 것이기에 팀의 일원으로 도움 줄 자세가 필요하다”며 즐기는 경기를 강조한 뒤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베컴이 남긴 것

베컴이 대한민국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고 2일 떠나면서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베컴은 △프로선수로서 축구팬들에 대한 깎듯한 예우 △천재성보다는 꾸준한 연습으로 만들어낸 명품 프리킥 등을 팬들의 가슴에 아로새겼다.

세계적 스타는 역시 수많은 팬을 불러모았다. 이날 관중은 3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베컴의 명품 프리킥을 보자”며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 베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한명의 스타가 팬 수만명을 불러모은다”는 체육계 속설을 K리그로서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베컴은 경기 뒤 승부차기 때 갤럭시의 첫번째 키커로 나섰다. 이 때 골문 뒤에 있던 일부 관중들이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보이는 등 야유를 해댔다.

하지만 베컴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골을 성공시킨 뒤 그들을 향해 반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보였다. 베컴은 경기 뒤 “그들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해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베컴은 자신의 후원하는 아디다스 축구화 뒤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했다. 또 애초 50분 이상 뛰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전후반 90분을 다 소화하는 등 팬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컴의 명품 크로스와 프리킥·코너킥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베컴은 실제로 여러 차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보여줬고,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명품프리킥도 한차례 선사했다.

전반 21분 갤럭시의 선제골은 베컴의 절묘한 롱 프리킥에서 비롯됐다. 주로 오른쪽 미드필드 쪽에 자리했던 베컴은 폭발적인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공격진에 한번에 찔러주는 롱패스로 FC서울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했다.

이날 FC서울 최전방공격수로 출격했던 정조국은 “킥 하나는 대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조국은 전반 31분 페널티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 베컴은 어떤 선수?

‘축구의 불모지’ 미국으로 떠나 ‘축구 전도사’가 된 베컴은 이제 99차례 A매치를 소화해 국가 대표로 센추리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미국 무대에서 활동한다는 마이너스 요소로 비시즌 기간에는 영국 런던을 찾아 아스널 클럽에서 함께 훈련을 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는 베컴의 센추리 클럽 가입은 이미 대표팀 감독 카펠로의 의지를 떠난 일인 것 같다.

미국 프로 축구 MLS는 샐러리캡 제도로 선수 연봉을 제한하고 있지만 베컴에게만은 예외를 적용했고, 이는 ‘베컴 룰’이라는 공식 규정으로 적용됐다. 5년 간 총액 2억5천만달러(한화 약 2500억원)의 계약을 맺은 베컴의 도전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계속되고 있다.

2001년에 BBC 스포츠가 선정한 올해의 체육인으로 선정됐고, 2003년에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대영제국 제4급 훈작사로 임명된 그는 2005년부터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 중이다.

“베컴은 마친 톰 크루즈와 같이, 팬들의 소중함과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고 살았다. 마치 레드 카펫을 걷듯이, 웃고 사인하고, 또 웃고 또 사인하고, 또 웃었다. 그러나 베컴은 크루즈가 아니다. 크루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베컴은 많은 팬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를 즐겼다. 맨유 원정이나 잉글랜드 원정에서, 베컴은 절대로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실제로 베컴은 몇 시간이든 팬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인을 해줬으며, 공개 훈련의 경우 볼도 차주고 농담도 건냈다.”

팬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베컴이 팬들을 향해 거친 동작을 취하거나 언론의 취재를 거부할 때는 언제나 가족과 연관된 상황이다. 팬들이 그의 부인이나 아이들을 상대로 욕설과 조롱을 보낼 때 베컴은 그대로 이를 맞아쳐왔다. 아들이 간질 발작 증세를 보이자 사진 기자들에게 플래시 세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에 홍보사절로 큰 기여를 했고, 이에 영국은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리는 것을 논의 중이다. 몇몇 이들은 그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이 ‘레이디 빅토리아’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만, 현역 선수인 베컴에세 이같은 영광을 내리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데이비드 경’으로 불릴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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