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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경신환국과 편중 인사의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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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경신환국과 편중 인사의 毒
  • 윤관 기자
  • 승인 2018.01.2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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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세력을 위에서 고립시키고 한편이 된 무리를 밑에서 더욱 성하게 하는 것은 불가”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숙종은 경신환국을 통해 당시 집권세력인 남인을 내치고 서인을 등용하는 비정한 군주의 모습을 보였다.
 
숙종의 대숙청은 1680년 3월 당시 남인의 좌장이자 영의정인 허적의 집에 그의 조부 허잠을 위한 연시연이 발단이 됐다.
 
당시 시중에는 이번 연회에 병조판서 김석주, 숙종의 장인인 광성부원군 김만기를 독주로 죽일 것이요, 허적의 서자 견은 무사를 매복시킨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었다. 이 소문 탓인지 소수의 서인만 참석하고 남인만 득실거렸다.
 
숙종은 그 날 비가 오자 궁중에서 쓰는 용봉차일(기름을 칠해 물이 새지 않도록 만든 천막)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미 허적이 가져갔다. 숙종이 분노했고, 철원에 귀양갔던 김수항(金壽恒)을 불러 영의정에 임명하고, 서인을 대거 내쫓고 이조판서 이원정(李元禎)의 관작을 삭탈하는 대숙청을 단행했다.
 
당시 숙종의 심정은 <조선왕조실록> 숙종 6년 3월 29일 기사에 잘 드러나 있다.
 
숙종은 전 정승 김수항(金壽恒)을 용서하는 하교를 내리며 “어찌 크게 한심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근래 공도(公道)는 멸해 없어지고 사의(私意)는 크게 행해, 관원의 천거 임용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한쪽 사람만 임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권세가 한쪽으로 편중돼 자못 교만하고 방종한 습관이 있어서, 비록 과실이 있더라도 조금도 서로 바로잡는 도리가 없고 기탄하는 마음도 아주 없다”고 크게 한탄했다.
 
숙종은 이 대목에서 편향된 인사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 남양(南陽)은 광무 황제(光武皇帝)의 고향인데도 곽급(郭伋)은 오히려 황제가 남양 사람만 임용했다고 해서 잘못이라고 했는데, 하물며 한 나라 사람은 임금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는데도 국가의 사람 쓰는 것이 어찌 저쪽과 이쪽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구차하게 당시의 의논에 동조해서 스스로 어지럽게 망하는 지경을 취하겠는가? 이것이 내가 항상 몹시 한탄하는 것이다.”
 
또 “전후(前後)로 면대할 때에, ‘저쪽과 이쪽을 논하지 말고 공평하게 선발 임용하라.’는 뜻을 곡진하고 친절하게 타이르지 않은 적이 없는데도, 그 뒤 천거해 임명할 때에는 책망을 면하기 위한 한 두 사람의 추천에 불과하니, 어찌 매우 놀라고 매우 미워하지 않겠는가?”라고 편중 인사를 거듭 비판했다.
 
숙종은 “내가 비록 어둡고 용렬하나, 결코 태아(太阿)를 거꾸로 주어서 군주의 세력을 위에서 고립시키고 한편이 된 무리를 밑에서 더욱 성하게 하는 것은 불가하니, 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원정(李元禎)을 우선 관작을 삭탈하고 문 밖으로 쫓아 보내라”라며 냉혹한 군주의 단면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숙종은 이후에도 기사환국과 경술환국을 일으키며 탕평을 꾀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역대 정권의 비참한 말로는 편중된 인사도 크게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87년 체제 이후에도 노태우 정부는 ‘TK(대구·경남)’이 득세했고, 김영삼 정부는 ‘PK(부산·경남)과 K2(경복고)’가 그 자리를 메꿨다.
 
평화적 정권교체도 편중 인사의 적폐는 끝낼 수 없었다. 김대중 정부도 ‘MK(목포·광주)’의 천하였고, 노무현 정부도 ‘PK’과 ‘친노’가 득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TK’가 부활한 시기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인사’문제로 야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야권은 ‘내로남불’인사라고 혹평하며 친문세력의 득세를 경고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도 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집권자의 측근이 득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 집권층은 숙종이 ‘환국’을 통해서 대규모 숙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기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가 될 지, 아니면 ‘인사가 亡사'가 될 지 여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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