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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과 한반도 주변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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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과 한반도 주변 4강
  • 윤관 기자
  • 승인 2018.06.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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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이익 앞에선 이성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갑신정변은 구한말 급진개화파가 일본의 힘을 빌려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기기 위해 일으킨 정치개혁운동이다.
 
김옥균을 비롯한 급진개화파는 임오군란 이후 청의 내정 간섭이 심화되자 이에 큰 불만을 가졌다. 특히 민씨 정권과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김옥균이 일본으로부터의 차관 도입에 실패하자 급진개화파는 정치적 입지가 극도로 약화됐다.
 
정치적 위기에 빠진 급진개화파에게 하늘이 기회를 줬다. 청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베트남을 놓고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던 청이 조선에 주둔한 병력을 일부 철수시켰다. 급진개화파는 정국을 장악할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고, 일본도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들은 우정총국 개국 축하연을 거사일로 삼았고, 급진개화파의 음모를 전혀 몰랐던 민씨 고관들을 살해했다. 고종과 왕비를 볼모로 삼아 정권을 장악하고 14개 정강을 발표해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청과 일본을 잘 몰랐다. 청은 위안스카이와 군대를 신속히 파견해 급진개화파를 공격해 민씨 정권을 보호했다. 일본도 청의 조치에 놀라 급진개화파와의 약속을 깨고 군대를 철수시켰다. 이로써 급진개화파의 개혁은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일본의 배신은 실로 놀라웠다. 일본공사관이 불에 탄 것과 일본인 피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배상금 지불을 내용으로 한 한성조약 체결을 강요했고, 무능한 군주 고종은 이에 굴복했다.
 
고종은 새로운 동지를 찾았다. 점령군 행세를 하는 청도 싫었고, 야금야금 잇속만 챙기는 일본도 싫었다. 국제 정세 안목이 부족한 고종의 눈에 러시아가 들어왔다. 고종은 비밀리에 러시아와 조·러 통상조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최강대국 영국은 고종의 행태에 불만을 품었다. 러시아의 남진 정책을 우려한 영국은 국제법 따위는 무시하고 조선의 거문도를 무력 점령했다. 2년여에 걸친 영국의 거문도 불법 점령은 청의 중재로 끝났지만 조선의 주권은 형편없이 유린당했다.
 
국제사회는 아시아의 새로운 탄약고 조선의 운명에 관심을 가졌다. 이른바 ‘조선중립화론’이 대두됐다. 조선에 주재한 독일 부영사 부들러는 조선을 중립국으로 삼자는 조선 중립화론을 조선 정부에 건의했고, 미국 유학파 유길준은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조국 조선의 안전을 강대국에게 보장받기 위해 중립화론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실현되지 않았다. 열강의 이익과 부합되지 않은 이론이기 때문이다.
 
미북 정상회담을 놓고 일본, 중국, 러시아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일·중·러가 미국과 북한이 현 정국을 주도하는 것에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는 얄팍한 속내가 보이는 대목이다.
 
대륙과 해양의 교량 역할을 하는 한반도는 미·일·중·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문재인 정부는 갑신정변 이후 강대국이 펼친 힘의 논리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무능한 군주 고종이 외세를 물리치고자 러시아를 불러들여 영국의 거문도 점령과 같은 국가적 수모를 당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국이익 앞에선 이성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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