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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정동영·이회창 ‘정치판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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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정동영·이회창 ‘정치판 떠나라’
  • 김재한 시사평론가
  • 승인 2008.03.1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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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9총선에 지난 17대 대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았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후보가 서울 동작을과 충남 예산·홍성 지역구에 각각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대선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로써는 정동영씨와 이회창 총재의 18대 총선 출마를 반기지 않는다. 그것은 두 사람의 총선 출마의 명분과 정당성이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씨와 이회창 총재의 출마를 보는 국민적 시각은 각자가 소속한 정당의 반응과 달리 냉담하다.

한 때 대통령으로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이, 정치 재기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정략적인 발상 아래 지역구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그들은 소속 정당의 지지도 하락과 입지의 어려움을 교묘히 이용해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겉으로는 견제야당 운운하면서, 실지로는 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소이(小利)를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정동영씨는 3월 12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 불면의 휴식을 끝내고 어려움에 처한 당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동작을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당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며 “내일 당장 선거하면 어렵겠지만 이제 4주가 남은 만큼 민심을 향해 파고들면 ‘견제 야당’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총재는 정동영씨에 앞서 지난 3월 4일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이어 열린 고위 당직자 회의에서 “이번 총선에 모두 전력투구해야 한다. 고위당직자 및 당원들도 몸을 던지는 형태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당내에서 충남 예산에서 출마하는 것이 당의 총선전략상 중요하다고 하여 그 의견에 따르고자 한다.”며 충남 예산·홍성 출마 의지를 밝혔다.


우리 정치권을 보면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 실패에 따른 책임론 제기 당시, 목소리를 낮추었던 그때의 모습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정동영씨와 이회창 총재는 지난 대선 실패 후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총선 불출마를 밝혔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정동영씨는 지난 대선 실패 이후 신당 최고위원-상임고문단과 나눈 오찬에서 “대선 패배는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당분간 백의종군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회창 총재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는 지난 12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의 한 측근도 “본인이 일선에 나온다는 차원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정당 창당을 통해 참다운 보수의 미덕을 지키자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의 상징으로 남아 있어야지, 정치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세 번 출마해 눈물을 머금은 분을 또 다시 지역구로 내모는 것은 잔인한 일이자 그의 진정성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동영씨는 대선 패배와 함께 일단 여의도를 떠났지만 총선 도전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쏠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측근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여의도 외출’에 나선 자리에서 “묵언수행 중”이라면서도 “언제까지고 이럴 수 있겠느냐”고 말해 총선 출마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서울 지역 출마와 비례대표설이 나오고, 심지어 예상 지역구로는 종로, 강남 등 상징적 지역과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일전’을 공개 제안한 거주지 서대문을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18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의 구로을 출마설이 나돌았다.

정동영씨로서는 종로나 서대문 지역에 출마한다면 당선보다는 낙선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총선 낙선을 각오하고 종로나 서대문 지역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 정동영씨를 잘 아는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그것은 그가 그동안 지금까지 정치행보에서 무난한 길을 택해왔기 때문이었다. 실지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 예상한 것처럼 그는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호남 인구가 많은 안정적인 지역구인 동작을을 선택했다.

이회창 총재 또한 “고향 예산에서 출마를 하는 것은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가치추구, 신보수정당을 제대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내 자신의 일익을 담당하려는 것”이라며 “총선출마가 많이 부담이 되지만 당의 창당이념이나 신보수운동의 확산을 위해서 전국을 다니며 국민들께 이해시킬 책임이 있고, 과중한 일이지만 당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더 이상 국민들이 이 총재의 말에 관심과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정치발언의 번복과 식언에 따른 실망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인 충청 정당 복원을 통해 정치적 수명을 연장하려고 있는 데 대해 더더욱 분노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동영씨와 이회창 총재의 출마를 달갑게 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네가티브 공방의 주역으로 정책선거를 실종케 한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또다시 정치 전면에 나설 경우, 이번 18대 총선 또한 정책 선거는 요원하다. 각 정당의 폭로와 비방이 중심이 된 네가티브선거와 더불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두 당의 후보 선전을 위해 바람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바람선거의 열풍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은 70년대의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구도 양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람선거를 우려하는 것은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등 경제 환경의 악화 속에서 또다시 정치가 우리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동영씨와 이회창 총재의 총선 출마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의 총선 출마가 책임정치를 실종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민주정치는 책임정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야권 대선주자들을 보면서 선거 참패의 책임자는 사라졌다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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