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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도 두려워한 탕왕의 육사(六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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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도 두려워한 탕왕의 육사(六事)
  • 윤관 기자
  • 승인 2018.08.1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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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도(覇道)를 펼친다면 민심의 분노의 화염이 정치권을 휩쓸 것”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천하의 폭군 연산군도 재위 시절 잇따른 자연재해로 민심이 동요할 것을 염려했다.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자도 민심의 역풍을 두려워한 것은 만고의 진리인 듯하다.
 
<연산군일기> 연산 10년 6월 16일 을해 기사를 보면 “하늘의 재변에 대해 승정원에 묻다”고 기록했다.
 
연산군은 이날 승정원에 하문(下問)하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천심(天心)이 인군(人君)을 사랑하므로 재이(災異)로 경계해 수성(修省)하게 한다’하고, 또 ‘임금이 어질지 못하면 하늘이 사랑하지 않아 재이를 내지 않는다’ 했으나, 이 말이 공교한 듯하지 않은가?”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어 “옛날 탕(湯)이 7년 가뭄에 육사(六事)로 스스로 꾸짖으매 하늘이 과연 응답했으니, 정성을 지극히 해서 그러했는가?”라며 “이제 비록 가뭄 때문에 빌지라도 구름만 빽빽하고 비를 내리지 않으니 정성이 지극하지 못해 그러한가? 하늘의 재변(災變)이 만약 아무 일의 잘못에서 나온다 하면 옳지 못하다”라고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연산이 언급한 육사(六事)는 상(商)나라 탕왕이 상림(桑林)의 들에서 비를 빌며 자책한 여섯 가지를 일컫는다.
 
탕왕은 가뭄이 지속되자 “정치가 공평하지 않았는가, 백성이 직업을 잃었는가, 궁실이 너무 높다란가, 여인의 청탁이 성행하는가, 회뢰(뇌물을 주고받는 것)가 유행하는가, 참소하는 자가 창성한가?”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연산군의 걱정에 대해 박열(朴說) 등은 “천심이 인군을 사랑하므로 반드시 재이를 내려서 알게 함”이라며 “무도(無道)함에 이르러야 상패(傷敗)가 곧 이르는 것이니, 하늘과 사람은 같은 이치인지라 사람의 일이 아래에서 잘못되면 하늘의 변이 위에서 응답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는 선유(先儒)의 통론(通論)입니다”라며 “그러나 나라는 망칠 즈음에도 재변이 없는 수가 있으니, 대체로 논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애써 폭군 연산군을 안심시키고자 했다.
 
4차 산업사회를 앞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자연재해와 왕의 부덕을 연결시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을 수가 있다. 하지만 희대의 폭군 연산군마저 언급한 탕왕의 ‘육사(六事)’ 고사는 수천년이 지난 현대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특히 탕왕이 ‘정치의 공평성’과 ‘실업’ 그리고 ‘회뢰’에 대해 자책을 했다는 것은 ‘옳은 정치’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연산군도 두려워한 민심은 권력자가 자연재해가 아닌 옳은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했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역대급 폭염이 대한민국을 아무리 뜨겁게 달군다 해도 한국 정치인들이 속시원한 정치를 펼친다면 최고의 피서가 될 것이지만, 정반대의 패도(覇道)를 펼친다면 민심의 분노의 화염이 정치권을 휩쓸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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