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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김성일의 거짓보고와 평양 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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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김성일의 거짓보고와 평양 공동선언
  • 윤관 기자
  • 승인 2018.09.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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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 히데요시의 야욕을 정확히 읽어낸 황윤길이 필요한 시기”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사림이 정권을 장악한 시기는 선조 때다. 사림은 연산군~명종에 이르는 동안 훈구파의 철저한 탄압으로 궤멸의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중앙 정계에서는 밀려났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향촌에서 서원과 향약을 기반으로 권토중래의 기회를 기다렸다.
 
마침내 선조가 즉위하자 훈구파는 몰락했고, 사림의 천하가 펼쳐졌다. 하지만 사림도 권력 앞에서 분열했다. 척신 정치의 잔재 청산을 둘러싸고 기성 사림과 신진 사림으로 분열해 대립했다.
 
이른바 붕당의 형성이다. 기성 사림은 척신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정권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고, 신진 사림은 철저한 척신 배척을 주장했다. 기성 사림은 이이와 성혼이 중심이 된 서인으로, 신진 사림은 서경덕, 이황, 조식 등이 중심이 된 동인이 됐다.
 
선조 재위 시절, 서인과 동인은 조정의 인사권을 가진 이조전랑을 놓고 치열한 대립과 갈등을 펼쳤다. 역시 권력은 공유할 수 없는 숙명적 운명을 가졌다. 서인과 동인의 정쟁은 예전 훈구파와의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잔혹했다.
 
이들의 대립은 조선의 운명도 바꿨다. 당시 조선 국내에는 일본의 침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선조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을 일본에 파견했다. 이들은 일본의 실권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났고, 곧 일본의 침략이 시작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들은 귀국 보고에서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황윤길은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김성일은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후일 김성일은 같은 당파인 류성룡에게 “나도 어찌 왜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겠냐.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의혹될까 두려워 그것을 풀어주려 그런 것”이라는 황당한 고백을 했다.
 
무능한 군주 선조는 전쟁 대비보다는 거짓된 평화를 기대했다. 황윤길의 보고는 무시됐고, 선조와 동인은 다시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얼마 후, 조선은 임진왜란의 병화에 휩싸였다. 조선 팔도가 왜적의 말발굽에 짓밟혔고, 조선의 백성들은 왜적의 총칼에 무참히 살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남북 정상은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라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반도는 다시 통일의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번에 북한을 다녀온 이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약속을 절대 신뢰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일가에 대한 칭송까지 들려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 형 김정남을 암살한 냉혹한 독재자라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은 듯하다. 냉정보다는 흥분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보다 오히려 미국을 향해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냉정해야 할 대한민국은 들떠 있고, 우리의 우방은 신중 모드다. 한반도 위기 상황은 변함이 없는데 책임 있는 정치인의 냉철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한테 필요한 정치인은 온 나라가 놀랄까 두려워 거짓 보고를 한 김성일보다는 적장 히데요시의 야욕을 정확히 읽어낸 황윤길이다. 냉철함이 흥분보다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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