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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갇힌 사람들, '카페인 우울증'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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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갇힌 사람들, '카페인 우울증'에 빠지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3.2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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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힘들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굳이 서로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SNS 친구가 몇 명인지, 게시물에 '좋아요'가 몇 개 눌렸는지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좋아요' 수가 많을수록 '인기 많은 사람',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된다. 반면, SNS상에서 친구가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SNS에서 많은 사람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사람조차도 '외로움'을 느낀다. 이들은 SNS가 실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SNS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현실에서 맺어지는 관계와 다른 차원이라는 뜻이다. SNS에서 누구보다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이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면 어색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이경대(31)씨의 사례에서 SNS의 '허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경대씨는 밥 먹을 때, 이동할 때, 자기 전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는 주로 영상을 보거나 SNS 활동을 한다. 특히 SNS에서 지인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SNS를 통해 연락이 끊겼던 초·중·고 친구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관계의 폭이 점점 넓어졌다. 하지만 SNS 친구들과 현실에서 얼굴을 맞대는 경우는 드물다.

이경대씨는 "친한 관계가 아니어도 SNS에서 안부를 묻곤 한다"며 "하지만 약속을 잡아 만날 사이는 아니다, 만나면 어색할 것 같아 애초에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경대씨에게 'SNS 친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 "겉친구"

이경대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다. SNS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관계는 현실에서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얕다.

결국 현실 관계로부터 오는 외로움은 증폭된다. SNS에서의 인기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때, 공허함이 찾아온다.

이경대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현실에서 외로움과 공허함을 마주했을 때, SNS를 멀리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습관이 돼버린 SNS는 좀처럼 끊기가 쉽지 않다.

이경대씨는 SNS상에서의 관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느낀 후, 더 이상 SNS에 본인의 일상을 공유하지 않고 지인들의 소식 정도만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후로 이경대씨의 삶은 '외로움'과 '공허함'으로부터 멀어졌을까?

오히려 이경대씨의 마음속에는 다른 성격의 부정적 감정이 피어올랐다.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비교'의 늪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경대씨는 "SNS에 지인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면,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인다"며 "늘 지치고 바쁜 나의 일상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듯해 부럽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경대씨도 SNS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생을 10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9가 아닌 특별한 순간 1을 올린다, 그 게시물을 본 이들은 이 사람의 인생이 항상 특별한 줄 착각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타인의 삶에 영향을 받게 된다.

SNS가 발달하면서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카페인 우울증'은 대표 소셜미디어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용어로, 'SNS에서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SNS는 양면성을 갖는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SNS 기능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일상 공유가 손쉬워지면서,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SNS의 목적이 '소통'보다는 '자랑'에 가까워지고, 부풀려진 일상, 속 빈 강정 같은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면서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허상과 실상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SNS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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