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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양호 퇴진과 국민연금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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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양호 퇴진과 국민연금의 위력
  • 윤관 기자
  • 승인 2019.03.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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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게의 우려도 경청해야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퇴진 선고를 받았다. 오너일가의 일탈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오너리스크에 대한 주주들의 철퇴가 가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27일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불과 2.6% 부족이 결정타가 됐다. 대한항공의 이사 선임 및 해임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지만 주주의 선택은 “No"였다.

조양호 회장은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가족들의 갑질 논란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오늘 표결을 보면 연이은 각종 의혹과 논란이 주주들의 투자 의욕을 상실케 한 것이다.

특히 조양호 사퇴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가 위력을 발휘한 첫 사례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전날인 26일 수탁자책임위 회의를 열고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한항공의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참한 것이 조양호 회장 사퇴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대한항공이 오너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연결 기준 3조 2986 억원, 연매출 7조7375억원으로 사상 최대 연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 문제가 아닌 본인과 일가의 도덕성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 주총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사실상 오너 기업 총수의 생사여탈권을 갖게 된 첫 사례다. 주총을 준비 중인 다른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결정에 초긴장할 수밖에 없다.

전경련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조 회장 연임 부결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진은 오너기업의 도덕성에 경종을 울렸다. 앞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경영 투명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승리감에 도취되지 말고 경영권 유지에 불안감을 가질 재계의 의견도 더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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