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07 (금)
[나혼자 ‘잘’ 논다] 1인 이색취미활동 ③ 가죽 공방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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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잘’ 논다] 1인 이색취미활동 ③ 가죽 공방 편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4.08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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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곰손도 금손되는 기적을 보여드릴게요”

이번 편에서 소개할 이색 공간은 희우정로 벚꽃거리에 위치한 아늑한 가죽공방 ‘메이29’다. 

금슬 좋은 부부가 5년째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가죽공방은 여느 작업실과는 달리 가정집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한 기운이 맴돈다. 가죽공방 내에는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소품들이 진열돼 있고, 소품 하나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현정 메이29 대표.

박현정 메이29 대표는 공방을 운영하기 훨씬 이전인 15년 전, 가죽 공예를 처음 접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가죽 공예가 이제는 즐거운 일거리가 된 셈이다. 취미를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재미까지 느끼게 된 박현정 대표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기 위해 남편 최봉균 대표와 함께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부부 디자이너가 처음 작업 공간을 마련했을 때, 이들은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박현정ㆍ최봉균 대표는 “지금은 가죽공방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처음부터 가죽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공방은 아니었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손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작업실로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죽공방 내에는 가죽 소품 외에 피규어, 액자 등 이들의 손길이 닿은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두 대표는 공방을 만들면서 공방의 정체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만들고 싶은 것들을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온기 속에서 정다운 대화가 오가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기에, ‘무엇’을 전문으로 하는 공방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정해놓은 틀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는 첫 마음을 흐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5년 동안 운영해온 가죽공방은 여전히 찾아오는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하다. 물 흘러가듯 공방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죽 공방의 느낌이 강해졌고, 가죽 공예를 배우기 위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공방 문을 두드린다. 그 중에서도 20대 후반~30대 손님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박현정 대표는 “남녀 구분없이 많이들 찾아와 주시는데, 전체 손님의 80~90%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직장인”이라며 “가죽 공예는 원재료비가 좀 높은 편이라 비용 부담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분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지만, ‘재미’가 빠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그 빈틈을 채우고자 취미를 찾는다.

‘메이29’의 원데이클래스를 찾는 이들 역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내적 힐링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최봉균 대표는 “가죽 소품을 만들 때는 집중을 하기 때문에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사람도 있고, 망치질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만드는 과정이 다소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완성된 작품을 보면 다들 일단 뿌듯해하고 무척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메이29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공방 특유의 포근한 분위기는 손재주가 없는 사람, 가죽 공예 경험이 없는 사람의 발길까지도 이끈다. 박현정 대표는 “아주머니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오기도 하고, 지나가던 행인분이 궁금해서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수업도 편한 분위기 속에 진행돼 다들 부담 없이 찾아온다”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업 난이도를 조절했고, 1대1이나 1대2 소수정예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품에 안고 가실 수 있다”고 전했다.

메이29에 진열된 가죽 소품들.

    
▶가죽 공예로 ‘취테크’를?

취미로 시작했던 가죽 공예지만, 재능을 발견해 부업,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들이 관심 갖는 것 중 하나가 ‘취테크’다. 취테크는 ‘취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동시에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캘리그라피, 1인 방송 등 취테크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가운데 ‘가죽 공예’도 취테크 아이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만든 가죽 소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가죽 공예에 재능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취미 생활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 제품의 반응이 좋은 경우에는 실제로 제품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한다. 또 가죽 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취테크 방법 중 하나다.

박현정 대표는 “취미로 가죽 공예를 배우러 왔다가, 재능을 발견하고 부업이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죽공방은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운영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브랜드 런칭이나 교육 등 길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수 있다”고 바라봤다.

 

1인 가구로서 안정된 상태가 되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한 취미생활을 탐색하게 된다. 취미생활에 드는 비용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내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가’다.

“사람들은 가죽공방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사는 거에요. 사실 가죽 소품은 직접 만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 수 있죠. 하지만 소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내적 힐링은 완성품 이상의 가치를 갖습니다.”

박현정˙최봉균 대표는 메이29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얻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사진=시사캐스트/메이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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