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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로 잠식된 뇌의 기능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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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로 잠식된 뇌의 기능을 되찾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4.2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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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삶의 질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이제는 SNS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히고, 웹서핑을 통해 정보를 얻고, 매장에 가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는 등 모든 생활이 손 안의 기기로 해결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현대인들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졌고, 머리가 하는 일을 스마트폰이 대신 처리하게 되면서 뇌의 사용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현대인의 일상을 잠식하면서 '디지털 치매증후군'이라는 신종 병명이 생겨났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들이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겪게 되는 기억력 감퇴 현상이다.
 
능력있는 신입사원이 모든 일을 처리하면, 기존 인력들의 업무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구나' 안심하고 업무를 놓는 순간, 일처리 능력은 점차 떨어진다.
 
디지털 기기는 능력있는 신입사원인 셈이다. 뇌의 영역을 침투해 뇌의 활동량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보통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여러 자극을 받아들인 후 한시적으로 단기기억에 저장한다. 단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리허설(반복학습과정)'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기억을 담당하게 되면서 뇌가 기억해야 할 정보량과 빈도수가 줄어들었다. 즉,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뇌가 기억하는 정보량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점점 기억하는 것들이 적어지고, 뇌의 기억능력이 퇴화되면 치매증상이 나타난다. 물론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기억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치매 증상과 달리 기억이 잠시 나지 않는 건망증과 유사한 질병이지만, 디지털 치매증후군이 지속될 경우에는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보니 스마트폰 배터리는 우리의 생명줄과 다름없다. 스마트폰 전원이 꺼지는 순간, 뇌는 정지되고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7.8%로, 1년 전 대비 1.6%p 늘었다. 증가 추세를 보면 현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이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군은 1인 가구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1인 가구의 경우 스마트폰과의 관계과 더욱 끈끈해진 것이다.
 
디지털 기기와 현대인의 주종관계는 올바르게 확립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디지털 기기에 우리 삶이 이끌려서는 안 된다.
 
최근 디지털 기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문제로 인식하게 된 사람들은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한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단식', '디지털과의 결별'과도 같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이 심신 치유를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처방 요법이다. 세계적인 IT 회사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중독에 빠지기는 쉬워도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디지털 디톡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디지털 중독은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문제로, 디지털 디톡스 운동은 해외에서도 이미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앞서 해외 언론에서 다양한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제시한 가운데, 지난 2016년 영국 일간신문사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서는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는 9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1) 디지털 기기에 대한 목록을 만들고 인생을 즐기는데 도움을 주는 기기와 아닌 기기를 구분하기.
2) 디지털 기기 하루 최대 이용시간 설정하기.
3)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불가능한 목표 설정하지 않기.
4) 한 번에 하나의 습관 바꾸기.
5) 충분한 수면 취하기.
6)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 기울이기.
7) 함께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할 친구 찾기.
8) 디지털 기기를 집에 두고 외출하기.
9)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는 것을 지인들에게 알리기.
 
이 밖에도 스마트폰 알람 기능 꺼두기,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두지 않기, 스마트폰 앱 정리하기, 스마트폰 없는 '기술 프리존' 만들기 등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지지하는 법과 제도도 생겨났다.
 
그 중 하나는 '카카오톡 금지법'이다.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단체 채팅방,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업무 시간 외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가 지시되고 수행될 경우에는 이를 연장 근로로 판단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물론 이 법안의 주 목적은 직장인들의 '워라밸' 보장이지만, 업무로 인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한편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확산되면서 관련 사업들도 등장했다. 호텔, 리조트, 여행사에서는 카약, 스파, 하이킹 등 디지털 기기 없이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통제해주는 앱도 생겨났다. 스마트폰 관리앱(넌 얼마나 쓰니)을 통해 나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물론, 어떤 앱을 자주 사용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이용을 많이 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용패턴을 알 수 있다. 또 하루에 몇 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할 지를 정하고, 특정시간동안 잠금설정이 가능하다.
 
디지털 기기는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 삶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또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되듯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우리 삶에 해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우리는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삶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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