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겨내준 반려견 위해 ‘대청댐’ 주말 나들이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여름의 막바지를 지나면 이제 가을이고, 나들이의 계절이 컴백한다. 여름 내내 타오를 듯한 폭염을 견뎌내느라 함께 고생해준 반려견을 위해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해야 할 때다.

지옥같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엔 선듯 산책을 나가기엔 무리가 있다. 혹시라도 반려견이 발바닥 젤리에 화상이라도 입을까 걱정이 앞서서 산책을 자주 시켜주지 못하는 견주가 나뿐만은 아니었을 거다. 강아지들이 여름동안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 얼마나 답답해 했을지, 늘 죄책감을 지니고 있던 기자는 날이 나아지는대로 강아지들을 위한 나들이를 결심한 바 있다.

평소 기자는 강아지들을 위해 반려견 동반 카페 정도에 데려가는 정도의 외출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아지들이 자연생태계 속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시간을 내어 운전대를 잡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마법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이번 주말을 적극 활용해, 강아지들과 함께 대청댐 방면으로 향했다. 대청댐은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하석리와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사이의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며 거대하게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지난 2011년 143,386㎡ 규모의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이 근처에 개장해 주말마다 나들이객으로 붐비곤 한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은 약간의 규칙을 세워놓고 있다. 반려견은 목줄을 꼭 하고 있어야 하며, 견주는 반려견의 배설물을 처리할 용품을 따로 갖고 와야 한다. 배설물은 집으로 되가져가야 하는 게 포인트다. 쓰레기통 자체가 일절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산된 쓰레기 역시 방문객이 되가져가 처리하는 게 규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원 내 취식행위도 엄연히 금지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공원은 전체적으로 티끌 없이 깔끔해 보였고, 숨을 들이쉴 때 폐부로 들어오는 공기는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40,500㎡의 거대한 잔디광장은 마치 반려견들을 위한 파라다이스 같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은 웅장한 메타세콰이어 숲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잔디공원을 마주하자마자 강아지들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참을 함께 내달리고 캐치볼을 하며 놀던 강아지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견주를 내팽개치고 다른 집 반려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평소 사회성이 없어서 낯선 개만 보면 짖어대던 우리집 강아지들이 다른 집 강아지들을 경계하지 않고 허물없이 놀고 있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반려견들이 알게 모르게 받아온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날려주는 드넓고 웅장한 자연의 힘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메타세콰이어 숲속으로 들어가니, 여유롭고 쾌청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기분이 좋아진 강아지들은 숲길을 따라 거닐며 연신 시원한 흙바닥을 킁킁거렸다. 조금 걷다보니 넓은 대청호가 보였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오래 머물며 그 경관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새소리가 지저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책길에서 강아지들과 보낸 그 고즈넉한 시간은 견주인 나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아로새겨졌다.

그 아름답다는 대청댐의 야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근방의 유명 카페 ‘살롱드 스테이’를 방문했다. 반려견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잔디가 깔려져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뷰로 유명한 이곳에서 리버뷰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앉을 수 있는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당근케이크는 매우 맛있었고, 이날 반려견을 위해 봉사한 견주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 아주 충분했다. 대청댐에 다시 방문하고픈 의사가 있지만 주말보다는 사람이 적을 주중에 찾아와야겠다. 다시 오는 그때만큼은 강아지들과 함께 야경도 구경하고, 시원한 리버뷰 좌석에 앉아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