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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는 서럽다” 기자의 내집 마련 삽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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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는 서럽다” 기자의 내집 마련 삽질 연대기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08.1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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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1인가구는 1990년만 해도 전체 가구 중 9.0%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29.2%로 크게 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1인가구 전용 가전, 1인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 1인가구를 위한 보험 등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가 대세가 됐다. 뿐만 아니라, 주거형태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 1인가구 특화의 소형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가 스테디셀러로 부상중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1인가구 공화국인 셈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이렇게 사회는 점점 1인가구를 중심으로 순환하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청년층 1인 가구를 위한 복지혜택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심지어 1인가구를 따돌리는 제도들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특히 요 근래 꾸준히 뜨거웠던 싱글세1인가구 세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화두였다. 1인가구에게 복지혜택 차별로도 모자라 세금까지 더 물려서 연말정산 불이익까지 주겠다고 하니, 1인가구를 자처한 이들의 불만이 잇따르는 건 당연지사다.

나는 이런 이슈가 종종 등장할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리는 1인가구다. 삶에 대한 소신으로 혼삶을 선택했으나, 사회가 기꺼이 부여해주겠다는 페널티에 미래가 막연하게 느껴진다. 이런 내게 집은 집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이루리라 결심했던 목표는 바로 내 집 마련이었다. 내 노후를 지켜줄 단 하나의 자산이 있다면 그건 집뿐이라는 생각에 간절해진 것이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전세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언제까지고 부모님의 지원 속에서 생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오피스텔에 살면서도 내집 마련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참을 살펴보니, 서울에 살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은 꽤 여러 가지가 존재했다.

 

사진 = 서울시 제공
사진 = 서울시 제공

행복주택, 1인가구는 매번 서탈입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바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시행하는 행복주택이었다. 행복주택은 정부가 무주택국민을 위해 저리 자금을 지원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세대를 비롯해 고령자와 주거급여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신청을 받는다. 서울에서 몇 년간 거주한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에, 일찌감치 청약통장을 만들어 오랫동안 납부해온 나는 행복주택 신청자격에 부합했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자치구에서는 청년층(대학생·사회초년생 포함)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았고, 순전히 신혼부부를 대상으로만 신청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자치구 쪽으로 넣었으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 하에 2순위로 밀려났다. 서류합격조차 하지 못한 건 당연했다.

내가 신청했던 2018 SH공사 행복주택은 계층별로는 신혼부부 대상 물량이 1306가구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청년층(대학생·사회초년생 포함)은 총 990가구를 공급했다. 1인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균형적이지 못한 공급량은 아니었을까 싶은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된다. 물론 행복주택은 경쟁률이 높아 합격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행복주택 청약 신청조차 허용되지 못한 실패는 너무나도 허망하고 서글펐다. 1인가구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여실하게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사진=이유나 기자
사진=시사캐스트DB

8.8평짜리 오피스텔 632세대 추첨에 5만여명 몰리는 세상

이후에는 행복주택에서 다른 쪽으로 관심 분야가 전환됐다.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에게 수고를 전가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민간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을 받고자 한 것이다.

초반에는 비교적 저렴하게 내집 마련이 가능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오피스텔에 기웃거려보기도 했지만, 돈이 더 들더라도 보다 리스크가 적은 일반 분양으로 마음이 완전히 기울어졌다. 그러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대형 건설사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해당 사업 중 오피스텔 분양에 참여하고자 했던 나는 청약 접수 전에 견본주택을 가보기도 했다. 견본주택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나처럼 혼자 온 젊은 청년층 역시 수두룩했다. 물론 재테크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다분했을 테지만, 대략 8.8평 혼자 살기 제격인 이곳을 둘러보는 또래 청년층의 눈에 나와 닮은 희망의 빛이 스치는 것을 목격했다. 경쟁자다, 경쟁자. 과연 내가 저 사람들을 제치고 청약 당첨을 할 수 있을까? 걱정과 함께 견본주택을 나선 나는 행여 잊어버리기라도 할까, 곧장 청약 신청을 했다. 로또 당첨은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 보다 숨통을 트여줄 내집 마련을 꿈 꾸며...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경우 20:1의 경쟁률을 보일 거라고 예견했다. 실거주가 목적이었던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청약 접수를 했다. 물론, 한강뷰 오피스텔의 꿈은 쉽게 건너가고 말았다. 다만 충격적인 건 내가 청약 접수를 했던 오피스텔 모델 경쟁률이 10:1이 아닌 무려 79.5:1에 육박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모델은 총 632세대를 공급했으니, 무려 5244명이 그 632세대를 두고 경쟁한 꼴이었다.

몇 번의 삽질이 거듭되고 실패만 연거푸 겪으며 몇 년을 흘려보냈다. 최근에는 함께 으쌰으쌰 맞벌이해서 내집 마련의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부쩍 부러워졌다. 그러다보니 정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스스로 쏟아내보곤 한다나는 언젠가 서울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언제가 될까? 1년마다 전세금을 올리며 얻는 스트레스를 언제까지 받아야 할지, 집도 없는 와중에 그 막대하다는 싱글세는 언제부터 걷게 될지. 무주택 1인가구는 언제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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