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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자취인생] 운동화 빨래, 코인 셀프세탁소에 맡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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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자취인생] 운동화 빨래, 코인 셀프세탁소에 맡겨도 될까?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0.26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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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자취러에게 은근히 자주 찾아오는 날이 있다. 바로 운동화 빨래 (해야 하는) 날이다. 운동화 빨래는 곤욕스럽다. 세탁소에 운동화 빨래를 맡기면 보통 한 켤레당 가격이 4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어서 여러 켤레를 맡길 경우엔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혼자 직접 해결해보려 하니, 쭈그려 앉은 상태로 운동화에 빡빡 솔질을 하는 게 만만치가 않기도 하다. 심지어 직접 빨면 은근 때도 잘 안 빠진다. 딜레마에 빠진 자취생들에게 운동화 빨래에 대한 부담없는 해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느 날씨 좋은 가을날, 기자는 집 근처에 위치한 신생 코인세탁소에 갔다가 동공이 확장되고 말았다. 거대한 초대형 세탁기 옆에 운동화 전용이라고 써 붙인 세탁기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폭풍 검색해보았다. 한번에 6개까지 세탁 가능에, 사용 후기들 대부분이 강력 추천이라고 하여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관리해주는 일반 세탁소도 아니고, 세탁기를 돌리기 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적혀있는 코인세탁기를 보며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자가 되어 신문물 체험을 마다해서는 안되는 법. 저렴한 가격에 대충이나마 운동화 세탁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며칠 뒤 코인세탁소를 다시 찾았다.

기자에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운동화가 몇 켤레나 있었다. 그중에서도 손상이 가더라도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은 운동화만 다섯 켤레 골라 코인세탁소로 가져가 보았다. 내가 찾은 곳은 워시엔조이라는 24시간 프랜차이즈였다. 통유리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공간에는 대형 세탁기 세 대, 대형 건조기 네 대, 그리고 운동화 전용 세탁기와 건조기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세탁기를 돌리는동안 대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휴게공간에는 세탁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세탁망 또한 마련돼 있었다. 이 외에도 커피자판기, 청소기, 분실함, 여러 권의 책, 세탁물 이동 카트 등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가 배치돼 있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한구석에 있는 동전교환기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총 1만원 어치 교환했다. 이 기기에서는 세탁봉투와 건조 섬유유연제인 바운스도 따로 판매하고 있었지만 둘 다 필요가 없으므로 패스했다. 동전 교환 후엔 운동화 전용 세탁기에 다섯 켤레의 운동화를 집어넣고, 5000원 어치의 동전을 코인세탁기에 지불했다. 세제는 세탁기 내부에서 자동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따로 갖고올 필요가 없다. 다만 운동화를 세탁기에 넣기 전에는 운동화끈을 느슨히 풀어주고, 깔창을 빼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운동화 밑창에 낀 돌멩이 등의 딱딱한 이물질은 기계에 결함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직접 제거해준 뒤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

대략 43분 정도 세탁기가 돌아간 후 완료됐다는 멜로디가 울렸다. 신나는 마음으로 세탁기 문을 열어봤더니, 세탁기 안에서 나뒹굴고 있는 신발들 모두 우려와는 다르게 상태가 멀쩡해 보였다. 거뭇거뭇했던 운동화들이 본래의 생기를 되찾은 것이다. 이렇게 깔끔해지니 좋은데 왜 빨래도 안하고 살았어! 목욕재개를 해 번쩍번쩍해진 운동화 다섯 켤레가 나를 나무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군데군데 코인세탁기의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섯 켤레 모두 어느 정도 세탁이 되긴 했으나, 일부는 때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고 약한 소재의 운동화는 스크래치가 나있기도 했다. 기자의 경우 애초에 큰 기대를 갖고 세탁기를 돌린 게 아니었으니 괜찮았지만, 사소한 부분까지 민감하게 따지는 편인 이용객들은 차라리 일반 세탁소를 이용하는 게 낫지 싶다.

세탁 후엔 세탁기 바로 위에 있는 운동화 전용 건조기에 운동화들을 건조시킬 수 있다. 건조비용은 세탁비와 별도다. 얇은 운동화는 30(4000)만 건조시켜도 되지만, 두꺼운 운동화는 40(5000)은 건조시켜줘야 한다고 하여 40분 동안 돌려줬다.

세탁, 그리고 건조가 끝날 때까지 한 구석에 앉아 갖고 온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정수기에서 물을 떠 마시길 여러번, 책꽂이에 직장인들을 위한 책들이 몇 권 비치돼 있기에 구경하기도 했다. 덕분에 세탁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물 흐르듯 금방 지나갔다. 코인세탁소는 보통 24시간 운영되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때에 세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되겠다.

세탁 5000원에 건조 5000원까지 하여 총 1만원. 한 켤레당 2000원의 가격으로 운동화 빨래를 끝마쳤다. 확실히 일반 세탁소의 절반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이지만, 코인세탁소가 과연 저렴한 값어치 이상을 해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건조까지 끝내 뽀송뽀송해진 운동화를 면밀히 살펴봤다. 세탁되며 생긴 스크래치와 여전히 남아있는 미세한 때는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 신고 다닐만한 수준으로는 세탁되어, “운동화 좀 빨아라!”는 주변의 핀잔을 면하게 돼 다행이다. 고로 자취러들에게, 추천!

사진=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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