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혼영도 황제처럼, ‘씨네Q 혼영관’에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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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혼영도 황제처럼, ‘씨네Q 혼영관’에 가보다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1.09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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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최근 누군가와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영화를 홀로 즐기는 혼영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정착했다.

 

혼영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문화생활이다. 혼영족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포미족과도 많이 겹쳐져 있다. 거대한 스크린 또는 풍부한 사운드로 중무장한 프리미엄관 관람 문화, 특정한 영화를 재밌게 본 후 여러번 재차 관람하는 N차 문화도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혼영을 즐기는 혼영족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한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일테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은 혼영족들을 위한 혼영관을 따로 개관했다. 30석에 불과한 소규모관이지만, 편안한 좌석과 넓은 개인 영역을 1만원대의 가성비 넘치는 금액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다. 씨네Q 측은 혼영관에 대해 영화 마니아가 많은 혼영족들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혼영 5년차, 지인이나 가족과 영화를 보는 것 보다는 혼자 보는 것을 선호하는 기자는 궁금증을 가득 안고 지난 8일 씨네Q의 혼영관을 찾았다. 주로 사람 없는 일반관을 선호했던 기자는 일반관과 혼영관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이미 한번 관람했던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를 예매했다.

 

씨네Q의 로비는 여타 멀티플렉스 극장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밝고 정갈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광고로 점철된 타 멀티플렉스들과는 다르게 다소 휑한데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겼다. 영화 시간 10분 전에 도착한 기자는 서둘러 한쪽에 자리한 매점부터 향했다. 혼영을 할 때 빠지면 아쉬운 스낵을 사기 위해서였다. 메뉴판을 살피던 중 혼맥콤보가 시선을 당겼다. 팝콘, 핫도그, 나초, 즉석오징어구이, 포테이토, 순살치킨 중 스낵 1종과 맥주를 묶어 파는 콤보 상품이었다. 혼영에는 혼맥이 딱이지만, 당시 기자는 공복상태였으므로 치즈볼과 자몽에이드를 주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혼영관인 7관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7관이라고 떡하니 적혀있었으나 출입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다른 상영관과는 다른 모양의 미닫이문에 프리미엄관 고객 전용 라운지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씨네큐 로비와 같이 넓고 정갈한 디자인의 라운지가 나를 반겼다. 그곳은 여러대의 테이블과 의자, 콘센트 등이 마련돼 있어 혼영관 이용객들이 영화 시작 전 편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한 곳이었다. 한쪽에는 상영관 출입문이 있었고, 그 문 옆의 길목엔 화장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이 급할 때 재빨리 다녀오기 좋은 위치였다.

영화 시간이 코앞이었던 관계로 라운지 이용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 한가지 나를 당황케 만든 것이 있다면 바로 씨네큐 측에서 표 검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른 멀티플렉스들과 마찬가지로, 실물 티켓을 뽑는 대신 모바일티켓 페이지를 연 채 보여줄 준비를 하고있었으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던 것이다. 프리미엄관인만큼 표 검수를 철저하게 할 줄 알았건만 전혀 하지 않는다니,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떨떠름한 기분을 떨치고 들어간 혼영관은 생각 이상으로 넓은 공간이었다. 30석의 좌석밖에 없다는 얘기에 퍽 작은 곳일 줄 알았으나, 한 좌석 당 차지하는 자리가 널찍하여 마주보고 있는 스크린의 크기도 꽤 컸다. 열과 열 사이 간격도 일반 영화관보다 넓어 프리미엄관인 태가 톡톡히 났다. 좌석은 2개씩 붙어 있었고, 각 좌석 사이에는 조명 역할의 스탠드가 설치돼 있었다. 스탠드 밑에는 가방이나 짐 등을 놓을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었고, 좌석의 양 옆에는 높은 파티션이 설치돼 있어 어느정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했다.

 

스크린 속 장면은 영화가 아닌 광고장면이다
리클라이너 좌석이 주는 편안함

직접 예매한 3열 중앙의 좌석에 앉았다. 푹신하게 몸을 감겨오는 리클라이너였다. 팔걸이 위 스탠드가 있는 곳에 매점에서 사온 치즈볼을 뒀고, 오른쪽 팔걸이에는 음료를 놓는 공간이 따로 있어 그곳에 에이드를 넣어놓았다. 음료 걸이는 있어도 스낵 놓을 곳은 없어 꼼짝없이 들고 앉아있어야 하는 일반관과 대조적인 부분이었다. 반대쪽 팔걸이에는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USB 포트와 리클라이너의 각도 조절 버튼이 있었다. 한쪽 버튼을 눌러 다리각도를 170도 쯤으로 놓고 거의 눕듯이 앉았더니, 영화를 보기보다는 잠에 들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편안했다.

기자 외에 더 이상의 관객이 들어오지 않은 채로 영화가 시작됐다. 쾌적한 혼영관을 홀로 전세낸 것처럼 제대로 된 혼영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레이저 영사 시스템을 도입한 스크린은 선명하게 영화를 찍어냈고, 대형화면으로 영화를 오랜 시간 감상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러움을 최소화시켰다고 한다. 영화관 사운드도 나쁘지 않아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일반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집에서 누워 영화를 보는 듯한 편안함 그뿐이었다.

행복했던 영화 감상이 끝난 후, 나갈 채비를 하던 기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자리에 나 말고 누군가가 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관을 나서는 옆좌석 관객의 뒷모습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기자는 가림막 덕분에 영화 상영 도중 옆사람이 온지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관객도 나를 발견하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기에 영화관을 나서며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편, 씨네Q의 혼영관은 성인 13000, 청소년 1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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