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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명장’ 김선옥 가락에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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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명장’ 김선옥 가락에 뭔가 있다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8.04.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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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거문고 명인으로 흔히 3인방을 꼽는다. 신쾌동, 김윤덕 그리고 한갑득이다. 이들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현재까지 그 세가 가장 큰 부류는 ‘한갑득류’라고 볼 수 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 전통악기의 연주자들은 스승의 이름을 따서 ‘신쾌동류’, ‘한갑득류’라고 부르는데 현역 가야금 연주자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선옥은 한갑득류의 대표 연주자다.

우선 한갑득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거문고 산조의 명인으로 1919년 광주(光州) 출신이다. 판소리 명창 승호(承鎬)의 형이기도 하다. 13세에 광주에서 안기옥(安基玉)으로부터 3년간 가야금산조를 배웠고, 15세에는 담양에서 박석기(朴錫基)로부터 8년간 거문고산조·줄풍류·가곡반주를 배웠다.

23세에 서울에 올라와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연주활동을 했으며 1970년 후반부터 국립국악원 악사로 재직했다.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의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음악적 재질이 뛰어나고 음악성이 높아 스승에게 배운 가락을 토대로 많은 가락을 창조해 연주했는데, 연주 할 때마다 신묘한 가락이 나와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전한다.

한갑득류를 연주, 연구하고 있는 김선옥은 연주자인 동시에 교육자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음원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김선옥은 거문고를 연주하는 후학들에게 음원을 전해주고 싶어했고 그것이 먼저 거문고의 길을 걸은 한갑득 선생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번 ‘김선옥1집-한갑득류 거문고 산조’음반은 이와 같은 취지와 목적에서 나오게 됐다. 김선옥은 지난 2007년 6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위해 오랫동안 다니던 KBS국악 관현악단도 과감히 그만뒀다. 두가지를 겸하는 것보다 한 가지에 충실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선옥의 거문고를 듣고 있으면 참 정직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자연스럽고 느린 연주 가락은 느리고 자연스러운 만큼 듣는 이의 귀를 속일 수가 없는 법이다. 가락이 자연스럽고 느리다는 말은 기교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귀로 듣고 있어도 긴선옥이 매우 안정된 호흡으로 거문고 가락을 이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라 여겨진다. 김선옥이 단지 실기에서뿐만 아니라 이론을 탄탄히 겸비했기에 이를 수 있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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