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2 14:42 (목)
[Journey의 싱글라이프-⓸] 여행은 과연 실연의 치료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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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⓸] 여행은 과연 실연의 치료제일까?
  • Journey
  • 승인 2020.03.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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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수많은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나는 이별의 슬픔보다 더 큰 허전함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여행이라는 피난처를 찾아 떠나곤 했다. 그렇게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 27살 즈음부터였던 것 같은데 벌써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습관은 남아있다.

3년 전 눈부신 10월의 가을날이었다. 또다시 실연의 아픔을 뒤로한 채 반어법처럼 로맨스의 나라 이탈리아로 떠났다. 기차를 타고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포지타노를 누비고 다녔다.

10월의 이탈리아는 매우 강렬했다. 그들의 태양도, 나에게 주는 약발도 말이다.

피렌체에 머물던 날, 아침 7시에 호텔 앞의 커피숍에서 카페라떼와 크로와상을 먹고, 가이드 안토니오를 만나기 위해 좁은 골목 사이를 걸어서 안눈치아타 광장에 갔다.

그곳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페르디난도 1의 동상이 있었다. 안토니오는 동상 뿐만 아니라 피렌체의 아름다운 역사와 명소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멍한 듯,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나에게 동상 이야기를 멈추고는 갑자기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맨 위층의 오른쪽 끝에 창문이 살짝 열려있는 방이 보이나요? 저 방에는 전설이 있어요. 40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닫히지 않은 창문이라면 믿겨지세요?”

너무나 사랑했던 피렌체의 연인이 있었어요. 그들에게는 꿈만 같은 결혼과 동시에 시련이 닥쳐왔죠. 군인이었던 남편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쟁에 징병되었고 임신한 그녀를 두고 목숨을 건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녀는 매일 저 방 창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렸고 안타깝게도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죠.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어 죽을 때까지 평생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리던 그녀는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죽은 거예요.”


평생 한 방에 앉아 같은 곳만 바라보면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늙어서 죽다니, 상상만 해도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었다.

그녀가 죽은 뒤 가족들은 그녀의 방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그녀의 평생 동안 열려 있던 창문을 닫았죠. 그런데 창문을 닫자마자 방이 요란하게 요동치고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어요. 가족들은 당황했고 두려웠죠. 그녀의 평생의 기다림과 열린 창문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아마도 그녀의 영혼이 저 방에 남아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 지금까지 저 창문은 한 번도 닫힌 적이 없다고 해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아름답지만, 죽어서도 떠나지 못할 정도의 집착이라면 사실은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그 건물은 누군가가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방의 창문은 절대 닫지 않겠다는 계약 조건이 있다고. 그래서 여전히 창문은 열려 있는 것이다. 마치 그녀가 아직도 그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겁에 질려 안토니오의 팔을 이끌어 장소를 이동했다. 그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골목을 지나쳐 작은 집에 도착했는데 집 앞 돌바닥에는 한 남자의 두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단테의 집(CASA DI DANTE)이었다. 유명한 작가의 집 치고는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가이드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를 아시죠? 그는 9살에 우연히 한 파티에서 처음 본 베아트리체에게 첫눈이 반해버렸어요. 그리고 9년 후에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그동안 그의 마음속에 여인이라고는 오직 베아트리체뿐이었죠."

, 알아요. 그들의 스토리, 그 사랑이 신곡이라는 시대의 명작을 남겼잖아요.”

안토니오는 나를 다시 작은 골목으로 이끌더니 너무나 좁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문 앞에 섰다. 단테의 교회였다. 본래 이름은 산타 마르게리타 교회(CHIESA Di S MARCHERITA DETTA),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이 곳에서 자주 만났다고 한다. 결국 베아트리체는 이 교회에서 다른 이와 결혼을 했지만. 실내는 작은 편이었고 어두웠다. 안토니오는 교회의 왼편 바닥에 있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이건 베아트리체에게 보내는 편지 바구니예요. 여기에서 베아트리체에게 간절히 사랑을 이루어달라는 편지를 보내면 그 사랑이 이루어진 다는 전설이 있어요. 피렌체 사람들의 바람이겠죠. 한 곳만 바라보던 사랑꾼 단테가 평생 동안 베아트리체만을 사랑했던 그 간절함을 먼저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가 저 세상에 가서야 알게 되었을 거라는 믿음, 그 간절함에 대한 애석함으로 자신에게 보내는 간절한 사연들을 읽고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믿음이 있어요.”

정말 이탈리아, 이탈리안들, 피렌체 그리고 당신……모든 DNA에 사랑이 가득하다. 정말 존경스러울 만큼 뜨겁고 열정적이며 순수하고 간절하다. 나는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베아트리체에게 편지를 썼다.

다시는 아픈 사랑을 하지 않기를, 내가 가진 모든 상처도 깨끗이 아물어 세상을 돌고 돌아 내게 찾아 올 운명의 연인을 온 마음 다해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또한 그도 나와 같기를.’

우리는 피렌체의 골목을 누비며 사랑을 주제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베끼오 다리를 지나 산타 트리니타 다리를 향해 걸었다. 안토니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이에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9년 만에 다시 만난 장소. 어제 우피치에서 헨리 홀리데이(Henry Holiday, Dante and Beatrice, 1883)의 그림을 보았죠? 베끼오 다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과 그들의 뒷배경이 된 다리가 바로 산타 트리니타 다리, 바로 이 곳이에요.”

매일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의 지난 슬픔을 이 강물 속에 던져버렸죠. 당신도 오늘 이곳에 전부 던져버리고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요. 그리고 잊어요. 단테같이 한 곳만 바라보는 진실된 남자를 만나기를 바랄게요.”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같은 아픔을 겪어 보아야만 아는 동병상련의 마음인지 몰라도, 그는 나의 답답한 마음 한구석에 단단히 박혀 있는 슬픔을 강물 바닥에 쳐넣으라고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나는 피렌체를 떠나기 전 조용히 아르노강에 나의 메시지를 남겼다.

'베아트리체! 나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을 치료해줄 거라 생각했던 여행은, 사실 내 문제를 깨닫고 성숙해진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결론은 어떤 여행지에 가던, 몰랐던 나 자신을 만난 기쁨에 이별의 슬픔을 잊게 된다는 것.

그래서 당신이 실연의 아픔이건 무언가를 고민하건, 잘 모르겠으면 일단 떠나시길 바란다.

[사진 = Journey]

칼럼니스트 Journey
칼럼니스트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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