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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⓺] 연애, 그리고 ‘주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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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⓺] 연애, 그리고 ‘주말의 맛’
  • Journey
  • 승인 2020.04.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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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Journey )

 

결혼한 사람들에게 주말이란, 아이와 종일 놀아줘야 하는 날, 소위 말하는 집으로 출근하는 날이라고 한다.

매일 육아에 지친 아내들에게 휴식을 선사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주중에 지친 자신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날. 아내가 쉴 수 있도록 음식은 시켜먹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나간다. 강아지라도 키우면 다행인데 산책시킨다는 핑계로 잠시 한두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있기 때문이다.


연인은 어떠한가?

왠지 주말에는 느긋하게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에 가던가, 집에서 서로의 요리솜씨를 뽐내며 음식을 해먹기도 한다.(물론 후자는 연애 초반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당신의 주말의 명화아니 주말의 맛은 무엇인가요?

 

일요일엔 내가 짜장라면 요리사!” 라고 했던가?

한 번의 연애에서 나는 짜장라면 중독인 한 남자와 함께 매 주말 아침마다 짜장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는 삼남매 중 막내아들이었는데, 어릴 적부터 두 누나와 어머니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면서 원하는 것은 거의 모든지 누릴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그런 그의 입맛이 저렴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햄버거, 라면, 삼겹살, 콜라 같은 어린이 입맛을 가졌다.

연애 초반에 그의 의외의 입맛에 놀란 나는 그가 안쓰러웠다. 좋아하는 건 다 먹어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온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느 주말, 짜장라면이 먹고 싶다는 그의 말에 앞치마를 걸치고 스페셜 짜장라면을 만들었다.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짜장라면이다.(한우 짜파구리가 대세인 요즘 나의 선견지명에 자뻑으로 탐복했다.)


돼지고기 짜장라면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대파를 넣은 후, 대파 기름에 소금, 후추로 간한 돼지고기 안심을 넣어 달달 볶다가 굴 소스 한스푼을 넣는다. 끓인 면과 면수, 짜장소스를 넣어 볶아내면, 큼직한 고깃덩이가 가득한 먹음직스러움 짜장라면 블랙라벨이 된다.

라면은 입에 대지도 않던 내가 지금도 혼자서 주말마다 짜장라면을 끓여먹는 이유는 이 때 해먹던 주말의 맛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이다. 음식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교감할 수 있었던 기억.

음식’, ‘사랑’, ‘주말’, ‘연애’, ‘싱글모두 다른 뜻이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가장 섹시한 단어들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간 나의 섹시한 시간들은 그렇게 밥상위에서 모락모락 피어났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계가 자주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맛의 한계일 것이다.

주말의 맛의 비결은 둘이 먹다가 아쉽지도 남기지도 않을 3개의 적당량에 있었다.

 

음식사랑도 부족함이 없되 과하지 않아야 아름답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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