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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 보릿고개', 거리로 내몰린 자영업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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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 보릿고개', 거리로 내몰린 자영업자의 눈물
  • 이아름 기자
  • 승인 2020.05.0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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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식당 차렸는데 남은 건 산더미처럼 쌓인 빚뿐
프랜차이즈 매장은 위약금 때문에 폐업도 못 해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잘 살아보겠다고 빚내서 식당 차렸는데, 남은건 결국 산더미처럼 쌓인 빚뿐이네요." 

 

서울 마포구에서 2년째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고 모씨(39·여). 김치찌개는 다른 메뉴와 달리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불황이 없다는 본사의 말만 믿고 2년 전 창업했다.

오픈 1년 만에 단골손님도 많아지고, 포장이나 배달 건수도 늘어 하루 평균 매출 60∼80만원(평일 기준) 정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식당을 찾는 고객이 점점 줄어들면서 2월 한 달 매출은 35만 원, 3월 한 달 매출은 23만 원, 4월 한 달 매출은 40만 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김치찌개라서 이 정도 매출이라도 나왔지, 주변 점포들은 월세도 밀리고 찾는 손님조차 없어 그 앞에선 장사 안돼 죽겠다는 말도 함부로 못 해요. 다들 은행 빚 떠안고 가게 차렸는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낼 판인데, 대출도 꽉 막혔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고 씨의 말에 따르면 월세에 재료비, 공공요금, 인건비, 대출이자까지 한 달에 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 지출액만 900여만 원에 달한다. 늘어나는 월세 부담에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하소연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깎는 건 힘들고 대신 천천히 줘도 된다”였다. 이미 가게를 차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데다 카드와 세금 연체기록도 있어 소상공인 대출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고.
 
“5월 한 달은 어떻게든 버텨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음 달에 폐업하는 수밖에 없어요. 버티면 버틸수록 빚만 늘어나고, 대출을 받는다 해도 갚을 능력이 없으니 차라리 다른 식당에 취직해서 한 푼이라도 벌어야죠.”
 

고씨와 같이 ‘적자의 늪’에 빠져 줄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총 1600곳의 식품위생업소가 폐업했다. 전년 동기 1468곳이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9.0%(132곳) 늘어난 수치다.

업종별로는 한식집이 274곳으로 가장 많았고, 커피숍·카페가 108곳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편의점도 20곳이나 문을 닫았다. 그나마 일반 자영업자들은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대부분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위약금이 무서워 폐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월세와 세금,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빚을 내고, 또 그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폐업을 한다 해도 남은 빚을 또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당장 다음 달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두 달간 140만 원 현금 지원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상품권이나 금융지원이 아닌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월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열고 “약 6000억원을 투입하여 서울 자영업자 생존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자영업자 생존자금은 월 70만 원씩 2개월간 총 14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57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지원대상은 지난해 연 매출액 2억원 미만인 서울에 사업자 등록을 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운영 업체 약 41만 곳이다. 호프집, 노래방은 포함하되 유흥, 향락, 도박 등 일부 업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수는 5월 중순 이후 온라인으로 먼저 신청하고, 6월부터 오프라인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장 주소가 서울이어야 하고, 올해 2월 29일 기준 만 6개월 이상 업력이 있어야 하며, 신청일 현재 영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또 지난해 말 현재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와 있는 매출 기준이 없다면 지원할 수 없고, 기준만 충족한다면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등 다른 재난기본소득과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은 경제 비상상황이다. 상환능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융자가 아니라 당장 운영할 수 있는 운전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긴급수혈을 해야 한다. 당장 매출이 급감하고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 기존의 융자지원이나 임대료 인하 정책에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생존자금 지원으로 서울 소재 전체 소상공인(약 57만명, 제한업종 약 10만 개소 제외)의 72%(41만명)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픽사베이,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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