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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것만은] 민식이법·윤창호법 같은 법정형, 형평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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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것만은] 민식이법·윤창호법 같은 법정형, 형평성 문제?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0.05.2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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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무 기준 애매하고 과잉 처벌’ 비판 잇따라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도로교통공단]
[사진=도로교통공단]

지난해 ‘윤창호법’에 이어 지난 3월 25일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과속하거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전보다 엄한 처벌을 받는다. 초범이라도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 김민식(당시 9세)군의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이 강화된 것이다. 다수 국민의 기대 속에 출발한 민식이법이지만 시행 직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사고 발생 후 처벌 규정이 지나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운전자들이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도로교통공단]
[사진=도로교통공단]

'스쿨존 사고', 무조건 처벌은 사실과 달라

‘민식이법’ 제정을 촉발한 운전자는 지난달 1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과잉논란이 일며 실제 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35만 명이 동의할 정도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사고를 냈다고 무조건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안전 의무 위반 정도가 무거우면 높은 형을 받고, 가벼우면 낮은 형을 선고받게 된다. 안전 의무 위반 정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만 안전 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 교통사고에서와 똑같더라도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거나 다치게 했을 때는 형량이 훨씬 높아지는 게 다를 뿐이다. 민식이법 가운데 논란이 되는 조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인데, 운전자가 시속 30km 이하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할 의무를 위반해 13살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를 내면 가중처벌하게 되어 있다.
 

‘안전운전 의무’ 준수 여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려 사고를 냈거나 시속 30km 이하였더라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지 않아 사고를 냈다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안전운전 의무’ 준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법원은 사고를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도저히 사고를 피할 수 없었는지 등을 사례별로 꼼꼼히 따지고 있다. 실제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 내 반대편 차로에서 무단 횡단하던 9살 아이를 치어 다치게 한 운전자가 사고를 예상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라도 음주운전 처벌 규정인 ‘윤창호 법’과 같은 형량이 적용될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 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경찰은 과도한 처벌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경찰청에서 직접 ‘민식이법’ 사고를 보고받아 가해자 신병처리를 판단하기로 했다. 특히 같은 어린이 사고라도 사안에 따라 기존처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적용할 수 있고, 사망 사고를 제외하면 벌금형도 가능한 만큼 ‘억울한 운전자’가 양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식이법과 윤창호법의 법정형은 똑같아

윤창호법은 음주운전과 관련된 법이다. 그래서 보통 ‘민식이법과 법정형이 같다는 게 말이 되냐’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운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만 따진다면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문제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규정을 잘 지키고 운전자가 잘못이 없어도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라는 조항에 반발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과실이 없으면 여기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맞다”면서 “먼저 어린이보호구역 내 만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거나 규정 속도를 초과했을 때, 그리고 사망했을 때에만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도록 법정형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처벌 형량 높이기보다 안전 확보의 균형점 찾아 개선하는 게 합리적

한편, 2018년 12월 ‘윤창호법’ 시행으로 교통범죄의 법정형이 높아지면서 대법원 양형기준도 대폭 올라갔다. 양형기준이란 주요 범죄에 대한 처벌이 들쑥날쑥하게 이뤄지는 걸 막기 위해 법관이 참고하도록 만든 기준을 말한다. 윤창호법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징역 1년 이상’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최소 ‘3년 이상’이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양형기준 수정안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으로 사망사고를 낸 위험운전치사죄의 경우 양형의 기본영역은 징역 2~5년(종전 일반교통사고치사 기본영역은 징역 8월~2년)으로 높아졌다. 가중영역은 징역 4~8년(종전 징역 1~3년)으로 설정됐다.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서는 특별조정을 통해 최고 징역 12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됐다.
 
나현호 법률사무소 금해 변호사는 “윤창호법이 2018년 12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강하게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음주운전 전력이 누적된 점이 발견되면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영철 법무법인 대종 변호사는 “운전자가 도로를 아예 이용하지 않고 우회하는 현상은 비정상적”이라며 “처벌 형량을 무작정 높이기보다 도로 기능 유지와 안전 확보의 균형점을 찾아 개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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