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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그 돈이면 국밥을 …” 편의점 고급화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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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그 돈이면 국밥을 …” 편의점 고급화의 그림자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7.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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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GS리테일]
[사진=GS리테일]

편의점은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장 자주 찾는 공간이다. 높은 접근성에 언제든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어서다. 특히 1인 가구에게 편의점은 떼레야 뗄 수 없는 유통채널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기 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와 상품 구입을 해결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편의점 업계가 1~2인 가구를 잡기 위한 식품 MD 개선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도시락·샌드위치를 비롯한 즉석식품뿐만 아니라 과일·샐러드 등 신선식품을 강화하면서 근거리 쇼핑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상품군이 다양화하면서 단점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바로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지갑이 가벼운 1인 가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변화다.


[사진=GS리테일]
[사진=GS리테일]

◇ 30대 여성 정희연씨는 편의점 마니아다. 합정 인근에서 집과 직장을 오가는 싱글 생활을 하다 보니 대형마트는 거의 갈 일이 없다. 하지만 편의점은 자주 찾는다. 웬만한 먹을거리나 생필품은 사무실 주변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서다. 최근 점심으로 해결할 도시락을 고르던 정씨는 가격표에 ‘8900원’이라고 적힌 김밥을 발견했다. 김밥인 듯 도시락인 듯 비싼 몸값 자랑하는 그 김밥은 최근 TV프로그램에서 1등 메뉴로 선정돼 편의점에 출시된 제품이었다.

정씨는 제품의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일반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그 돈이면 편의점이 아니더라도 인근 식당에서 풍족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정씨는 “항상 편의점이 더 저렴하다는 생각에 편의점을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이것저것 계산대에 올려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면서 “편의점에서 혼밥하는 횟수를 줄일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편의점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다. 총 4만2712개(2018년 말 기준)의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한국인 1348명당 편의점이 1개꼴로 존재하고 있고, 이 수치는 편의점 시장 확장에 따른 지속적 신규 점포 출점으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유통채널이 소비침체에 따른 매출하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편의점이 승승장구하는 데는 1인 가구, 싱글세대의 취향에 걸맞은 상품 트렌드를 잘 짚어낸 덕분이 크다. 이들 세대는 빠르고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있었고,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김밥 등 다양한 간편식을 개발해냈다.
 
이때 업계가 삼은 제품 컨셉은 ‘가성비’였다. 저성장 시대, 취업난에 허덕이며 다른 세대에 견줘 가처분소득이 훨씬 적은 싱글 가구한테는 가장 적은 돈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게 소비의 으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 매출 및 주요 점포현황[자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한국편의점 매출 및 주요 점포현황[자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맛과 건강을 모두 고려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며 간편식 PB 시장에 ‘프리미엄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이 전략의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4000원대 프리미엄 컵밥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중이다. GS25가 5월 1일~6월 10일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즉석 컵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1% 늘었다. 주목할 만한 건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신장세다. 3000원대 컵밥 매출이 16.1% 늘어나는 동안 4000원대 프리미엄 제품은 51.5% 증가하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지난 4월 ‘공화춘유산슬덮밥(4500원)’ ‘유어스황제컵밥(4500원)’을 출시한 GS25는 이런 실적에 힘입어 ‘불고기브라더스덮밥(4500원·불고기브라더스 협업)’을 추가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 끼니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고객들이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리미엄 제품 관련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리미엄화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편의점 CU가 지난 5월 내놓은 ‘완도전복감태김밥’은 8900원이다. 완도 전복과 서산 감태 등 최고급 재료를 조합해 만든 제품이란 설명이지만, 소비자가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정씨는 “5년 전만 해도 1000원을 밑도는 삼각김밥 제품군이 있었지만, 최근엔 삼각김밥마저도 1000원 중반대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일반 김밥의 가격도 2000원~3000원이 기본인데, 여기에 음료를 더하고 컵라면을 함께 사면 식당 백반 가격과 맞먹게 된다”고 꼬집었다. 편의점의 프리미엄 전략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점차 쪼그라드는 1인 가구의 지갑을 감안하면, 이들의 부담만 더 커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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