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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소식] 나홀로 산책, 화가의 숨결이 살아있는 ‘화가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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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소식] 나홀로 산책, 화가의 숨결이 살아있는 ‘화가의 미술관’
  • 조연정 기자
  • 승인 2020.07.13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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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화가는 죽어서 이름과 작품,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남긴다. 우리나라 근현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그들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보여주는 화가 이름이 담긴 미술관을 소개한다. 

 

화가가 머문 공간을 미술관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수근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장욱진 미술관 전경(사진제공: 박수근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장욱진 미술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수근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장욱진 미술관 전경(사진제공: 박수근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장욱진 미술관)]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시작은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미술 양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술 운동이 탄생하면서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주목받았다. 그 중심에 있던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한국적이면서 새로운 양식으로 선보이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화가 박수근은 평범한 소재를 한국적인 기법으로 그렸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한복 입은 사람들이나 농촌 마을 풍경 등을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려서 표면을 거칠게 표현하는 자신만의 작업 방식으로 표현했다. 화가의 고향인 강원도 양구에는 박수근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박수근 미술관은 새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자연 속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데, 주변 경관을 산책하면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는 이중섭 거리가 있다. 이중섭 생가와 미술관이 있는 거리로 화가 이중섭이 가난하지만 걱정 없이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황소> 시리즈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은 거칠고 힘찬 붓질로 생명력과 강인함을 표현하며 근대미술의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제주에 머문 시기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염원을 그린 <도원>, <서귀포의 환상> 등의 대표작을 많이 남겼다. 이중섭 거리를 거닐면서 화가 이중섭의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예술혼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단순하고 묘사 방식이 돋보이는 화가 장욱진의 작품은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다. 작은 캔버스에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초가집, 나무, 새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준다. 평생 돈 버는 일에 관심 없이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이상 세계를 살아온 화가의 삶이 작품에 잘 녹아 있다. 경기도 양주는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작업실이 있던 곳이다. 푸른 산 아래 있는 장욱진 미술관은 그의 초가집 작품을 형상화해서 설계한 것으로 2014년에 김수근 건축상을 받았다. 미술관 앞에 있는 조각 공원과 계곡이 있어 나들이하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관람정보>

박수근 미술관 

장소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시간 9:00~18:00  

문의 033-480-2655

 

이중섭 미술관 

장소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시간 9:00~18:00  

문의 064-760-3567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장소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시간 10:00~18:00  

문의 031-8082-4245

 

현대 미술의 거장을 만나다

[(시계방향으로) 환기 미술관, 이우환 공간, 이응노 미술관 전경 및 내부(사진제공: 환기 미술관, 부산시립 미술관 이우환 공간, 이응노 미술관)]
[(시계방향으로) 환기 미술관, 이우환 공간, 이응노 미술관 전경 및 내부(사진제공: 환기 미술관, 부산시립 미술관 이우환 공간, 이응노 미술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유럽이나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던 미술 양식에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녹인 작품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환기, 이우환, 이응노, 등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로, 그들의 작품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작품값을 기록한 화가 김환기. 사실 그의 작품은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있다. 커다란 캔버스에 점을 찍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며 세상의 삼라만상과 우주의 무한한 힘을 보여주며 추상 점화라는 새로운 방식을 탄생시켰다. 대표작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UNIVERS> 등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품 속으로 끌어당기는 오묘한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미술관은 화가의 부인이 설립한 곳으로, 생전에 다작한 화가의 작품을 다양한 전시로 볼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화가 이우환은 일본 나오시마 섬과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각각 미술관이 있다. 나오시마 섬의 미술관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으며 조형 작품이 주를 이루고,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의 이우환 공간은 화가가 직접 공간 설계부터 작품 선정, 설치 작업까지 참여해서 화가의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난 곳이다. 이우환은 사물과 세계의 관계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투영하며 일본의 미술 운동인 모노파를 주도했다. 한 곳으로 붓에 물감을 묻혀 물감이 없어질 때까지 점과 선을 그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의 회화 작품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인 돌이나 철판 등으로 조형 작품을 설치한 <관계항> 시리즈 등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한국적인 수묵화를 그린 화가 이응노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먹이나 물감을 천이나 한지 등의 재료에 붙여 콜라주 하거나 문자를 다양한 화법으로 표현하는 등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그의 대표작인 <군상>은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화가의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군중이 서로 어울리고 뒤엉켜 춤추는 듯한 풍경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어울림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대전에 있는 이응노 미술관에는 초기 작품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다양한 화가의 작품 세계를 전시하고 있는데, 현재 기획전으로 <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이 전시 중이니 꼭 한번 들러 보길 추천한다. 

 

<관람정보>

환기 미술관

장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

문의 02-391-7701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 

장소 부산 해운대구 APEC로 58 

시간 10:00~18:00

문의 051-744-2602

 

이응노 미술관

장소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7

시간 10:00~19:00

문의 041-611-9802

 

(시사캐스트, SISACAST= 조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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