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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가수 김의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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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가수 김의철을 아시나요?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8.05.0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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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양희은과 공통점 많아
리듬온서 '김의철 명반' 발굴

김의철을 알수록 김민기가 자꾸 연상이 된다. 1974년에 나온 첫 음반 사진 속의 김의철은 1971년 작 김민기의 ‘아침이슬’에 실린 21살 김민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김의철과 김민기가 첫 음반을 발표한 시기는 달라도 발표 당시의 나이는 동갑이다.

두 사람이 살아 온 길을 추적해 봐도 참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외로움 속에 자란 이들은 우수와 고독, 내면의 관조가 사춘기도 되기 전에 몸에 배있었다.

이들에게 음악은 유희가 아니라 외로움을 잊게 하는 친구이자 동지였다.

김의철과 김민기가 첫 음반을 발표한 지 30년이 넘었다. 이들은 5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됐다. 분명 첫 음반 자켓 사진에 실려 있던 청년의 모습은 간 데 없다. 중년이 된 모습에서도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에게는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김의철이 양희은의 ‘음악적 스승’으로 그녀의 공연 감독을 줄곧 맡고 있다는 사실도 김민기를 생각게 한다. 김민기와 양희은은 70년대 초 음악적 동업자였기 때문이다. 양희은이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김민기, 김의철과 교류한다는 것은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공통인자가 있다는 말이다.

살이 찌고 머리가 벗겨진 김의철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때의 진지함은 검버섯이 핀 초로의 얼굴로 치열하게 뮤지컬을 지휘하는 김민기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최대공약수’는 ‘70년대’라는 시간적 공간이다. 70년대는 한국 가요사의 르네상스기면서 창작 에너지가 분출하던 전성기였다. 가요 장르상으로는 춘추전국시대였다. 모든 장르가 시도됐지만 70년대를 관통하는 정서는 ‘포크’였다.

대중음악 평론가 전영혁은 1970년대 초 한국의 포크음악에 대해 “70년대 초 우리의 대중음악은 전 세계 어느 곳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광화문 일대에는 음반 가게가 100곳이 넘었고 해외 유명 뮤지션의 음반을 구하기가 지금보다 오히려 쉬웠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가요 시장을 바라보면 끝없는 후퇴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70년대 몰아닥친 포크의 열풍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었다. 미국의 밥 딜런을 위시로 한 포크 음악이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이미지를 담고 암울하던 한국의 70년대 젊은이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60년대 후반 FM라디오를 통해 외국의 선진 음악을 접하게 된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세련된 감수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고 한국에도 새로운 가수와 음악이 나오기를 갈망했다. 투윈 폴리오, 한대수, 양병집, 서유석 등 포크하면 제일 먼저 이름이 거론되는 가수들에 비해 김의철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숨겨진 명반을 발굴, 재발매해 온 ‘리듬 온’에서 ‘김의철 1집’과 ‘김의철, 양경숙 연가집’을 새로이 발매했다. 김의철 1집에 실린 ‘저 하늘에 구름 따라’는 김광석이 ‘다시 부르기2’에 재녹음해 더 유명해진 노래다.
‘다시 부르기2’음반은 최근 가요사 100대 음반으로 선정됐는데 이 음반에 ‘저 하늘에 구름 따라’가 수록돼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물론 곡이 좋아서 이지만 한 시대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데서 명곡으로서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교정’, ‘친구에게’, ‘친우’ 등은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빼어난 곡이며 ‘섬아이’와 ‘평화로운 강물’을 부른 박찬응의 목소리는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 멜라니 사프카나 재니스 자플린의 한국형을 접하는 듯하다.

김의철 1집보다는 김의철, 양경숙 연가집이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과 포크의 만남으로 이뤄진 이 음반은 김의철의 클래식 기타만으로 연주되는데 김소월과 김영랑의 시를 읽는 착각을 들게 하는 가사를 양경숙의 맑고 온화한 목소리가 노래한다. 이 음반은 김의철의 신앙과 인생관을 양경숙의 음성으로 형상화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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