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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가정폭력·아동학대 , 초기대응과 법률대응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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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가정폭력·아동학대 , 초기대응과 법률대응이 중요한 이유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0.08.1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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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 2400여개…아동보호전문기관은 고작 9개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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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길거리에서 열 살 아들의 머리채를 잡고 흉기로 위협한 ‘천호동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가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 부모와 아이의 분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 시설과 인력 확충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가정유지를 위해 폭력 참으면 안 돼

[사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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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가 맡은 가정폭력의 고통을 말하자면 A씨는 3년 전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A씨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이혼을 결심했지만 늦둥이 5살짜리 딸 아이를 생각하니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민은 깊어졌고 가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안쓰럽고 힘들어 눈물로 몇 날 며칠을 지새웠다고 한다.

다시는 만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말을 믿고 가정생활을 유지하던 중 남편이 3년 전 불륜상대와 계속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끝내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결심의 배경에는 뜻밖에 남편의 폭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편은 불륜을 덮기 위해 수시로 A씨를 폭행하고 자녀들 앞에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자신의 삶이 너무 비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고 한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10년간 폭력과 폭언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A씨의 사정은 보통 우리나라 가정 폭력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기는 커녕 자신은 물론 어린자녀들까지 불안 증세를 보여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배우자와 자녀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하는 것도 학대에 포함

[사진=구글 이미지]

가정폭력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먼저 가정폭력의 일반적인 형태는 신체적 폭행으로 신체적 폭행은 물리적인 힘이나 어떤 물체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신체를 직접 때리는 것부터 상대를 향해 물체를 던지는 것들 모두가 해당한다.

정서적인 학대도 문제다. 보통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본인에 비해 지위가 낮은 아내, 자녀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경우다. 실제로 A씨처럼 전업주부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지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고 스스로 자립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노리고 남편은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배우자와 자녀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했다면 이는 정서적 학대로 봐야 한다.

학대 피해 아동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 부족

[자료=경찰청 제공]
[자료=경찰청 제공]

서울시 내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은 2457개(지난해 6월 기준)이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9개소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보전이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판정 후 5년 안에 재학대 판정을 받는 아동 수는 ▶2016년 1397명 ▶2017년 1859명 ▶2018년 2195명으로 증가 추세다. 아동학대 가해자 중 76.9%, 재학대 가해자 중 95.4%는 부모로 나타났다.

학대 피해 아동을 확인하고 학대 행위자로부터 보호·분리시켜야 할 아보전이 가정폭력 재발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 아보전은 강남·강서·노원·동대문·마포·성북·송파·영등포·은평, 9개 자치구에만 존재했다.

관리 기관뿐 아니라 학대 피해 아동이 가해 행위자와 분리돼 생활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전국에 학대 아동 쉼터(이하 쉼터)는 72개소로 1개소에 들어갈 수 있는 아동은 5~7명이다. 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인 전국에 고작 500여명 선인 셈이다.

아동학대 사건 줄이기 위해 강제조사 권한 필요해

[사진=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

정부도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교육부·경찰청 등은  ‘아동 청소년 학대 방재 대책’을 발표해 쉼터를 내년까지 10개소, 아보전을 2022년까지 20개소 확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 행위자와 분리가 핵심이므로 학대 피해 아동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지역을 넘나들며 쉼터를 이용하거나 그마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쉼터(72개소)가 아보전(68개소)보다 조금 많은데 남녀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도록 쉼터 수가 아보전의 두 배 이상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줄여 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강제조사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남이 보는 상황에서도 때리는 사람이 집안에서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겠냐”며 “아이가 안전한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친권이 강해 부모가 거부하면 학대 피해를 강제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내에 아동학대 등 전문가로 남을 수 있도록 인사고과 등의 가점을 주는 식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정폭력 피해’ 아동 상담·치료도 국가 책임 된다
앞으로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한 아동의 회복을 위해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에 포함된다.

최근 ‘아동학대 주요통계’(2018년 기준·보건복지부)를 보면, 2018년 아동학대 사례 2만4604건 가운데 학대 행위자의 76.9%가 부모이고 80.3%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가정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지원이 보다 내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모든 외국인 가정폭력 피해자가 이주여성 쉼터 등 외국인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진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외국인만 폭력 피해 이주여성 쉼터 등에 입소할 수 있었다. 여가부는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가정폭력 피해 외국인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폭력 피해 이주여성 쉼터는 전국에 28개소가 있으며 최대 320명까지 입소 가능하다. 쉼터에선 이주여성과 동반자녀를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상담·치료와 의료·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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