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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슈퍼맨을 꿈꾸는 싱글대디 "혼자서도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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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슈퍼맨을 꿈꾸는 싱글대디 "혼자서도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어"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2.2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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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아이의 숨소리 들으며 살을 맞대고 눕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2019년 이혼 건수가 4년 만에 반등했다. 이혼 부부 절반 이상은 동거기간 20년 이상 부부나 4년 이하 신혼부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이혼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선택해서 결혼하는 것처럼 선택해서 헤어지는 ‘선택의 문제’가 됐다. 예전에는 부부가 헤어지면 아이들의 양육권은 대부분 엄마가 갖고 엄마와 생활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빠들도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하며 싱글파파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빠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 안 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3년 전 아내와 이혼한 김씨(39)는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혼을 결정한 후 김 씨의 조건은 단 하나 본인이 아이를 맡겠다는 것이었다. 주위에서는 ‘감정만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키우는 것이 안정적이다’ 등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들다. 어렵다’라는 단어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했을 때 서툴고 문제가 되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아이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엄마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아빠가 아이를 키우겠냐. 그건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많이들 만류하셨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갔습니다. 아무래도 아빠보다 엄마가 세심하게 챙겨줄 부분들이 많이 있겠지요. 그러나 도저히 아들과 떨어져 지낼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의 ‘그건 아니다’라는 의견을 뒤로하고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퇴근 후 시작되는 육아로 녹초 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 가장 행복해

[사진=구글이미지]
[사진=구글이미지]

김 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숨 가쁘다. 오전 9시를 전후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종일반이 끝나는 오후 5시30분이면 아이는 하원 한다. 공무원인 그는 만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하루 2시간씩 쓸 수 있는 ‘육아시간’이라는 것을 쓰고 있다.

육아시간덕분에 10시까지 출근이 가능해서 오전에는 김 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지만 하원을 시키기는 것은 빠듯해 미술학원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어린이집 바로 옆에 있는 학원이라서 미술선생님이 직접 아이를 데리러 온다. 그는 부랴부랴 퇴근해 미술학원으로 아이를 데리러간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그는 밥을 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의 밥을 떠먹여주며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하고 아이의 식사가 끝나면 5분 만에 본인의 식사를 마친다. 그 후 온 힘을 다해 아이와 놀아준다. 아이가 잠드는 10시. 아이가 잠들면 집안일을 시작한다.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1시 남짓. 다른 집은 아빠와 엄마가 같이 하는 모든 일이 오롯이 ‘1인분’이다.

“당연히 제 몫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힘에 부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아이와 살을 맞대고 눕는 순간 행복을 느낍니다.”

‘넌 엄마 없어?’… 따가운 눈총과 배려 없는 말 때문에 상처 받아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배려 없는 말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는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이혼’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는데 어느 날 ‘아빠랑 엄마 이혼했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깜짝 놀랐지만 애써 차분하게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보니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과정에서 듣게 되었더라고요. 아이가 듣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이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해서 속상했습니다.” 그 후 어린이집 친구들이 간혹 ‘넌 엄마 없어?’라고 물어보면 아들은 “나 엄마 있어. 같이 안살뿐이야”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아이문제는 거의 빠짐없이 전 부인과 상의하고 한 달에 두 번 주말은 아이가 엄마와 지낸다. 아이 엄마는 아직 아이가 어려 엄마의 손길이 급히 필요할 수도 있다며 20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 씨가  바쁘거나 부득이한 일이 생겼을 때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돌본다.

코로나로 꼬여버린 스케줄, 결국 온 가족 총 출동

이혼한지 5년 된 송씨(44)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를 아침마다 학교 앞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했지만 코로나로 등원을 하지 않는 날이 많다보니 누군가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생각치도 못한 코로나로 인해 저와 아이들이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등원이 일정치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데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스스로 하지 못하고 할머니, 고모, 도우미 이모님이 날짜를 정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제 여동생도 결혼해 아이들이 있다 보니 매번 집에 와볼 수도 없고, 어머님도 아버님이 계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저희 집에 계실수가 없는 상황이여서 이모님까지 섭외해 아이들을 맡겼습니다.”

“이혼은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충실한 부모 역할 할 것”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는 “아빠 엄마의 문제로 아이들이 불편함을 겪고 안정적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아이들 엄마와 자주 연락하며 안부도 묻고 아이들의 일상도 공유한다.

방학 때는 아이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당일치기로 근교 나들이를 가고, 아이들의 생일날은 식사도 함께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혼의 형태도 다양하고 가족의 형태도 다양한 것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원했던 사항이고 ‘엄마 아빠는 비록 헤어졌지만 너희들의 엄마 아빠인 것은 틀림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집에서 살 때는 사소한 일로도 크게 싸우고 서로 못되게 말하며 상처주기 바빴는데 이혼 후 떨어져 지내다보니 오히려 얼굴보기가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역시 엄마 아빠가 함께 살 때는 많이 다투고 화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없으니 더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이혼한 부부는 아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죄인이 되지만 그 죄를 덜기 위해서 아빠, 엄마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하기로 했다”면서 “그 부분은 아이 엄마도 동의했기 때문에 남남처럼 모른 척 지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싱글대디로서의 삶을 선택한 아빠들은 일과 가정, 아이들까지 부족함 없이 챙기기 위해 슈퍼맨이 되기를 소망한다”면서 “아이들이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게 두 배로 웃고, 이야기도 두 배로 하며 사랑도 두 배로 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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