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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철저한 준비 끝에 선택한 행복한 비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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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철저한 준비 끝에 선택한 행복한 비혼라이프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3.0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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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 어때서…“가족 데려오세요, 동거인은 안돼요”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통계청]
[사진=통계청]

‘비혼(非婚)’은 결혼을 못한 미완성 상태라는 사회적 편견이 반영된 ‘미혼(未婚)’ 대신 자발적 선택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더 이상 결혼이 의무가 아니다. 여기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56.4%를 기록한 이후 스스로 비혼을 선언하는 이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 비혼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결혼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생각도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서 살고 싶지 않아”

[사진=구글이미지]
[사진=구글이미지]

비혼주의자 강모(34)씨는 울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살다가 대학생이 되고나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때부터 그는 친한 친구와 룸메이트로 함께 살고 있다. 강 씨는 동거인 친구와 단지 같이 사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하지 않는 삶인 ‘비혼’ 이라는 방향성을 공유한다. 강 씨와 친구는 4년 전쯤 비혼을 결심했다.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툼 없이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지내온 시간이 편안했다”면서 “꼭 이성과의 동거가 아닌 동성의 친구와도 마음이 맞으면 결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비혼’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강 씨처럼 ‘비혼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혼을 통해 전통적인 가족제도에 편입될 경우 새로 짊어져야 할 부담감이나 책임을 거부하는 흐름이다.

비혼 개념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연인끼리의 동거부터 혼자 사는 비혼, 마음이 맞는 하우스메이트와의 동거까지 다양한 방식의 비혼이 자리한다.

여러 삶의 형태 중 내가 선택한 것은 ‘비혼’

사진-여성가족부(다양한 가족형태)
사진-여성가족부(다양한 가족형태)

헤어디자이너 박 모 씨(49)는 비혼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는 “20대와 30대에 사랑하는 사람과 여러 차례 함께 살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거듭 헤어졌다”면서 “마흔이 되던 해 드디어 홀로 섰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선택해 홀로 된 삶이라 후회가 없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내가 나일 수 있는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비혼인 내가 지금처럼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늙어서까지 자립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는 남성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남녀의 출발점은 비슷하나 중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내 인생의 방향과 목표, 결과까지 모두 나의 몫”이라며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비혼을 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삶의 형태 중 내가 선택한 것은 비혼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절반 “결혼은 필수 아니다”… 비자발적 1인 가구 증가

사진=KB금융경영연구소.
사진=KB금융경영연구소.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젊은층 사이에선 결혼 안 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결혼을 생애 주기에서 거쳐야 할 필수 단계로 보는 것은 고리타분한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10명 중 6명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0년 64.7%였지만 2020년엔 51.2%로 떨어졌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3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본인의 의지로 1인 생활을 시작하고 장기간 지속하려는 경향도 높아졌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인 가구 중 앞으로 10년 이상 1인 생활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44%에 달했다. 특히 30대 남녀 1인 가구 다섯 중 하나는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이 사는 우리가 ‘가족’… ‘부부 아니어도 일상은 보장돼야 할 것‘
비혼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걱정은 있다.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위급 시 혈연·혼인 관계가 아닌 동반자와 서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생활을 영위할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얻을 기회를 갖는 것 등이다.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 공 모(37)씨는 “아플 때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서로 대리인으로 나설 수 없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동거인에겐 자격이 없고 멀리 있는 가족을 불러야 한다.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제도는 아직도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정상 가족만 포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김 모(41)씨는 “비혼으로 평생 살다가 가족도 없이 사망하면 무연고자 시신으로 분류된다. 혈연·혼인 관계가 아니라도 상주가 될 수 있게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확고한 신념 없이 ‘어쩌다가 된’ 비혼은 불안과 공포감 느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혼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비혼과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비혼은 ‘남자 없는’ 혹인 ‘여자 없는’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결혼이 없는 삶을 의미한다. 사실 20, 30대는 비혼을 결심해도 자신만의 생각일 뿐, 사회적으로는 결혼을 아직 안 한 미혼일 뿐이다.

결혼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40대 이후로 확고한 신념 없이 비혼을 선택한 ‘어쩌다’ 비혼은 혼자라는 사실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 쉽다. 현재 비혼의 삶을 살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나는 엄마나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거나 ‘그래서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나는 내 삶을 이렇게 꾸려가겠다’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의 일생을 가족이 죽을 때까지 책임지던 가족 운명 공동체는 이미 현실에서 사라졌다”면서 “100세 시대를 앞둔 고령사회 한국에서는 앞으로 누구나 비혼의 삶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비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미리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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