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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정고요나 '필터링 Filtering', SNS 속 편집된 일상과 내재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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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정고요나 '필터링 Filtering', SNS 속 편집된 일상과 내재된 욕망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3.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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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로 언택트 시대가 열렸다. 대부분의 업무와 소통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SNS 활용도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타인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자 관계를 형성하는 장치로 SNS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SNS에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 편집된 일상만이 남게 된다. 점차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온다. 

또 타인의 편집된 일상을 보면서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비교하게 되고 괜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SNS를 멀리해보려 하지만 우리는 이미 SNS에 중독되어 버렸다.

SNS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킹에 집착하는 현상 및 정서를 동시대 텍스트로 시각화한 전시, 정고요나 작가의 <필터링 Filtering>이 오는 27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씨알 콜렉티브(CR Collective)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0년 이상 활동해온 정고요나 작가의 고민이 담겨있다. 이전 작품에서 라이브 카메라나 사진을 통해 사용자와 연결된 라이브드로잉으로 작가의 일방적이고 통제적인 시선을 해체하고자 했다면, <필터링 Filtering>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해 동시대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작가는 온라인상에 업로드된 셀카(selfies)와 같은 개인의 이미지를 선택해 재필터링, 편집하고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함께 관계를 증명받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 이와 교차하는 타자의 시선을 중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정고요나 작가는 SNS에 공유된 이미지가 필터를 거치며 피사체 그 자체임과 동시에 타인을 의식한, 즉 되고 싶은(want to be) 혹은 보여지고 싶은 선망의 이미지로 양가적 측면을 지닌다는 것을 포착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타인과 공유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를 온라인상에서 선택했다. 각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반영해 '만들어 낸'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 않은 아이러니한 결과물이다.

개인에 의해 게재된 시각 이미지의 결과물은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지점에서 책략적으로 짜여 있지만 동시에 의도를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애매모호함이 담긴 교묘한 내숭을 표방한다. 

이렇듯 지극히 의도적으로 타인의 시선이라는 주관적 검열을 거쳐 온라인상에 그리드로 넓게 펼쳐진 이미지들은 의식의 표면 아래 놓인 동시대의 삶의 방식과 이상향으로 귀결된다.

조정과 자체 검열의 기준을 통과해 비로소 보여지는 이미지는 '나지만 내가 아닌,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존재하는' 이미지가 되어 가상과 실재, 현실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형성한다. 여기에 작가의 그리는 행위가 더해지며 객관적 텍스트로 치환된다. 

작가는 이미지에 다시 한 번 필터를 덧씌워 화면으로 옮김으로써 '어쩌면 우리는 편집된 일상을 살고 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현대인의 삶에서 오는 고독함과 관계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는다. 

전시된 작품들은 우리가 만들어 낸 가상이 이미 우리 삶의 깊은 곳까지 침범해 현실이 채워줄 수 없는 위로와 자기만족, 그리고 향유를 주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SNS 속 편집된 일상과 내재된 욕망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구태여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나의 SNS 세계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실재와 가상이 복합된 일상을 온전히 우리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내재된 욕망과 편집된 일상을 돌아보며 공감하고 사유하게 된다. 

<필터링 Filtering>전은 화요일~토요일(일,월,공휴일 휴관)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안전한 관람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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