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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전의 똑똑한 자산관리-㉛] 금소법, 소비자의 권리=소비자의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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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전의 똑똑한 자산관리-㉛] 금소법, 소비자의 권리=소비자의 불편?
  • 김희전 기자
  • 승인 2021.03.2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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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희전 메트라이프 FSR)

 

금융소비자법 시행 첫날인 3월 25일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권은 큰 혼란을 겪었다.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펀드와 같은 최근 한국 금융권에 일어난 대규모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소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의 불편함까지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금소법 시행일 첫날, 은행에서는 펀드에 가입하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는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상품가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과정에서 변경 또는 추가된 절차로 인해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절차로 계약을 진행하다가 시스템에 오류라도 나면 재시도를 해야 하므로 직원도 고객도 서로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본인의 실제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보험사는 고객이 변액보험(주식과 펀드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보장성, 저축성 보험상품)을 청약할 경우, 가입설계 전 변액적합성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사 특성 상 한 고객이 담당보험설계사에게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서 보장성, 저축성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추가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3월 25일 이전에 진단한 변액적합성 결과와 가입설계서는 모두 폐기하고 신규로 진행해야 하므로 고객의 인증과 진단 절차만으로도 이미 시간은 소요된다.

당일 오전, 청약서 출력물은 갑자기 백지로 나오는 시스템 오류가 생겼다. 반드시 수기 청약을 해야하는 법인 청약을 앞두고 있던 보험설계사들은 약속시간보다 3시간 늦게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청약서를 재입력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에 없던 절차들이 생겨나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일이 지연되었다.

변화된 업무 절차의 숙지를 위해 25일 아침부터 새로운 가입설계를 테스트해보고 변경된 변액적합성 진단 내용와 완전판매모니터링 내용을 숙지했다. 변액적합성 진단지의 질문은 기존 15개에서 20개로 늘어나 고객은 총자산 규모와 투자 평균 거래 빈도 등 세세한 질문까지 답해야 한다.

또한 금소법 6대 원칙에 따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싶으면 적합성 진단에서 위험성향이 낮게 나오면 안된다. 만약에 당신이 초저금리 시대에 펀드상품에 가입해서 자산을 불려나가고 싶어 상품가입을 하려고 한다. 가입을 위해 당신이 받아본 보험계약자 정보확인서(진단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당신의 대답을 임의로 선택해 적용했다.


Q : 당신은 원금보존과 투자수익률 중 어느 쪽을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A : 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Q : 귀하께서는 투자상품을 가입하실 때 어느 정도의 연간 수익률을 기대하십니까?
A : 15% 초과

Q : 귀하께서는 투자수익률을 얻기 위해 원금대비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습니까?
A : 어떠한 경우에도 손실은 나면 안 된다.


단 세 가지의 질문만을 보고 과장해서 설명해보겠다.

당신은 많은 수익을 원하고 그 때문에 공격적인 주식형에 투자하고 싶어 펀드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원금 손실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성향은 주식형 펀드에 100% 투자할 수 없는 위험회피형 성향으로 진단될 수 있다.

청약 전 자신의 니즈를 판매자와 충분히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다.

금융사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금융협회장을 긴급소집, "금소법 시행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이 늦었고 특히 일선 창구까지 지침이 잘 전달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편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미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두가 불편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일은 누군가들의 도드라지는 과실로 인해 사회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책임이 되었다. 금융위원장의 말대로 이미 일어난 일이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규정안에서 따르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도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법이니 불평보다는 바뀐 법에 익숙해지도록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금융소비자법에 의해 대출 규정에도 달라지는 사항이 있다. 대출을 받을 예정이거나 받은 사람은 1개월 간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에 가입할 수 없다. 이 지침에는 '구속성 판매 행위' 점검 기준 변경도 포함됐다. 구속성 판매 행위는 쉽게 말해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펀드·ELS(주가연계증권) 등 투자성 상품이나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등 보장성 상품 등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 파는 것을 말한다.

금소법은 대출을 빌미로 펀드·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이른바 금융기관의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해 투자성·보장성 상품 구속성 판매 행위 점검 대상을 '전체 채무자'로 넓혔다.

투자상품에 대한 위험등급은 설명서에 기재해야 하고, 내부통제기준은 시행 6개월 후인 9월 25일부터 시행할 수 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은 현재는 금소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관계부처 등 감독기관이 달라서다. 정부는 4월중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금소법 적용을 조율중이나 조율 여부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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