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계의 독보적 카리스마로 타계 이후에도 줄곧 여왕의 위치를 점유해온 '아레사 프랭클린'. 그녀만의 고음 스킬이 멋진 기교를 뽐내고 날 때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상(上) 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영원불멸할 것만 같았던 '소울'의 상징적 존재. 무대 위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 만의 자유로운 음색을 드러낼 때면, 흑인 음악의 역사는 한 위대한 여성 싱어만으로도, 모든 이의 영혼과 심금(心琴)을 울려대며 새로이 쓰여질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전 세기, 여성 싱어의 역사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었건만,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만의 깊고 독특한 음색은 그 테크닉과 더불어 마치 오랜 명맥을 지켜온 마냥으로, 진솔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당대 손꼽히던 후배 여가수들은 물론, 팝과 소울 문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영혼을 일깨우기 충분했던 것이다.
* 디바(Diva) : '여신'의 뜻을 내포한 이탈리아어로, 뛰어난 능력과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최고의 여가수를 지칭한다.
* 소울(Soul) 음악 : 미국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 장르는 가장 인간적인 소리, 리듬에 가까운 것을 상징함으로서, 사랑을 주로 다뤄온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이 손잡아, 흑인의 투쟁정신과 한을 기본으로, 폭발적이고 흐느끼는 음색을 주된 특징으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 남부지방에서 주로 연주되었으며, 이후 발전을 거듭해, ' 샘 쿡', '제임스 브라운', '레이 찰스', '아레사 프랭클린' 등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이후 펑크와 힙합 등 여러장르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90년 대엔 흑인 음악의 정체성을 찾기위한 '네오소울(Neo-Soul)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소울' 장르는 'Jazz'의 물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뒤, 보다 감각과 정신에만 치우쳐온 느낌 그대로, 싱어송라이터 '샘 쿡'과 '마빈 게이', 그리고 '오티스 레딩'과 '벤 이 킹'으로 이어진 수많은 뮤지션들의 '소울풀(Soulful)'한 연주를 이끌어 냄은 물론, 흑인 인권에 관한 사회적 운동 또한 짙어가던 바로 그 때, '아레사 프랭클린'의 '리스펙트(Respect)'가 '소울' 역사의 정점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총 18차례의 '그래미'상 수상과 여성 가수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의 입성과 더불어, 어느 음 하나에도 깊이있는 영혼의 울림소리가 빠지지않던 그 수많은 녹음과 공연의 과정들 속 '아레사 프랭클린'만의 놀라운 라이브의 경지는 현재까지도 모든 아티스트들의 귀감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소울 레이디'이자, 여왕으로서의 그 입지 또한 사후 지금까지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음에 경탄해 마지 않을 수 없을 따름이다.
'소울' 장르의 꽃이 만개했던 시절, 여왕 꽃(?)으로도 불리우며 대중음악계를 평정했던, '아레사 프랭클린'
본명 '아레사 루이즈 프랭클린 (Aretha Louise Franklin). 1942년 3월 미국 멤피스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에서 자란 그녀는 목사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스펠'을 들으며 성장했다. 그녀의 아버지, 'C.L.프랭클린' 역시 복음성가를 부르던 가수였기에, 여러 가스펠 싱어들의 방문으로 그녀의 집은 일찍이 음악으로 넘쳐났고 그런 공기는 그녀의 재능을 일깨우는데 충분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 시기 '아레사'는 자신의 이모 장례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스펠 싱어 '클라라 워드 (Clara Ward)'의 모습에 반해, 자신의 꿈도 가수가 될 수 있음에 희열을 느꼈다고 전한다.
"From then on I knew what I wanted to do - Sing!"
"그때 난 뭘 해야할지 알았죠. 그건 바로 노래하는 것이었어요!"
- Aretha Franklin (아레사 프랭클린)
이에 자연스레 교회 성가대를 시작으로, 14세엔 아버지의 도움으로 첫 가스펠 음반을 발표하기에 이르는데, 이후 그녀는 줄곧 같은 동네에서 커온 한 청년과 평생의 친분을 예감이라도 한 듯, 때마다 우정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런 그는 바로, R&B와 소울을 넘나들며 모타운 레코드사의 초창기 대표 가수로 성장하는 '스모키 로빈슨'.
이후 '콜럼비아 레코드' 사와 계약을 진행한 '아레사'는 자신의 두 아들은 집에 남겨둔 채로 뉴욕행 티켓을 끊는다. 당시 나이 18세. 전문 가수로서의 성장을 위해 그녀의 아버지 또한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내온 바, '콜럼비아 레코드'에서의 본격적인 가수활동은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그런 와중에 '테드 화이트 (Ted White)'라는 매니저를 만난 '아레사'는 인생에서 또 하나 특별하고도 각별한 무대, 결혼 생활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녀는 이곳 '콜럼비아' 레코드 사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예감이라도 한 듯, '가스펠'과 '재즈', '블루스', 'R&B' 등 다양한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진정한 소울 뮤지션으로 발전해 간다. 이러한 '아레사'만의 다소 완벽해진 곡 해석 능력과 모두의 영혼을 건드리는 목소리는 1967년 '아틀란틱' 레코드사와의 파격적인 계약에 사인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고, 그녀는 다음과 같은 명곡들을 히트시켜 나간다.
'오티스 레딩'의 <Respect>를 그녀만의 것으로 리메이크한 버전을 필두로,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와 <Baby, I love you>, '캐롤 킹'의 곡 <(You make me feel like)A Natural Woman> 그리고, <Chain of Fools>등이 그것.(물론, <Soul '69> 앨범 등에선 'Crazy He Calls Me'와 같은 순수 재즈 곡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여기서 <Respect>는 '소울' 역사상 가장 주목해야 할 곡 중 하나로서, 당시 페미니즘은 물론, 흑인 인권운동 사이에서 시대의 상칭처럼 연주되던 곡이었다. 이에 힘입어 전미 차트 1위의 달성은 당시 흑인 사회의 현실을 '소울' 한 곡이 어루어만져준 역사적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이혼의 아픔 등으로 '아레사'는 잠시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그 와중, 16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Girl's In Love With You (1970)>를 발표, 조금씩 어려운 시기를 홀로 견뎌내는 듯 싶더니만, 당시 로드 매니저 '캔 커닝햄 (Ken Cunningham)'과의 우정을 사랑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한다. 이 앨범 속 비틀즈의 'Let it be'는 '폴 매카트니'가 '아레사'에게 직접 가이드한 데모를 전해준 것으로서, 이 역사적인 곡이 '아레사'에 의해 상업적 싱글로는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점은 놀라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내 어느 순간 부터, 팝과 R&B계의 거물로 자리하기 시작한 '아레사'는 이후, 1971년 '필모어 웨스트'에서 펼쳐진 - 프로듀서는 '제리 웩슬러'가 담당한 - 라이브 공연 실황 앨범으로 당시 록 팬들에게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며, 빌보드 R&B앨범 차트 넘버원을 달성하는가 하면, 1972년에 발표한 <Amazing Grace>녹음 앨범을 통해선, 가스펠에 대한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74년도에 발표한 <Let Me in Your Life>앨범에 수록된 사랑의 찬가이자, 부부 송라이터인 '닉 애쉬포드 (Nick Ashford)'와 '발레리 심슨 (Valerie Simpson)'의 곡, 'Ain't Nothing Like the Real Thing'로 그래미상 베스트 R&B 부문을 수상, 1976년도엔 'Natural Woman'과도 같이 잘 짜여진 부드러운 곡, 'Something He Can Feel'로 R&B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한다.(이곡은 1992년도에 인기 그룹 '엔 보그'가 리메이크 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 7년의 기간은 '아레사 프랭클린'에게 총 10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안겼으며, 그 이후로도 그녀는 '소울' 영역의 독보적인 탑의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하지만, 70년대 후반을 거쳐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정불화 등 여러 어려움을 겪던 '아레사 프랭클린'은 그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만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난관들에 봉착, 연속 히트 행진이 잠시 멈춘 그때, '아틀란틱' 레코드사와 결별을 선언하고 마는데,
"아틀란틱과 일한 지난 몇 년 동안.. ...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준데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보다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더 바람직할 때가 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
- 1980년 가을, 영국 <블루스&소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이로운 히트작이 12년 동안 이어져온 '아틀란틱' 레코드사와의 관계는 이로써 종지부를 찍고, 1980년 봄, '아레사'는 '아리스타' 레코드에서 새 둥지를 튼다. 이 시기, '아리스타'의 '클라이브 데이비스' 사장은 이미 유명 가수 '디온 워윅'*과의 계약을 끝낸 후, 레코딩을 시작하고 있던 찰라였다.
"나는 아리스타의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사고방식도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것 같다."
- <블루스&소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아레사'는 '아리스타'와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 또 하나의 위대한 앨범과 곡들로 조성된 - 팝과 R&B가 어우러진 - 거대한 '소울의 숲'을 형성해가기 시작하는데, 1980년도 '아리스타'에서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 'United Together' 를 시작으로 그녀만의 독보적인 '소울 여왕'의 감성과 그에 따른 놀라운 창법들은 1982년 여름을 강타한 곡 'Jump to it'으로 이어지며, 그 후로도 줄곧, '컨템포러리' 뮤직계의 최고 거물급 뮤지션들이나, 기타 눈에 띄는 활약을 이어가는 스타 후배 가수들과 공연 및 녹음을 함께하는 눈부신 기회를 제공받기에 이른다.
*디온 워윅 : 미국 ''60년 대 초부터 그래미상 수상 여성 싱어로, 가스펠, 재즈, 리듬 앤 블루스 등 다양한 영역 내에서 그녀 만의 가뿐한 음성으로 활약하던 유명 팝 스타. 역대 여성 보컬 중 '아레사 프랭클린' 다음가는 기록으로 '빌보드 핫100'에 69개의 싱글 진입, 역대 종합 순위에선 71위,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과의 외종사촌 관계는 상당 부분 주요 이슈로서 널리 부각되어 있다.
이어 이번 '아레사'의 앨범으로 선정한 CD1 트랙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전곡의 대표곡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1번 트랙, 'Respect'(1967년, 1위)는 '소울의 제왕'으로 불렸던 '오티스 레딩'이 만든 곡으로서 흑인 인권에 관한 내용은 물론, 여성의 당당함에 대한 페미니즘적 해석 또한 추가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녀만의 거침없는 외침에 빠져들기 다반사.
이어지는 2번 트랙 'Chain of Fools'와 작곡에도 능한 그녀가 직접 쓴 곡으로도 유명한 3번 트랙 'Think'(1968년, 7위), 그리고 4번 'Rock steady'(1971년, 9위)는 물론, 멋진 브라스와 코러스 리듬이 적절히 곁들여진 5번 'Baby I love you'(1967년, 4위) - 음악인생에 도움을 준 '제리 웩슬러 (Jerry Wexler)'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노래 - 들은 흑인의 감성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흥과 리듬감, 열정을 마구 일깨우며 여왕의 절창에 취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
6번 'I Say A little Prayer' 는 '디온 워윅 (Dionne Warwick)'과 '버트 바카락 (Burt Bacharach)', '할 데이빗 (Hal David)'이 1967년 팝 차트에서 4위까지 올려 놓은 유명 곡으로서, '아레사'만의 해석에 감사함을 표해볼 수 있는 놀라운 작품.(이후 이곡은 다른 버전으로 'P.J. 호건'과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1997)>에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어느새 8번 트랙 'Dr. Feelgood'의 흥겨움에 도취된 채로, 9번 트랙, '(You mak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으로 넘어가다보면, 원작자 '캐롤 킹'의 감성은 물론, 진정한 여성의 사랑 표현력이란 이런 것이라며, '아레사' 만의 놀라운 성량이 다시금 일깨워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녀의 시그니처 곡으로도 가장 유명한 트랙.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노래하고 있는 10번 트랙 'You Send Me'는 1968년에 녹음된 <Aretha Now> 앨범에 수록, 1957년 3주간 1위를 차지했던 '샘 쿡'의 크로스오버 풍 원곡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창조해 낸 곡으로도 유명하다. 12번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7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국의 포크 듀오 '사이먼&가펑클'의 곡. '가스펠'의 영향을 받은 만큼, '엘비스'를 포함한 유명 가수들의 커버 향연에 이어, '아레사'만의 가스펠 커버로 발표된 당시, 1971년 미국 '알앤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래미 최우수 여성 알앤비 보컬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6번 'I never loved a man(The way I love you)'(1967, 9위)와 17번 트랙, 'Spanish harlem'(1971, 2위) 등 그리고, 끄트머리에 마련된 화려한 도시 속 눈 내리는 배경을 보여주는 듯한 크리스마스 송 두 곡은 모든 이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데 전혀 모자람없는 사운드로 '아레사 프랭클린'만의 진실을 완벽히 구현해 내고 있다.
(사랑과 헌신에 대한 그녀의 무르익은 감성과 그 영혼의 족적은 다음 '하'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