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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실검에 이어 식당 별점도 없앤다...'네이버 기능 폐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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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실검에 이어 식당 별점도 없앤다...'네이버 기능 폐지'의 의미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4.1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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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온라인과는 달리, 오프라인 가게들은 소수 사용자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가게와 방문객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리뷰 구조에 대해 책임감 있게 고민해 새로운 툴을 선보이겠다.” 지난 3월 2일 열린 ‘네이버 밋업’ 행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카페, 식당 등을 상대로 별점을 기반으로 한 리뷰 시스템을 운영 중이었는데, 이를 개편하겠다는 취지였다.

별점 평가는 장소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아왔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뚜렷했다. 가령 식당과 소비자 간 갈등·분쟁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몇몇 소비자가 허위로 리뷰를 남기거나, 악의적으로 리뷰를 다는 이른바 ‘별점 테러’로 식당 영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다. 이론 갈등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가 별점 평가를 종료한다.[사진=네이버]
네이버가 별점 평가를 종료한다.[사진=네이버]

실제로 열흘 뒤 네이버는 ‘평점‘ 평가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대신 인공지능(AI) 기술로 제공되는 ‘태그 구름’을 도입한다. 업체 개성을 소개하는 키워드를 추출해 장점과 개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끔 보여주는 전략이다. 별점 리뷰가 정량적 평가였다면, 식당의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정성적 평가로 바뀌는 셈이다.

몇년새 네이버는 이런 방식으로 종료시킨 서비스가 꽤 많다. 올해 1월엔 네이버의 대표 검색 콘텐트인 ‘실시간 검색어(실검)’를 없앴다. 실검은 일정기간 동안 검색량이 갑자기 늘어난 검색어 10개를 15초마다 새로 집계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이 때문에 2017년 1월엔 실검 범위를 ‘1~10위’에서 ‘1~20위’로 늘렸다. 그만큼 네이버가 공들이는 주력 검색 콘텐트였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없앤 건 부작용도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여론을 목적으로 실검을 장악하는 경우가 그랬다.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성향이 다른 이용자들이 경쟁적으로 ‘실검 장악 작전’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는 시도를 벌였다.

기업들의 ‘홍보성 검색어’도 문제였다. 이벤트 상품이나 쿠폰을 풀어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아예 실검에 키워드를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컨설팅 업체도 횡행했다. 이 때문에 실검 기능이 ‘기업의 광고판’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언론매체가 어뷰징(화제가 되는 기사를 내용만 조금씩 바꿔 반복적으로 게재)을 활용하는 것도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실검 서비스가 기사의 조회 수를 늘리고, 광고주를 끌어오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다.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네이버 캡쳐]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네이버 캡쳐]

포털 사이트 내부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할 경우,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다는 점은 더 치명적인 문제였다. 실제로 네이버는 이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265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이 자사 이익을 위해 조작됐다는 정황이 담긴 의사 진행 문건이 드러나면서다. 네이버는 비슷한 맥락에서 뉴스토픽 서비스도 종료했다. 최근 3시간 동안 작성된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구절을 문서처리기술로 추출해 키워드로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많이 본 기사를 순위로 띄우는 ‘랭킹뉴스’도 없앴다. 댓글이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로 도배되면서 연예, 스포츠 분야 뉴스 댓글도 폐지했다.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가 없어지는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 문제로 비화하면 서비스를 없앤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잘 나가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부작용을 이유로 없애버리는 건 쉽지 않은 경영 결정이다. 가령 어떤 서비스든 장단이 있고 단점은 현명한 아이디어로 개선하고 보완하는 선택지도 있다.

네이버의 아이덴티티를 떠올리면 더 의아한 결정이다. 이 회사는 그간 풍부하고 다양한 콘텐트를 한눈에 보여주며 인터넷 접속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뉴스, 쇼핑, 블로그, 증시, 날씨 등 다양한 카테고리와 콘텐트를 볼 수 있게 화면을 꾸렸다. 이 때문에 여러 기능을 하나씩 없애는 건 경쟁 검색엔진인 구글을 의식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직관적이고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장점이다. 화면에 검색창만 배치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의 임무를 가장 충실하게 따랐다는 평가다. 복잡하고 화려한 네이버와 달리, 구글은 단순하다.

네이버는 최근 각종 기능 개편을 실시해왔다.[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최근 각종 기능 개편을 실시해왔다.[사진=네이버]

이런 의도는 네이버의 새 모바일 플랫폼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3월 모바일 앱의 대대적인 개편을 벌였다. 초기화면에 검색창만 띄워놓는 ‘구글식’ 전환이었다. 왼쪽으로 넘기면 쇼핑, 오른쪽으로 넘기면 뉴스가 나타난다.

흥미로운 건 이 개편된 화면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정을 통해 옛 버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 ‘듀얼앱 방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사용자의 갑작스러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새 버전으로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란 방침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공을 들여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을 해놓고선 굳이 구버전을 쓸 수 있게 선택권을 주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만큼 새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이 뚜렷하지 않다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당장의 네이버 위상은 공고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2020년 12월 기준 순방문자수(UV)는 월 4016만명으로, 2018년 12월 3740만명, 2019년 12월 3800만명에서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관점에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글의 검색 엔진 사용자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더구나 검색엔진 통계에선 빠져있지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전체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만만치 않다. 특히 1020 세대의 이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미래 시장을 밝게 점치긴 어렵다. 홍보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통계로는 네이버의 지위가 공고하지만 체감 상으론 2010년대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네이버의 각종 기능 폐지 결정은 검색엔진 점유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로운 도약의 기회일까,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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